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25

개학과 겨울 방학 과제 점검

 

, 방학 과제!”

하나도 안 했는데 어떻게?”





개학 며칠 전 우리 반 카톡에 오른 많은 말들.

재미있게 말이 이어지다가 개학 이야기가 나오니 너나할 것 없이 걱정이 앞선다.

우리 반 예지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그 기분을 그림으로 남겼다.^^

 



 

 

 

과제 점검하기 전 방학 동안 있었던 일을 둘러앉아서 말하기를 했다. 1분 이상 말하기로 정했다. 서너 사람이 이야기 하다보면 앉은 아이들이 사이 조금씩 시끄러워진다. 서너 명 하고 나서 앞 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했는데 꼭 묻는다.

 

사실만 나열하는 아이가 대부분이다. 생각과 느낌을 보태는 아이도 있다. 이야기를 잘 새겨들었다가 내일 국어 시간에 다시 말할 것이다. 문학 수업을 하는데 사실만 말하는 것과 생각과 느낌이 넣은 것의 차이점을 알려주려고 한다.

한 가지 일을 중심으로 자세히 말할 수 있도록 한다. 오늘 모두에게 말할 기회를 주고 잘 듣는데 목표를 삼는다.

 



 

학교 필수 과제만 해도 네 가지다. 여기에 선택 과제가 있으니 부담이다. 적어도 다섯 가지다. 그래서 선택 과제는 한 가지만 하도록 했다.

어떤 과제인지 따져보면 일기와 운동 한 가지, 책 읽기, 학교 과제에 따른 학습장, EBS 교재하기다. 일기와 운동, 책 읽기는 늘 따라다니는 단골 메뉴다.

 

습관의 문제다. 발등이 불이 떨어져 일주일이나 사나흘 전부터 덤벼서 하니 하기 싫고 무겁고 많은 것이 된다. 방학 과제는 못해서가 아니라 시간 계획와 실천의 문제인 것 같다. 해마다 반복되는 습관을 확인한다. 이 습관을 12번 아니 24번을 반복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이 고리를 끊어버리는 생활 습관을 가지는 과제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래서 꼭 방학 전에 할 수 있는 만큼만 짜고, 일주일 마다 챙기라고 말해두지만 그게 쉬운 일인가?

그래도 어쩔거나. 과제 확인을 해야지. 계획 한 만큼 챙겨보고 점검해본 뒤 반성할 것은 하고 부지런히 한 사람의 노력을 칭찬해주고 인증을 해주어야겠지.

 

 

교사가 점검보다 자기 스스로 또 친구들에게 점검하는 방식으로 확인한다. 다른 사람이 한 것을 보면 판단이 선다. 다 못한 사람에게는 참고가 될 것이다. 여름 방학 과제도 그랬다.

 

 

 

 

방학과제 자기 평가지를 만들었다. 먼저 자기가 한 과제를 스스로 점수로 매겨본다. 점검 기준표를 아래에 정해두었다. 꾸준히 계획적으로 스스로 한 것에 점수가 높다.

 

 



이제는 자기 평가서 뒷면에 반 아이 수만큼 칸을 만든다. 이곳에 친구들이 점수를 써준다. 과제물은 모두 볼 수 있도록 책상 위에 올린다.

 


 




친구 것을 다 보고 평가해 나간다. 평점 5점 만점으로 자세히 보고 매긴다.

 

 


 

한 바퀴 다 돌고나며 친구들이 매긴 점수로 평균을 낸다. 소수점 한 자리 까지 낸다. 자기 평가 점수에 그 평균 점수를 보태면 총점이 나온다.

 


 

이제 자기 평가 쪽지를 가지고 나와 전체 통계표에 기록하고 낸다. 표를 참고해서 학교 방학 상을 정하는데 참고한다. 참고한다는 말은 이 점수 그대로 상을 준다는 말이 아니다. 친구들이 주는 점수를 먼저 본다. 아무래도 여러 사람들이 평가한 점수는 신뢰감이 높다.

이렇게 하다보면 너무 에 집착하는 아이나 친구들 신뢰도는 낮은데 자기 점수가 지나치게 높은 경우가 있다. 스스로 매기는 점수는 아이들이 성향과 성격에 따라서 차이가 많이 난다. 그래도 비교적 아이들이 매긴 점수가 거의 일치한다. 성실함과 꾸준함, 진실성을 판단해서 상을 고르게 돌아가게 애를 쓴다.

