355호] 청소, 사진첩, 인터뷰 수업
2014년 2월 17일
청소, 사진첩, 인터뷰 수업
1. 청소
오늘 대청소를 했다. 사물함과 책장 뒤에 쌓인 먼지까지 다 쓸었다. 언제든지 다른 사람이 오더라도 불편함이 없도록 깨끗이 치웠다. 처음 이 교실에 들어왔을 때와 같이.
사물함에 아이들 교과서와 공책, 학습 교구도 다 집으로 보냈다. 자기 책상에 위 낙서도 지웠다. 학급 환경 제목 틀과 책상과 사물함에 붙은 이름표도 땠다. 칠판에 물걸레도 닦아냈다.
신발장도, 책장도, 다 들어냈다. 먼지가 쌓일만한 곳은 다 쓸어냈다.
모두 네 모둠으로 나눴다. 들어내고, 쓸고, 닦고, 씻었다. 학습 자료와 교구도 한 곳에 모았다.
구석구석 쌓인 먼지 털기. 나무 바닥 사이사이 해충약도 뿌렸다. 제대로 지우지 못한 보조 칠판도 다시 지웠다.
졸업 하루 이틀 전에 하면 빠듯하다. 놓치는 곳도 생긴다. 며칠 미리 하면 깨끗한 교실 처음과 같은 교실로 며칠 공부할 수 있다. 처음과 같은 마음을 되찾을 수 있다. 이렇게 해도 또 청소할 부분이 나오기도 한다. 그래서 좀 더 일찍 준비한다.
졸업을 앞두고 공부할 거리가 없어 보이겠지만 할 게 많다. 청소도 공부다. 뒷정리, 마무리 정리를 배운다. 처음 들어왔던 우리 교실을 떠올리면 그대로 되살려 놓는다. 놓아야 한다. 그래야 뒷사람에 대한 예의다.
가만히 살펴보니 우리 반은 청소 다 하고 걸레, 빗자루, 쓰레받기를 제자리로 갖다 놓는 것이 잘 안 된다. 청소한 자리에 그대로 두고 ‘누가 갖다 놓겠지’하는 기대만하고 그대로 둬 버린다. 그래서 가끔 청소를 마쳤다고 하면서도 청소도구가 쓰레기가 돼버린 현장을 보기도 했다. 한 해가 지났지만 그게 덜 습관이 들었다. 오늘도 그 부분을 일러주었다.
2. 졸업 사진첩
졸업 사진첩이 왔다. 언제 봐도 정겹고 재미있다. 자기 이름이 바르게 나왔는지 확인하는 시간이다. 다시 거두었다가 졸업식에 줄 것이다. 자기 사진을 찾으며 싱글벙글 이다.
“망했다.”
“아, 앨범 안 사!”
소리를 지르면서도 즐거운 얼굴들이다.
찍고 나면 언제가 후회스러운 것도 졸업 사진첩인 것 같다.
3. 이 친구를 인터뷰하고 싶어요.
예전에 옆 반 선생님 두 분을 따로 따로 모셔서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때 일이 오랫동안 깊이 남았다. 오늘은 우리 반에서 인터뷰하고 싶은 친구를 뽑아서 해보았다.
먼저 인터뷰하고 싶은 친구를 뽑는다. 투표하듯이 종이에 이름을 써 냈다. 넷을 뽑았다. 둘만 뽑으려 했지만 두 번째에 동점자가 셋이 나와서 넷이 되었다. 가장 키 큰 아이, 가장 작은 아이, 근육이 좋아 보이는 남자애, 그림 잘 그린다는 여자 애가 나왔다.
이 친구들에게 묻고 싶은 질문도 적도록 각자 넉 장씩 주었다. 질문을 다 썼으면 칠판에 붙은 집개에 모으도록 했다. 질문지가 다 모이면 인터뷰 대상 아이는 미리 볼 수 있도록 했다. 답할 준비 시간을 주는 셈이다. 어떤 질문이 나왔던지 옆 아이들이 더 궁금해 한다.
아이들이 써준 쪽지로 한 사람씩 질문을 했다. 중복된 질문이 많아 실제로는 한 사람에 서너 가지 정도뿐이다. 키가 왜 컨지, 근육이 어떻게 하면 생기는 지와 같은 외모에 신경을 많이 썼다. 자기 꿈과 소질이 뚜렷한 아이도 있었다.
인터뷰 질문이 두세 개 넘어갈 쯤에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인터뷰 대상자는 앞에 나와 있으니 조용하다. 대상자가 아닌 아이들이 어수선하다. 이때쯤 끊어 준다. 인터뷰 대상자를 바꾼다. 첫 대상자가 지명해서 바꾸어 준다. 다시 다른 넷이 된다. 집중하지 않고 떠들다가 걸린 애들이 불린다. 잠시 조용해진다. 누가 걸릴까?
세 번째는 선생님 인터뷰다.
내가 살아오면서 기억에 남는 제자가 누구냐는 질문에 두 아이가 생각난다고 말했다.
글자를 몰라서 글자를 익혀서 가장 먼저 나에게 보낸 아이, 특수반 아이가 기억이 난다.
내 어릴 적 이야기, 대학간 이야기, 책을 많이 읽게 된 까닭 따위를 천천히 이야기로 풀어 나갔다.
이렇게 두세 시간이나 진지하게 솔직하게 울먹거리며 이야기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