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샘학급살이통신문 342호 / 덕정초 42호 |
2013.12.14.
학급문집2, 시 쓰기와 고치기
해마다 학급문집에 꼭 손 글씨로 싣는 부분이 있다. 시 쓰기다. 저번 시간에 쓴 시를 오늘 고치기를 했다.
저번 시간 했던 말을 또 칠판에 적었다. 한 사람씩 나와서 살펴본다. 고칠만한 시인가, 다른 글감으로 써야 할까 판단해본다. 아직도 시를 ‘짓는 것’으로 여겨 꾸미는 것이 당연하게 여기는 녀석이 있다. 물론 꼭 겪어야 쓰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꾸미는 게 버릇이 들었거나 원리처럼 여겨서도 안 된다. 몇 번 설명해도 몇몇 녀석들은 잘 새겨듣지 않는다. “시를 쓰려고 하면 갑자기 연필, 필통, 공과 같은 물건이나 눈, 비, 나무와 같은 자연물을 떠올립니다. 그런 글감으로도 쓰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고정관념처럼 다가가면 새로움과 감동, 재미가 없습니다. 이번에는 자기가 삶이 담긴 것, 자기가 주인공인 이야기, 자기가 나오는 주제로 합시다.” 그렇게 저번에도 강조했다. 이번 시간에 또 그렇게 하고 한 사람씩 살펴보았다. 여전히 몇몇은 추상적인 감정 표현만 달랑 적어 놓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자세히 쓴다, 뚜렷하게 쓴다는 개념이 잘 서지 않는 아이들이 있다. 글로 드러낼 부분과 감출 부분이 있다. 사실 그대로 쓰면 그 자체로 읽는 사람이 느껴지는 감정을 글로 쓰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오히려 써서 감동을 옅게 한다.
“통과!” 가져온 시 가운데 나름대로 삶과 재미, 감동이 담긴 작품을 1차 통과를 시켰다. 칠판에 붙여 놓았다. 아직도 감을 찾지 못한 아이들이 통과한 아이들 글을 보고 고쳐보라는 뜻이다. 이게 어느 정도 효과가 있지만 잘못 내 뜻을 해석해서 자기가 쓰고자 하는 주제가 아닌 친구와 비슷한 글감이나 주제를 쓰는 녀석도 있다.
“쓸 거리가 생각 안 나지? 그럼 집에서 가서 생각해보고 오자. 오늘 다 안 해도 된다. 어찌 글이 쉽게 써질 수 있겠냐? 어떤 사람은 금방 떠오르기도 하지만 오랫동안 파묻혀 있던 기억을 드러나려면 오랫동안 찾는 노력도 있어야겠지.” 다른 애들 작품이 통과되어서 붙인 것을 보고 빨리 끝내려는 욕심이 생기면 시가 안 된다.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과 되돌아 볼 여유를 가져야 하는데 ‘빨리 끝내려는 마음’ 때문에 한두 글자만 고치거나 말장난, 말 꾸미기 형태 머물러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기도 한다. 그럴 때는 시 쓰기 자체가 짜증이 나고, 답답하다. 그럴 때 잠시 덮어주자. 다음 날 하면 된다. 이미 쓴 아이들 시를 고치라고 복사물을 준비했다. 자주 틀리거나 실수를 많이 하는 부분을 모아서 읽어보면서 스스로 고치도록 했다. 아이들 글을 보면 해마다 공통점이 나타난다. 잘 이해 못 하는 부분이 드러난다. 내가 제대로 전달 못 했거나, 들었을 때는 알았는데 막상 글로 표현하면 추상적이고 꾸미려는 버릇이 나타나기도 한다. 좀 더 이해하기 쉽게 본보기 자료 건네서 스스로 고쳐가도록 이끈다. 답은 있다. 아이들 글에 있다. 서툰 표현과 글을 모아서 함께 고쳐가면서 공부한다. 고치는 방법이 몰라서 그렇지 알고 나면 쉽다. 지금까지 써내기만 했지만 어떻게 고쳐볼 기회가 적어서 그랬을 것이다. 문집도 좋지만 이런 과정이 아이들에게 더 큰 학습이요 공부가 될 것이다. 삶, 자기 이야기를 가장 먼저 바탕에 깐다. 남, 물건, 막연한 자연을 떠올리기에 앞서 자신에 대한 눈과 마음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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