 

점수를 매긴다는 게 좀 껄끄럽지만 누군가 뽑아야 어쩔 수 없다. 그냥 과제만 내고 내가 알아서 주기보다는 이런 과정 자체를 익히면서 여러 사람에게 신뢰감을 얻는 방법과 점검 방법을 알았으면 한다. 성실히 했는지 대충 했는지 아이들도 다 안다. 평가할 수 있는 선택권을 아이들에게 줄 기회를 자주 주면 속일 수 없다.

 

 

Posted by 참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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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샘학급살이통신문 349 덕정초 49

2014년 1월

방학, 문집 만들기

 

겨울 방학!

방학이 시작되자마자 각종 연수가 밀려온다.

내가 선택한 연수는 어느 정도 본전(!)은 빼는데 의무, 강제, 마지못해 갈 때는 피곤함과 회의감의 비빔밥이 된다. 그래도 방학인데 하는 마음만 방학 기분이다.

방학 시작과 함께 본격 학급 문집 편집에 들어간다.

 

 

방학 전 아이들이 있을 때 한 것들을 챙겼다.

문집 표지 만들기, 손 글씨로 쓴 시 한 편, 자기가 만든 명언, 꿈을 이룬 자기 모습 그리기, 올해 학급 특색으로 명언 설문지이다.

설문은 하루 만에 금방 되지만 다른 것은 며칠 걸린다. 대부분 교과 공부와 함께하고 나온 결과물이다. 문집에 실리니까 좀 더 정성과 노력을 들였다.

여기까지 직접 손 글과 손 그림이다.

 

 

두 번째는 컴퓨터로 친 글 모으기다.

행사 글을 올리고 여러 가지 설문, 친구 소개 글은 댓글 남기기로 했다. 댓글 다는 일은 한 번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한꺼번에 달면 같은 의견이 되풀이될 수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마음껏 달고 다음에는 고쳐야 한다.

먼저 올린 사람 의견과 같거나 비슷하면 다음 사람은 다른 의견이 되도록 쓴다. 이런 식으로 되도록 모두가 다른 의견이 되도록 애를 써야 한다. 그래서 이 댓글 의견 남기기가 한번 만에 금방 완성이 되지 못한다. 하루 만에 다 못해 며칠 걸리기도 했다. 차근차근 맞춰간다. 다른 사람 의견도 보면서 고쳐야 하니 상당한 집중력이 필요하다.

이런 밑 작업을 해 놓고 방학을 했다.

 

 

방학이다. 이제부터는 아이들이 한 손 글과 그림, 학급 누리집에 올린 자료를 가지고 디지털화(!)해야 한다.

손으로 쓰고 그림 작품은 스캔한다. 스캔해도 선명하지 않거나 잡티나 있으면 손질한다. 이때 포토샵과 같은 프로그램을 익혀두면 편리하다. 모르면 이번 기회에 익혀 두자. 자주 쓰이고 할수록 수정, 편집 능력이 높아질 것이다. 몇 년하고 나면 몸이 기억한다. 이게 필요해서 하는 연수다. 몸이 기억하는 배움이다. 혼자 공부하거나 찾아가서 배워야겠지.

 

 

학급 누리집에 올린 글은 한꺼번에 복사-붙이기를 해서 모은다.

모은 글은 워드프로세서에서 편집한다. 맞춤법 검사와 교정도 한다. 아이들 입말 같은 것을 살려주지만 누가 봐도 틀린 글, 잘못 친 글, 띄어쓰기 잘못된 것을 고쳐나간다. 아래아한글 맞춤법과 인터넷에서 한글 맞춤법 교정기로 고치면 대부분 걸러진다.

고치기를 하면서 띄어쓰기와 맞춤법 공부도 된다.

가르치면서 배운다! 일하면서 배운다!

아이들이 자주 틀리는 말, 낱말, 띄어쓰기를 알 수 있다.

문집도 만들고 공부하고 실력도 늘고…….

 

 

학급 일지는 평소 당번이 써 놓았다. 우리 반의 역사다. 사초와 같다. 자세하기도 대충 쓰기도 했지만, 그것 자체가 역사다. 우리 반 문집 맨 앞을 장식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빠뜨린 부분을 챙겨본다. 차례와 찾아보기 만들기를 한다. 이것은 편집하면서 그때그때 표시 달기를 해두면 나중에 편리하다.

