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0] 2014.9.4. 국어 읽기 1. 문학과 삶
국어, 인물 사이 갈등이 생긴 까닭
방구 아저씨라는 본문이 길다. 아침 시간에 미리 읽어보라했지만 합창부와 아침 방과후활동(?) 때문에 제대로 보지 못한 아이도 있어서 다시 읽도록 했다.
아침 읽기는 줄거리 중심이라면 국어 시간에는 주제가 중심이다. 갈등을 일으키는 사람이 누구인지 살펴보고 갈등이 생긴 까닭을 찾는 것이다.
여섯 모둠이 글 쓸 자리를 칠판에 나누어 놓았다.
읽고 난 뒤 개인별로 공책에 그 까닭을 쓰고 난 뒤 모둠끼리 의논해서 한 가지로 정한다. 누구 의견이 맞다 틀리다는 의미가 아닌 가장 합리적인 의견을 정하는 것이다.
10분 정도 읽는 시간이 걸렸다. 조용히 함께 눈으로 읽었다. 누구를 시켜서 발표하듯이 읽히는 게 아니라 그냥 모두 조용히 10분 독서하듯이 읽었다. 읽는 시간만 어느 정도 정해두었다. 넉넉하게 13분 정도 걸린 것 같다.
‘인물 사이 갈등에 생긴 까닭을 써라’고 했는데, 모둠에서
“생각이나 마음이 서로 달라서……”
라는 말이 나온다. 아마 본문을 다 읽고 마지막 정리 부분을 읽었던 모양이다.
이런 답은 굳이 ‘방구 아저씨’ 이야기를 읽지 않아도 나올 법한 말이다.
여기서는 ‘방구 아저씨’에서 갈등이 생긴 까닭을 말하는 것이다. 어떤 문제로 갈등하고 그 갈등 내용이 무엇인가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그런 점을 아이들에게 일러 주었다.
모둠끼리 의논해서 한 사람이 나와서 모둠 의견을 다 적도록 했다.
이제 모둠에서 나온 의견들을 가지고 이야기 나눈다.
거의 비슷한 의미다. 가장 먼저 던진 질문!
“자, 여기에서 한 가지 의견을 다른 것과 좀 차이가 나는 것이 보이는데 그것을 찾을 수 있겠어? 어떤 점이 차이가 날까?”
조용해진다. 생각한다. 집중해서 본다. 한두 아이가 손을 든다. 잠시 더 기다리고 또 서너 사람, 열 사람 정도 손을 든다.
한 아이를 시켰다.
“차이 나는 모둠 것과 그 까닭은?”
“괴목장을 표현하는 말이 달라요?”
갸우뚱 거리며 다른 사람에게 또 물었다. 비슷한 의견이다.
서너 아이가 괴목장의 표현하는 말을 차이점을 말한다.
한 5분 정도 지나서 한 아이가
“4모둠 것인데요. 다른 모둠은 갈등이 방구 아저씨와 이장인데, 4모둠은 방구 아저씨와 순사입니다!”
그렇다. 갈등 대상의 차이다.
방구 아저씨에서는 방구 아저씨와 이장, 장을 갖고 싶은 히라노, 일본 순사가 차례대로 갈등을 빚는다. 1대 3으로 말이다. 아이들이 쉽게 찾을 줄 알았는데 그 차이점을 아이들 눈에는 잘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갈등을 빚은 까닭은 찾았다. 갈등 대상의 차이가 난 것이다.
천천히 작품을 읽고 아이들 의견의 차이점을 찾으면서 갈등을 받는 까닭을 알아보았다. 단순하고 간단한 진행이지만 깊은 시간이었다. 전체 내용을 다시 곱씹어서 생각해보고 따져보는 시간이었다.
오늘 수업에서는 아이들일 책을 읽는 것과 읽은 내용을 각자 말(글)하는 것, 말한 것을 정리해서 모두에게 보이고 그 차이점을 찾는 것에 생각을 잡았다. 소리 내어 읽기 보다는 조용히 혼자 눈으로 읽는 것이 괜찮다. 또한 각자 답하고 나서 모둠 의견을 모으게 하는 것도 한 번 더 생각하게 했다.
마지막으로 모은 의견을 칠판에 써서 서로 견주어보면서 또 한 번 생각해 본 것이다. 차이점, 공통점, 빠진 점, 이상한 점 따위로 되물으면 깊이 생각하게 된다. 나름 답을 찾으면 말하지 않고 손만 든다. 다른 사람 생각을 방해하면 안 되니까.
답이 하나 뿐인 질문이면 답 찾은 사람이 나에게 귓속말로 답하고 하고 들어가면 된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여러 사람이 다 듣게 말한다. 아직 생각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다른 의견을 또 생각하게끔 하기 위해서다.
읽기 수업을 설계할 때는 크게 세 가지 정도 기준을 잡는다.
읽는 방법, 자기 의견 쓰고 모둠 의견으로 모아 정리하는 것, 정리한 의견을 공개하여 차이점, 공통점 따위를 찾아내는 활동이다. 모두가 생각해서 자기 의견을 갖는 게 중요하다. 틀리고 맞는 문제가 아니다. 틀렸다면 서로 의견을 나누면서 깨치면 된다. 고치면 된다.
틀린 생각을 숨길 필요 없다. 숨기려고 하면 다른 사람 의견을 베끼게 된다. 순간(위기)을 넘기려는 마음이 가득 차게 된다. 틀린 것에는 꾸중하지는 않는다. 당연한 과정이다. 자기 의견 쓸 노력을 전혀 하지 않거나, 해보지도 않고 다른 사람 생각을 방해하는 행동에 눈치를 준다.
수업 준비는 전체 진행 방법을 먼저 고민한다. 그런 다음 자료나 판서 내용을 준비한다. 아이들 생각을 이끌어내는 것에 초점을 둔다.
본문을 제대로 읽기 위한 자료나 방법도 때로는 쓰인다. 단순히 읽기 위해 네모 칸 채우기식 판서도 하는데 주의할 점은 글자 모양만 보고 숨은 그림 찾기 하듯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보는 것이지 읽는 게 아니다.
이런 현상은 읽기도 마찬가지다. 차례대로나 무작위로 한 사람이나 모둠끼리 읽고 다른 아이들은 눈으로 보고 있으면 읽는 것처럼 보이지만 눈으로 보고만 있을 수 있다. 읽기는 아이들마다 속도가 다르다. 이해 속도도 다르게 낱말과 문자의 의미 파악 시간도 다르다. 그래서 똑같이 읽어가는 읽기는 문자 그대로 소리 내어 읽기가 되고, 의미를 파악하는 읽기가 힘들 수 있다. 자기 속도로 읽어야 한다. 이야기 흐름을 머릿속으로 그려야 한다. 그래서 넉넉하게 기다려주어야 하고, 눈으로 생각 없이 읽은 아이는 다시 되돌아가서 읽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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