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4년 전 이야기가 되었다. 봄 방학 때 나가서 미리 향수와 책을 책상 위에 올려두고 정리하고 온 기억에 이 일기를 보니 새록새록 하다. 수업에서 만날 아이들 얼굴과 반응에 설레며 교실 문을 사그락 닫는 느낌. 그게 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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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25. 금요일
봄방학 때 조금만 준비해도 한 해가 수월하다.
지난 학년 학급문집을 더 복사해서 글쓰기 식구들과 아는 사람들에게 보냈다.
문집을 보내면서 올해도 문집으로 마무리할 마음을 가진다. 이런 마음에 공부 계획을 하고 결과를 정리할 때는 더 챙겨보고 살피게 된다. 학급누리집도 꾸려서 모으고 고치고 다듬는다. 삶을 가꾸는 게 학급살이의 보이지 않는 목표라면 학급문집은 손에 남는 눈에 보이는 목표물인 셈이다. 이런 마음이면 한 해도 금방이다.
챙기고 남기고 고치고 다듬고 모으는 생활을 해마다 되풀이한다. 이 삶이 지루하고 따분할 것 같지만, 그 안에 새로움이 있고 아이들 삶이 다르다. 해마다 다르다. 그 맛에 살고, 힘이 되고 꿋꿋하게 잇는다. 즐긴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새 내가 나태해진다. 무슨 일이든 대충 넘겨버리며 지치고 힘들어 다시 더 하고 싶은 열정도 식어버릴 것이다. 그게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는 것이고, 삶의 굴레에 얽매여 늘 불만의 목소리만 느는 인간으로 바뀌는 의미일 것이다. 결국, 이렇게 늙으면 비참해진다는 생각이 든다.
연구실 일지도 만들어 보았다. 같은 학년끼리 고민하고 회의한 내용을 날짜별로 기록을 해보자는 뜻이다. 올해는 이 한 권이라도 연구실에 남기자고 한다. 꼭 남기지 않아도 서로 가지고 있으면 다음에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 정도는 안 되더라도 그 정도는 긴박함으로 치열하게 한번 살아보자는 뜻이다. 우리 교사의 한 해 고민거리, 활동거리가 무엇인가 다 나올 것이다. 나한테도 내 후배 교사에게도 자기 자신과 교사의 현실을 되돌아보고 반성해 볼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또한, 무엇을 어떻게 고치고 준비할지 좋은 지침도 될 것이다. 누구나 실천해나가면서 스스로 힘으로 성장하는 힘을 만드는 삶. 자기 주도 학습이 필요한 학생만큼이나 자기 주도 교사가 먼저겠다.
어제 연구실을 청소하고 소취제 겸 방향제를 샀다. 연구실 청소하고 두었더니 향이 좋다. 집에 가는 일에 교실에 갔다 놓았다. 작년 이맘때도 그랬다.
한 달 정도는 넉넉하게 교실 가득 향이 날 것이다. 별것 아니지만, 아이들이 교실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첫 느낌을 어떨까 해서 준비했다. 아직 어수선하게 정리 안 된 교실과 깔끔하게 향기나는 교실의 첫인상은 다를 것이다.
교실을 들어서자마자 자기 이름표가 붙은 자리를 본다면 어떤 느낌일까?
자기 책상 위에 책과 공책이 나란히 하나씩 있다면 무슨 마음부터 들까?
아이들의 새 학년 첫인상을 어떻게 줄까 고민해본다. 아이들 만나기 전에 미리 준비할 게 있다. 아이들을 만나서 해야 할 일도 있다.
새 학년 첫 주는 시간표가 제대로 안 짜여 교과 공부를 바로 하기도 어수선하다. 이럴 때 공부의 의미를 알아보고 공부 방법, 공책 쓰는 법, 모둠 공부 따위를 익히기 좋다. 그래서 미리 본보기 자료, 복사물, 안내 자료, 실습 자료를 챙기기도 봄방학 때 할 일이다. 봄방학 때 좀 쉬는 게 편안하겠지만 이런 준비가 오히려 한 해를 오랫동안 편안하고 안정 있게 지낼 기회다.
첫 단추를 끼울 때다. 학교 요구에 맞추기 단추를 낄 것인가, 스스로 미리 낄 것인가, 누군가 끼워주길 기다릴 것인가, 끼우라고 말할 때까지 기다리다 끼울 것인가, 끼우지 못하고 그냥 넘어갈 것인가?
벌써 학급살이는 시작이다. 먼저 시작하기보다는 기초를 얼마나 단단하게 다지느냐가 중요하겠다.
<미리 준비할 것>
우리 반 일지 만들기
학급 규칙 안내(학급당번, 일지, 학교 왔을 때 아침에 챙길 일, 각종 줄 서기)
학급 신발장 번호 붙이기
책상 위에 올리는 이름 팻말
첫날 인사말 준비(공부를 왜 해야 하나? 우리는 한 해 어떻게 할 것인가??
책상 위에 올린 공책과 책 한 권
발표 쪽지 만들기
<아이들 오면 건네줄 것>
내 명함(선생님 소개 명함 건네기)
학부모에게 담임 소개할 첫 통신문(학급과 담임 소개, 학급운영 원칙 안내)
아동 기초 조사서(한글, 한자, 손 전화, 이메일)
선생님에게 알려 드리는 우리 아이 이야기(설문: 학부모용)
선생님에게 알려 드리는 속마음 설문지
내가 5학년 동안 살아온 이야기 쓰기(새 공책에 첫 일기 주제로)
<첫 주에 챙겨볼 일>
교과서 공부 방법 안내(수학, 국어, 사회 시간 책상 모형과 모둠 구성)
아침에 왔을 때 아침 활동 안내(책, 역사책 읽기, 공책 쓰기)
공책 쓰는 법 익히기, 일기 쓰는 법 익히기
마인드맵 익히기
학급 누리집 안내와 가입, 사용법 익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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