겨울 방학은 이렇게 문집 만들기 시간으로 가득하다. 내용적인 면은 방학 전에 다 하고 기술적인 편집과 교정이 일이다.

예전에는 다 교사가 했지만, 요즘은 글 치고 교정하는 환경이 많이 발전했다. 누구나 쉽게 모두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일도 문집을 만들 목표와 목적의식과 계획이 없다면 아무 소용없다. 갑자기 만들려면 문집을 위한 문집이 된다. 일이 된다. 그렇게 되면 문집에 자기 학급 문화와 열정, 기록은 없고 빨리 완성하는 데만 온 힘을 쏟아 피곤해진다. 다시 보고 싶은 문집은 안 된다.

아이들 작품을 하나하나 교정하고 정리하다 보면 한 해 학급운영도 되돌아보게 된다. 작은 편집 기능과 기술도 자꾸 하다 보니 실려도 늘어난다. 해마다 하니 시간도 줄여진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자주 쓰는 말투, 낱말, 용어, 틀리는 말 따위를 알 수 있어서 좋다. 몸으로 얻는다. 다음 해 아이들 눈높이 맞는 알맞은 본보기와 설명을 할 수 있는 말을 배우고 익힌다. 그게 전문성이 아닐까? 그래서 문집 작업은 지루하지 않다. 아이들 특징 하나하나마다 어떤 글과 그림이 나타나는지 살펴볼 수 있다.

어른이 되고 나면 문집 들고 할 얘기가 얼마나 많겠나. 하나하나 기억 속으로 추억 속으로 두 개의 문집을 더 만드는 셈이다.

 

땀 흘려 일하고 샘처럼 맑게 살자



Posted by 참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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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샘학급살이통신문 348 덕정초 48

2013.12.26.

 

영어 암기장 만들기

 

내일은 방학식이다. 이제 학급문집 글과 그림을 다 모았다.

오늘은 영어 공부 방법이란 주제를 잡아서 공부했다.

중학교 입학 전 두 달 정도 시간이 여유롭다. 학원에서 선행 학습하기도 한다. 자기만의 시간을 넉넉히 지닐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영어는 언어다. 시험공부로는 벼락치기 잠시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언어로서는 통하지 않는다. 꾸준히 반복해야 한다. 입에 붙어서 바로 나와야 한다. 영어를 하는 목적, 목표가 분명해야 끈질기게 할 수 있다.

자기 꿈이 여러 나라로 나겠다면, 자유로운 여행으로 세계 여러 사람과 소통하려면 여러 사람이 쓰는 언어를 익혀두면 편리하고 좋다. 저마다의 의미를 정하는 게 먼저다.

 

 

무작정 외운 것을 쉽게 잊는다. 무엇을 외울까?

영어는 단어보다는 문장 단위로 통으로 익히는 게 좋다. 날마다 반복해야 입에 붙는다. 입에서 바로 튀어나올 정도가 되어야 한다. 어느 정도 해야 공부했다고 할 수 있는지 목표를 세우자.

다음은 무엇을 익힐까(외울까)이다. 6학년, 중학교 3학년은 다음 해 준비하면서 새론 것을 미리 당겨 배우기도 한다. 시켜서 어쩔 수 없이 따르기도 한다.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어떻게 공부해야 말이 튀어나오는 영어 공부가 될까?

졸업한다고 그 학년 공부 내용을 다 아는 게 아니다. 한 학년 올라간다고 지난 학년 내용을 다 알았다고 할 수 없다. 배웠다고 시험 다 쳤다고 해서 다 아는 것이 아니다. 이미 배운 것도 다시 보고 되새김질해야 기억에 오래 남는다. 오랜 기억(장기 기억)을 남기는 게 어찌 보면 공부가 아닐까? 그것도 가치 있는 것, 써먹을 것, 활용할 수 있는 것들 말이다.

이미 배운 것을 반복해서 몸에 붙여보자. 새로운 것이 아니다. 배운 것이다. 기억이 아직은 많이 남아 있다. 완전히 모르지는 않다. 헷갈렸던 것, 오해한 것들, 어려웠던 것, 다시 보니 알겠다고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지금 공부하기 좋다. 시험 부담도 없다. 다 배웠다고 하는 교과서 문장을 외워보자.

