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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8] 2014.9.3. 인성 주간 행사

시화 만들기, 시 분석

 

인성주간 계획으로 학년별 행사가 나왔다. 6학년은 시화 만들기다. 시화 학습지를 전체 복사해서 받았다. 아이들은 친구 사랑에 대한 시화 만들기다. 담당자가 행사의 효율성을 위해 계획을 세워 들어온 것이다.

학급에 이렇게 들어오는 시간이 꽤 있다. 행사 실적용 자료가 된다. 독도 행사도 시화다. 그밖에 무슨 교육 또는 무슨 주간 행사에 그림그리기, 감상문 쓰기, 시화, 만화 그리기 따위가 교실에서 치러진다. 이런 식의 인성 주간 행사로 인성이 길러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늘 의문이다

이런 문제를 제겨두고 아이들이 쓴 시에 대해서만 말하고 싶다.

이런 행사용 글은 평소 생각 못했거나 겪은 것이 아니라 글이 대부분이 관념적이고 추상으로 표현한다. 이런 글 형태가 답처럼 고착되기도 한다. 또한 잠재적으로 잘못된 고정관념을 키우기도 한다.

시화이니까 시를 쓰고 그림을 그려야 한다. 친구에 대한 시가 대부분이다.

친구라는 낱말이 제목과 내용에 반복적으로 나온다. 따로 시간 내거나 시 지도 하지 않고 그냥 용지만 내어주었다.

어떻게 표현하는지 살펴볼 생각이었다. 평소 시에 대한 아이들 생각을 엿볼 수 있다. 1학기에 시의 함축과 비교법을 익혔다. 공부한 것을 이번 기회에 쓰이는지 알고도 싶었다. 아이들 시를 읽어보니 크게 네 가지로 나누어 보았다.

 

1. 정의 내리 듯

친구란 정의를 내리듯이 쓴 글이다. 좋은 말과 그럴 듯한 말로 친구란 뜻을 설명하듯이 썼다. 이런 형식도 자주 본다.

 

2. 관념적 추상적 표현

좋은 사람, 슬플 때, 기쁠 때, 나쁜 사람, 소중과 같은 관념과 추상 표현이 많다. 막연하고 언제 어디서나 표현할 수 있는 말이다. 이런 말들은 자기 경험과 상관없다. 머릿속에 뚜렷하게 그려지지 않고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도 없다.

관념과 추상 표현이 안 좋다는 것은 아니다. 이런 말들이 대부분이 지어 짜내고, 고정된 시 형태를 고집하게 하는 영향력 때문이다.

 

3. 리듬과 찬양

컴퓨터는 컴퓨터는 내 친구, 연필은 연필은 내 친구, 공은 공은 내 친구…….

이런 표현 따위가 자주 시에서 보인다. 다른 시에서도 마찬가지다. 귀여운 듯 정겨운 듯 말을 꾸며 쓴다. 리듬을 맞춰서 일정 형식을 지키고 있다. 혀 짧은 어린 동생처럼 쓴다. 무엇을 도왔는지 모르고, 왜 싸웠는지 모른다. 구체적이지 못한 몽롱한 관념어로 자꾸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런 말을 짜내려고 하니까 글이 더 힘들고 재미가 없다.

소중한 가족 같은, 다이아몬드처럼…… 비유법을 써서 찬양하기도 한다. 찬양만 할 뿐 내용이 없다.

 

4. 착한 아이처럼

앞에 것과 같이 리듬과 찬양의 의미와 비슷하다. 착한 아이, 좋은 글, 추상적이고 도덕적인 말로 다짐하듯이 썼다. 가까이에 있는 친구가 아닌 책에 나오는 표준적인 일반적인 친구 모습이 몽롱하게 그려질 뿐이다. 뚜렷이 머릿속으로 그려지지 않아서 읽는 사람에게 별 느낌과 공감도 없다. 말로서만 찬양, 다짐, 정의를 내리고 있을 뿐이다.

 

이런 행사로 시에 대한 편견을 다시 굳히는 듯하다. 찬양하듯, 제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유치한 말, 좋은 말과 고운 말 꾸밈에 힘을 쏟는다. 어떤 인성이 길러지는 지는 의문이다.

시에 대한 생각을 다시 되새기게 한다. 이런 형태 시가 글자가 적어 빨리 끝낼 수 있는 활동쯤으로 여겨지게 하기도 한다. 시켜서 배우기도 하지만 잘못된 관념을 더 고정시키기도 한다.

문학 작품은 글 쓰는 사람의 감정이 중요하다. 자기만의 표현과 경험, 관계, 상상 따위가 마음껏 펼쳤으면 한다. 일정 형태(프레임)만을 고집하게 하는 잠재적 교육은 되지 않아야겠지. 문학 작품 형식으로 접근할 때는 어른이 되어도 문학을 즐기는 삶의 동기가 되었으면 한다.

교육이란 이름의 여러 행사 교육이 그런 동기를 자꾸 떨어뜨려서 결국 어른이 되어서는 스스로 문학 작품을 즐기지 못한다면 교육시킨 게 아니라 배움을 잃게 될 것이다.

교육한다고 배움이 다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배웠다고 다 올바른 지식과 가치관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잘못된 학습이 잘못된 고정관념을 쌓게 해서 학습에 대한 동기를 낮춰버리기도 한다.

학교 행사 목적을 달성하려다 오히려 이런 고정된 형식과 관념을 자꾸 쌓게 하여 머리를 더 딱딱하게 만들고 있지 않나 늘 고민해본다.

Posted by 참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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