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6] 2014.9.2. 수학 1. 분수와 소수의 혼합 계산
수학, 풀이 과정 가지런히 쓰기
분수와 소수의 혼합 계산은 아이들이 조금은 쉬운 듯 여기기도 한다. 답을 잘 맞힌다고 표현을 해야 할까, 답을 잘 찾는다는 말이 어울릴 듯하다. 혼합 계산에서는 어느 것을 먼저 계산하는지 알아야 한다. 또 어떤 계산과정을 거치는 지도 체계성을 갖추어야 하겠지. 공식 끼워 맞추기식으로 푸는 아이도 보인다. 답을 맞히는 방법을 익힌 ‘선수 학습자’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선수학습을 한 아이도 풀이과정을 써보라고 하면 쉽지 않다.
교과서 문제를 칼라 인쇄했다. 흰 바탕에 글이 한눈에 들어온다.
세 아이를 먼저 시켰다. 책은 오늘도 처음부터 펴지 않도록 한다. 교과서를 보면 풀이과정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생각하지 못하게 하는 단점이 생긴다.
“이 문제를 읽고 식만 세워주세요. 식입니다.”
두 아이가 먼저 빨리 쓰고 돌아오려다가 누군가
“괄호는?”
이란 말에 돌아가서 괄호를 쳐 놓고 들어갔다.
한 아이는 괄호 없이 썼다. 셋이 다 다르다.
이 식만으로도 할 이야기가 많다. 어떤 게 맞나 앉은 아이들에게 생각해보라고 했다. 손가락을 펴서 답을 말하면 안 된다. 잠시 기다리고 있는데 한 녀석이 바로 “3번이요!”이라고 외쳤다. “에이, 야!” 하면 야유가 나온다. 먼저 말해서 생각 기회를 빼앗아 버려서 눈치 준 것이다.
이제 우리 반 아이들은 빨리 답하는 게 좋은 게 아니라는 것을 안다. 아이들마다 이해 속도가 다르다. 여럿이 함께 공부하는 자리에서는 그 차이를 기다려 주었다. 그게 학습 예의다. 그래서 모두 배울 수 있는 최소한의 고민 시간을 갖도록 기다려주어야 한다. 먼저 말하면 반칙이다. 생각 시간과 기회를 뺐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로 야유가 나온 것이다. 괜히 먼저 답한 아이가 머쓱해진다. 습관적으로 모르게 튀어난 것으로 안다.
어느 식이 맞는지 알았으니 이제 개별로 공책에 푼다. 그동안 두 아이를 시켜 칠판에 풀게 했다. 한 아이를 먼저 시키고, 조금 있다가 두 번째 아이는 앞 아이가 푼 것과 다른 방법으로 풀도록 한다.
먼저 나온 녀석이 암산을 하더니만 답만 달랑 쓰고 들어가려고 하기에 풀이과정도 쓰고 가라고 했다. 둘 다 그렇게 이 정도 문제는 풀 수 있다. 답은 맞는데 풀이 과정을 쓰라는 말에 한참을 고민했다. 두 번째 아이는 더 이상 못 쓰겠다고 포기하고 들어갔다.
이렇게 쓴 놓은 것으로 원인을 찾아 고쳐가는 것이 이번 시간 핵심이다. 틀렸으니 좋은 공부거리다. 아이들이 답만 쓰라고 하면 어찌어찌해서 풀어낸다. 풀이 과정을 쓰라고 하니까 ‘감’을 잡지 못하는 것 같다.
빨간 분필로 밑줄을 그었다.
“어떤 것이 이상하지? 이상한 부분이 무엇인지 찾아보자.”
아이들이 고민한다. 이상한 부분을 찾은 아이는 손든다.
하나, 둘, 셋 정도가 손을 들고 조금 더 기다린다.
넷, 다섯, 여섯 정도 손을 들었을 때 한 아이를 시켜서 나와 설명하게 했다.
위 식에서 괄호 부분만 따로 계산하고 등호를 붙였다. 나누기 3이 빠진 것이다.