 

 

재활용 종이를 이용하여 암기용 작은 책을 만들어 해보자.

먼저 내가 만든 암기 책을 보였다. 앞면에는 한글 문장(문제)을 쓴다. 뜻풀인 셈이다. 뒷면은 영어 표현(답)을 쓴다. 영어 작문하는 셈이다. 활용 방법은 이렇다.

 

1. 한글만 보고 먼저 자기 상식이나 기억만으로 영어 문장을 쓴다.

2. 다 쓰고 답을 매기면서 틀리거나 빠트리는 부분을 표시한다. (난 컴퓨터로 치면서 붉은 글씨로 표시했다.)

3. 정확히 맞을 때까지 영작한다.

4. 다 맞으면 쓰지 않고 바로 영어로 말한다. 느려도 좋다. 열 번쯤 되풀이하면 빨라진다.

5. 들고 다니면서 한 문장씩 한글을 1초 안으로 바로 튀어나오도록 한다. 그러면 그 문장을 통과, 늦게 나오는 문장을 날마다 반복한다.

 

 

재활용 A4의 1/4을 접어서 한 면에 두서너 문장 쓰도록 했다. 나는 워드에서 쳐서 A4의 반 크기로 접어 만들었다.

표지는 어제 카드 만들기 하면서 남은 색종이를 잘라두었다.

갑자기 몇 분 동안은 만들기 시간이 되었다. 새겨듣지 못했는지 영어를 먼저 쓰는 녀석도 있다. 접어서 만들라고 했는데, 재활용 종이가 아닌 새 종이로 만드는 애들도 있다. 종이 책 모양을 먼저 만드는 애들도 있다. 한 장 한 장 내용을 먼저 채우고 다 채우면 그때 만들라고 했는데 대부분 책 모양 만들기를 먼저 했다.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문장을 틈틈이 외우면 된다. 자주 되풀이해서 쓰고 말해야 손과 입에 붙는다. 내일 물어봐야겠다. 습관이 공부다. 생활이 공부다. 즐겨 하는 방법도 익혀두자. 힘들면 즐기자. 즐기는 공부를 하자.

 

땀 흘려 일하고 샘처럼 맑게 살자

 



Posted by 참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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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샘학급살이통신문 347 덕정초 47

2013.12.24.

 

크리스마스카드 만들기와 건네기

 

크리스마스카드를 만들었다. 갖가지 준비물을 챙겨왔다.

이번에는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모든 것을 스스로 챙겨 와야 했다. 그냥 그림만, 오려서 붙이는, 입체 카드 형식으로 만드는 애들로 나뉘어 보였다.

 

 

평소 이런 활동을 즐기는 애들은 입체감 있는 준비물을 챙겼다. 별생각과 관심이 적은 애들은 그리기 준비물만 챙긴다. 종이도 아침에서야 빌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애가 한둘밖에 없다. 오리거나 붙이고 자르는 애들이 많았다.

어제 반 카톡 방에서도 준비 챙기고 서로 빌리고 빌려주겠다는 글들이 올라서 기특했다.

스티커, 색종이, 색 도화지가 많이 보였다. 못 그리면 잘 그리는 애들에게 부탁한다. 못 한다고 대충 그냥 넘어가면 안 되지. 입이라도 살아 있어야지.^^

“아, 크리스마스카드는 처음 만들어 보네.”

실제로 만들어 보기는 처음이란다.

그렇구나. 그러고 보니 돈 주고 사거나, 스티커 따위를 붙여서 간단히 완성하는 꼴(조립식)밖에는 해보지 않는 애들이다.

내 어릴 적에는 자기 손으로 다 만들었다. 산타, 사슴, 눈 속에 있는 집, 소나무, 전나무, 방울 따위를 그림을 많이 그렸다. 안에는 색 도화지를 잘라 넣었다. 내 세대 경험이다. 요즘 아이들에게 당연히 겪었을 거라고 단정해버렸다. 결론은 거의 제대로 해보지 않았다는 사실!

풍요 속의 빈곤이다. 좋고 편한 물건을 쉽게 구할 수 있는 ‘풍요’는 누렸지만 제 손으로 만든 경험에는 ‘빈곤’ 해졌다. 풍요한 것을 사서 하기보다 빈곤함을 채우는 방법이 필요하다. 그래서 스스로 해보기가 중요하다. 오히려 잘 됐다.


