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샘학급살이통신문 340 덕정초 40

2013년 12월 11일

 

학급문집 준비

 

2학기 기말고사가 끝났다.

“선생님, 오늘 일찍 마쳐요?”

늘 시험이 있는 날이면 물어보던 질문도 이제는 없다. 시간표대로 다 하고 가니까 이제는 별 기대도 실망도 없다.

시험을 끝나고 이제 남은 큰 행사는 학예회와 학급문집 만들기다.

둘 다 날마다 조금씩 해나가야 한다.

 

해마다 우리 반 문집에 빠짐없이 들어가는 게 있다.

 

1. 학급일지: 당번이 그날그날 누리집에 올린다.

2. 우리 반 일기: 평소 별표 받은 일기를 누리집에 올린다. 별표 없어도 한 달에 세 편 이상은 올린다.

3. 시화: 자기 손 글씨로 시 한 편 쓰고, 어울리는 그림도 그린다. 자기 글씨와 그림이 드러난다. 어른이 되어서 보면 좋다.

4. 가장 기억에는 남는 일: 국어 교과서에 나오기 때문에 수업 시간 충실히 하면 나온다.

5. 미술 작품: 미술 시간 작품을 다 사진 찍어두었다. 문집 사이사이 그림으로 넣는다.

6. 설문지: 학급 누리집에 댓글로 한 해 동안 사건이나 생각, 느낌 따위를 달면 모아서 정리한다.

 

이 여섯 가지는 기본으로 들어간다. 그밖에 글이 그 해 특징을 살릴만한 프로젝터 학습이나 수업 내용, 기록이 덧붙이기도 한다.

 

1, 2, 3, 6번은 아이들이 있을 때 해두어야 한다. 방학 전에 끝내야 한다. 학급일지를 평소에 챙기니까 다 모인 것 같지만, 내용이 자세하지 못하고 대충 쓴 것을 고칠 시간을 가진다.

 

 

시험이 끝나자마자 글을 자세히 쓰는 법을 설명했다.

학급 일지에 오른 글 여섯 편을 뽑았다. 대충 쓴 것 세 편, 뚜렷하게 쓴 세 편을 모아서 보였다. 그냥 읽어만 봐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를 글과 생생하게 기억나는 글이다. 학급일지에 싣는 글이 개인적인 인이지 학급 전체의 일인지도 드러났다.

따로 힘주어 말하지 않아도 보면 안다.

컴퓨터실에서 자기가 쓴 일지를 고쳤다. 그때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사건을 뚜렷하게 풀어놓아야 한다. 사건, 주고받은 대화를 좀 더 자세히 풀어서 쓰자.

 

 

오늘은 시험 결과를 확인하느라 어수선하다.

‘몇 점 받았을까?’

하는 기대감에 안절부절못한다. 빨리 확인시켜야 잠잠해질 것이다.

아침 시간에 경남도민일보 글쓰기 큰잔치에 뽑힌 작품(줄 글과 시)을 열 편 넘게 넣어서 복사해 나누어 주었다. 자기 고민과 생각, 느낌을 잘 살려 쓴 글이다. 자기 삶, 재미, 감동이 있는 글이다.

앞으로 시도 쓰고, 일기 글도 교정해야 한다. 그래서 먼저 어떤 글을 쓸 것인가, 무슨 글이 좋은가에 대하여 다시 공부했다.

 

 

가장 먼저 자기 이야기를 쓰는 게 중요하다.

필통, 꽃, 농구공 같은 물건이나 동생, 엄마, 친구 이야기와 같은 글감은 시에서 자주 본다. 이번에는 되도록 자기가 주인공인 이야기를 쓰자고 했다. 남 이야기보다는 자기 생각과 자기가 겪을 것을 바탕으로 자세히 쓰자.

하지만 자세히 썼어도 곤란한 이야기가 있다. 보기를 든다면 땅에 개미가 줄지어 지나가는 것을 보고 재미있겠다고 발로 밟아 차례로 죽였다는 이야기는 곤란하다. 재미가 아니다. 감동이 아니다. 자기 혼자 재미있을지 모르겠으나 다른 사람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보통 사람들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또 한 가지! 내가 쓰는 이 글이 이삼십 년 뒤 내가 읽고, 또 훨씬 뒤 내 자식과 내 손주가 본다고 여기며 써보자고 했다. 역사의 기록이라고 여기고 지금 나이 때 생각과 감정, 손 글씨, 그림을 남겨보자는 뜻도 담겼다.

 

 

자주 시를 못 썼다. 자연과 계절에 대한 시와 좋은 시를 찾아보는 시간은 있었지만 이렇게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쓰는 시간은 오랜만이다.

 

“단번에 잘 쓰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번 주까지 완성합시다. 두 편 정도 써봅시다. 선생님이 봐줄게요. 다듬을 만한 시면 그다음부터 이야기하면서 완성해 가면 됩니다. 별 재미와 감동도 없는 시라면 아예 바꿔봅시다.”

 

우리 반에 있는 어린이 시집을 돌렸다. 아직 생각이 나지 않아서 다른 또래 아이들 시를 읽으면 생각의 폭이 넓어지지 않을까 싶어서.

 

 

 

“다른 사람 쓴 시를 보고 삶, 재미, 감동이 있는지 살펴보자. 그런 다음 시를 씁시다. 내일까지니깐 두 편 이상 써주세요."

시 쓰기는 이렇게 시작이다. 시를 먼저 완성해야 손 글과 그림을 그린다.

시를 몇 번 더 고치게 될 것이다.

빨리 낸 몇몇 아이 글이 여전히 예상대로 써 온다.

자기 이야기가 아닌 지나간 고양이, 물건, 친구 이야기가 있다. 이런 이야기는 평소에도 쓸 수 있으니 자기가 주인공이 되도록 몇 편 더 쓰라고 했다.

‘걱정스러웠다. 슬펐다. 재미있었다, 불쌍했다.’

라는 추상적인 말들이 쉽게 나온다.

고양이가 불쌍했다.’는 식으로 ‘불쌍했다’고 써놓기만 했다. 감동, 재미가 없다.

불쌍했다면 그 ‘불쌍함’을 읽는 이가 느껴지도록 자세히 써야 한다.

‘고양이가 오른쪽 다리를 절뚝거린다. 살금살금 다가와 “아웅, 아웅, 아아아아웅.” 죽어가는 소리로 머리를 땅 가까이 숙이면서 온다.’

이렇게 쓰면 누가 봐도 ‘불쌍한 마음’이 든다.

‘불쌍함’은 글이 아닌 마음에 써야 한다. 상대가 느껴야 한다.

자세히 쓰면 ‘불쌍했다’는 글을 안 써도 된다. 자연스럽게 마음이 전달된다. 불쌍하다면 아마 고양이에게 먹을 것도 주었을 것이다. 그런 사건을 자세히 쓰면 된다.

‘불쌍해서 먹을 것을 주었다.’

라는 표현보다는

‘무엇을 줄까 둘러보다 없어서 집에 가서 어묵을 가져와서 주었다. 급하게 먹을까 봐. 조금씩 떼 주었다. 천천히 먹어라.’

이렇게 쓰게 더 애절하고 더 아껴주는 마음이 진하다. 확 와 닿는다.

그렇다고 하지도 않는 행동을 거짓말로 만들면 안 된다. 솔직하게 써야 한다. 동물뿐 아니라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런 것을 잡아야 한다. 찾아야 한다.

 

땀 흘려 일하고 샘처럼 맑게 살자

 



Posted by 참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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