시험 칠 때 빈자리에 따로 낙서처럼 계산한 식을 풀이과정이라 써 놓은 것이다. 계산하고 지울 것을 그대로 쓴 꼴이다. 이것이 풀이 과정이라 여기는 아이가 많은 것 같다. 그래서 공책에 쓴 풀이과정도 가지런하지 못하다. 쓴 사람이 설명을 해야 이해를 하거나 짐작해서 안다.
차근차근 푸는 과정을 썼다. 분수로 계산할 때는 분수 답이, 소수로 계산할 때는 소수로 답이 나오도록 해 본다. 왼쪽 정렬이 되도록 가지런히 해준다.
바로 두 번째 문제를 붙였다. 같은 방식으로 해보라고 시켰다.
제대로 듣지 못한 아이 둘을 시켰다. 역시나 앞 설명을 이해 못한 모양이다. 따로 계산할 것을 그대로 써 놓는다. 등호가 성립되지 않는다. 친구들에게 가서 물어서 다시 풀어보라고 했다. 시간이 좀 걸려도 기다려준다.
다시 한 번 더 가지런히 쓰면서 풀어준다.
소수와 분수로 고쳐서 풀 때 첫 번째는 연산 기호는 그대로 두면 편리하다. 다음 분수는 소수로, 소수는 분수로 고치면 된다. 다음은 곱셈이나 나눗셈하고 마지막으로 덧셈 뺄셈으로 이어지면 된다. 그 과정에서 암산하기 힘든 계산은 빈자리에 셈한다. 그 셈 과정을 풀이과정에 쓸 필요는 없다. 이런 셈을 풀이과정이라고 여겨서 두 번 본보기를 보여준 것이다.
세 번째 문제에서는 어느 것을 먼저 풀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하게 했다.
모두 눈을 감게 하고 세 문제를 붙여 두었다. 눈을 떠 어느 것이 맞는지 손들게 한다. 너무 빨리 답하지 않게 한다. 생각 시간을 넉넉하게 줘야 한다. 전체를 대상으로 답을 물으면 분위기에 묻어가기 때문에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게 말하도록 연구한다. 손가락으로 동시에 표시하기도 하고 공책에 남이 보지 않도록 쓰라하기도 한다.
이제 두 가지 방식으로 풀면 된다. 두 아이가 푼다. 이제는 아예 소수로, 분수로 풀라고 지정했다. 풀이 과정을 가지런히 줄맞춰 푸는지도 살펴보았다. 두 번의 본보기가 효과가 있는지 가지런히 쓴다. 줄이 비뚤하면 칠판 눈금에 맞추게 한다.
가지런히 썼다. 소수 계산은 소수로, 분수 계산은 분수로 답했다. 다시 한 번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해 준다. 답을 꼭 소수 계산은 소수로, 분수 계산은 분수로 하라는 것은 아니다. 먼저 그렇게 해보고 복잡해지면 쉽게 나오는 과정에 따라 답을 바꾸면 된다.
여기서 또 한 번의 고민거리를 던졌다. 분수 계산풀이과정에서 줄일 수 있는 부분이 어디일까?
알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나와서 내 귀에 귓속말로 말하면 된다. 두 아이가 나와서 맞추었다. 세 번째, 네 번째 아이는 틀렸다. 한 5분 정도 기다리고 있으니 곳곳에서 속삭임이 들린다.
두 번째 풀이과정에서 분모가 2인 분수가 둘이다. 5/10도 분모를 2로 약분해서 만들 수 있다. 식 전체를 살피면 보일 것이다. 그런 눈높이와 폭이 필요하다. 모든 식이 다 그렇지 않다. 이번에는 그런 부분이 보여서 한 번 짚어 주었다. 풀어가면서 식 전체를 한번 훑어보는 힘도 중요할 듯하다.
마지막 문제는 열심히 가지런히 푼다. 분수를 대분수로 바꿀 수 있는데 바꾸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