“내일은 담임선생님께 한 장, 아버지께 한 장, 어머니께 한 장, 친구에게 한 장, 자신에게 한 장! 모두 다섯 장 만들기로 하자!”

어제 준비물 안내를 하면서 건넨 말이다.

“에이, 그냥 내가 알아서 하면 안 돼요!”

“꼭 보내야 해요?”

약간은 불만과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

“안 돼!”

단호하게 잘랐다. 그래서 오늘 다섯 장 정도 만들 준비했다.

“선생님, 꼭 다섯 장 다 해야 해요?”

“부모님은 한 장으로 묶으며 안 돼요?”

“꼭 나에게도 보내야 해요?”

오늘 또 묻는다.

“선생님이 어제 다섯 장 만들라 했지. 그냥 준비하라 했으면 달랑 한 장만 만들려고 했을 거야. 그래서 건넬 사람도 정해 주었지. 이렇게 하자. 일단 나한테 한 장은 필수! 너희 카드는 몇십 년이 지나도 꼭 간직할 거야. 나도 보지만 여러분도 나중에 볼 수 있도록 가지고 있을게. 다음 또 한 장은 다른 반 선생님께 보내자. 다음은 부모님 거다. 이번 기회에 직접 그려보자. 나머지 한두 장을 스스로 정해 봐라.”


다른 반 선생님께 적어도 한 장씩은 보내드릴 수 있도록 손을 들어서 정했다. 정한 사람은 꼭 보내고 손들지 않은 사람은 적히지 않아도 찾아가서 건네 드리라고 했다. 다 만든 아이는 쉬는 시간 직접 건넸다.

“아, **반 선생님이 고맙다고 칭찬했어요.”

“**반 선생님이 감동이라고 말했어요.”

“***반 선생님이 안아 줬어요.”

카드를 건넨 아이들 얼굴은 싱글벙글 이다.

따스하고 풋풋하다. 사람 냄새가 느껴진다.

칭찬은 참 좋다. 막연하고 입에 발린 말이 아니다.

예상치 못한 선물과 칭찬은 건네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둘 다 기쁘게 한다.

주고받는 정겨움과 애정의 향기. 이게 오늘 크리스마스카드 만들기의 목표다. ‘만들기’가 목적이 아니었다.

주고받으면서 생겨나는 뿌듯함과 보람. 그 맛을 아는 기쁨. 사는 맛이다. 관계 맺음의 즐거움이다. 사람을 따뜻하게 한다. 이래야 우리 사회도 따뜻해진다. 서툴러도 못해도 정성과 노력의 산물은 따뜻한 연료가 된다. 자기가 주지만 마음으로 되돌려받는다. 서로의 마음을 데운다.

 

 

담임한테는 꼭 쓰라 했다. 담임 포함해서 아무 선생님께 쓰라 했으면 친구들 눈치 보며 안 쓰거나 못 쓰는 애들이 생긴다. 눈치받거나 입에 오르내리기 싫어 아무한테도 건네지 못한다. 그래서 욕(!) 얻어먹더라도 필수로 정했다. 이럴 땐 좀 뻔뻔해야 한다. 당당하게 주라고 한다. 담임이니까 가능하겠지.^^

하나씩 펼쳐 보았다. 역시 진솔한 사연이 담긴 카드가 많다. 아무 선생님에게나 쓰라 했다면 내지 않았을 것이다. 다 같이 할 때 묻혀서(튀지 않아서) 그 속에 진심을 드러낸다.

땀 흘려 일하고 샘처럼 맑게 살자



Posted by 참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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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샘학급살이통신문 346 덕정초 46

2013.12.23.

크리스마스의 추억

아침부터 빙 둘러앉았다. 동그랗게 만들 마주 보았다.

“오늘은 크리스마스의 추억이란 주제로 이야기 한 번 하려고 합니다.”

국어 마지막 단원에 희곡이 나온다. 크리스마스 캐럴이다. 책과 영화도 있다.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크리스마스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했다.

별다른 추억이 없다면 크리스마스에 대한 생각을 말하면 된다.

“음, 저는 3학년 때 자다가 엄마 아빠가 이야기하는 것 보고 산타할아버지가 없는 줄 알았어요!”

“저는 유치원에서 무슨 선물을 가져오라고 했는데 그게 나중에는 우리 선물로 되더라고요.”

“그냥 크리스마스 전날에 텔레비전에 ‘나 홀로 집에’라는 영화를 본 기억에 밖에 없어요.”

“음, 그냥 피시 방에서 놀았어요. 3학년 때부터일 걸요.”

“식구들끼리 따로따로 놀았어요.”

“크리스마스라고 따로 놀러 간 적은 없어요.”

“한 번은 다른 집은 어디를 놀러 가는데 우리 집은 왜 안 가느냐고 물었다가 아빠가 가자고 해 갔는데 시골집이었어요.”

이야기가 하나씩 풀려 나온다. 이야기 사이사이 질문도 던졌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아 본 사람?”

“집에만 있었던 사람?”

“놀러 간 사람?”

“어른이 되면 산타할아버지가 없다는 사실을 미리 알려 줄겠다는 사람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아본 아이는 전체 1/3 정도다.

어른이 되면 아이가 비록 산타할아버지가 없다는 것을 안다고 해도 선물을 챙겨 주고 싶은 사람이 반이다. 처음부터 없다는 것을 일러 줄 거라는 의견도 반이다.

가족 행사를 하는 가정은 1/3 정도다.

생각보다 적다. 대부분이 뭐라도 할 줄 알았는데 텔레비전과 게임이 반이 넘었다.

이제 학예회와 학급문집 글 모음도 마무리되었다. 방학 전 며칠 동안은 이렇게 둘러앉아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할 것이다. 해마다 그랬다. 한 가지 주제를 잡아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것이다. 예전은 ‘나만의 공부법’, ‘독서법’, ‘살아가는 방법,’ ‘중학교 가서 하고 싶은 것’ 따위로 많은 이야기를 했다. 올해는 ‘크리스마스의 추억’으로 시작이다.

내일은 크리스마스이브이다. 영화 보고 나서 내일 카드 만들기를 안내했다.

각종 언론 매체에서 크리스마스 노래가 들려온다. 울린다. 화려한 조명과 풍요로운 여가 생활 모습이 비친다. 신문, 라디오, 텔레비전에서 가득하다.

하지만 현실이 다 그렇지 않다. 아직도 텔레비전이나 피시방에서 연말 가요 및 연예 대상 프로그램을 보며 구경꾼이 되어 방을 지키고 있다.

‘크리스마스 캐럴’ 영화를 보았다. 몰입한다. 진지하다. 올해 애들은 더욱 영상 매체에 잘 빠진다.

다 보고 칠판에 이렇게 썼다.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이다.

‘문학은 삶, 재미, 감동이 있다. -> 삶을 바꾼다. ->미래가 보인다.’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것은 현재다. 바꾸지 못할 미래라면 희망이 없다. 무슨 낙으로 살 것인가. 스쿠르지가 자기 미래를 보고 영령에게 기회를 주라고 외친다. 바꿔보겠다. 이제 바꿀 수 있다. 그래서 현실로 돌아온 스쿠르지는 삶이 바뀐다. 바꾼다. 즐거워지고 행복하게 베풀며 산다. 베푸는 기쁨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게 결국 자기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문학 작품에는 삶이 있다.

내가 살지 못한 삶, 나도 그렇게 살 수 있는 삶, 저렇게 살 수도 있는 삶, 저렇게는 살지 말아야 한다고 여기게 하는 삶이 있다. 우리 삶은 하나다. 여러 인생을 살 수 없다. 겪을 수 없다. 오직 이 세상에 하나뿐인 인생이다. 직접 겪어보지 못하니까 이런 문학 작품으로 다른 삶을 느껴본다. 공감해 본다.

그게 재미다. 끝까지 읽어 내는 힘은 재미가 있어서 그렇다. 문학 자체가 재미있기도 하지만, 자기 이해의 폭이 넓어서 재미를 더 진하게 느낄 수도 있다.

삶에 대한 성찰과 재미, 여기에 감동까지 덧붙어 우리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그 뭉클함이 우리 삶을 바꾸는 힘이 된다. 올바르고 진실한 삶의 길을 안내한다. 미래가 보인다. 미래를 밝힌다. 책이 사람을 바꾼다는 말이 여기서 나오지 않았겠나.

그냥 재미만 보고 사라지는 구경꾼 소비자는 되지 말아야 한다. 무엇을 보고 듣더라도 그게 내 삶을 가꿀 기회와 용기, 힘을 얻었다면 얼마나 보람찬 하루가 되겠는가?

어제 내가 무엇을 했기에 오늘 지금 여기 있는가?

오늘 나는 무엇을 해서 내일 어떻게 되겠는지 되새겨보자.

곰곰이 생각하게 하는 하루였다.

땀 흘려 일하고 샘처럼 맑게 살자

 



Posted by 참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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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샘학급살이통신문 345 덕정초 45

2013.12.20.

 

학급문집3, 설문과 글모음

 

학급문집에 실릴 글과 자료가 하나하나 모인다.

학급 일지, 자기 일기 10편 이상, 기억에 남는 일, 손 글로 쓴 시, 꿈을 이룬 나에게 쓰는 편지, 내가 이루고 싶은 것을 모았다.

수업 시간에 챙겨 둔 것(기억에 남는 일), 꾸준히 평소에 쓴 것( 학급일지와 별표 일기), 공부한 것도 한 번 더 해서 다듬은 것(시 쓰기, 편지, 이루고 싶은 것) 따위가 있다.

이제는 마지막으로 한 해 동안 사건과 여러 추억을 설문하는 일이 남았다.

 

 

설문지는 지난 기수 문집에서 뽑아 본보기 글로 만들었다. 본보기 글을 보면 어떻게 써야 할지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다.

 

 

본보기 글을 참고 해서 자기 기억과 추억을 자세히 쓰도록 한다.

하루 시간을 준다. 집에 가서 해오라고 했지만, 복사물 그대로 서랍에 쑤셔 두었다가 아침에 와서 급하게 써 내려가는 녀석도 있다. 한두 낱말로 대충 빨리 긋는다.

정성 없이 쓴 글을 읽지도 보지도 않는다. 재미도 없다. 이런 글들이 모여 있으면 그 문집도 손을 대고 싶지도 않다. 하나하나 정성과 노력이 들어가야 한다. 하루 만에 안 되면 이틀, 사흘 동안 해야 한다. 지금까지 살아온 내 삶의 흔적을 남기는 일이다. 그것을 어찌 단 몇 분 만에 쓱싹쓱싹 해내겠는가? 한 번에 끝낼 일이 아니다.

 

 

설문을 다 한 아이는 컴퓨터실에 가서 누리집에 올린 제목에 댓글로 쓴 글을 올리라고 말한다. 이 말을 할 때쯤이면 반쯤은 아직 손도 안 대어서 즉석에서 급하게 쓰는 애들이 생긴다. 급하게 쓴 말은 대충 쓰기 때문에 별 재미도 추억도 없다. 안 봐도 다시 고치게 될 것이다. 한 번 썼다고 해서 완성된 게 아니다. 또다시 고치기를 되풀이할 것이다.

나중에 다 고치더라도 처음에는 일단 모두 참여가 목적이다. 다음은 고쳐야 한다. 고치는 과정이 피드백이다. 이때 아이들이 생각을 많이 한다.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모두가 다 썼으면 다음 날 고친다.

댓글을 보면 거의 내용이 비슷하다. 먼저 쓴 한 사람 의견 내용이 그대로 되풀이된다. 복사해서 붙이거나 베끼기도 한다. 한두 글자만 다르기도 하다. 다른 점을 찾는 노력보다 숙제한다는 생각(댓글을 다 다는 것)에 목적을 둔 글은 의미도 얕고 별 재미가 없다. 그래서 다시 해야 한다.

이런 설문에는 모든 참여와 함께 다양한 내용과 생각을 펼쳐지도록 분위기를 만들고 지도하는 것도 중요하다. ‘문집 책’이라는 결과물보다 만드는 과정이 중요하다.

‘우리 선생님 하면 생각나는 것은?’

라는 질문에 한 아이가

‘우리 선생님 점이다. 선생님 얼굴 오른쪽 눈썹 위에 점이 있는데…….’

라고 썼다면 그 뒤 아이는 점 이야기 말고 다른 이야기를 쓰게 한다. 또 점 이야기가 나오면 싫증이 난다.

설문 통계를 내는 게 아니다. 모든 사람 의견을 다 싣기 때문에 다양한 생각과 의견, 주장, 비판, 사건이 필요하다. 고민, 고민, 고민하면 생각이 나온다. 시간이 하루 이틀 걸려도 기다려보자. 이런 기다림은 필요하다. 꿋꿋한 원칙과 기준을 아이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다른 점을 보아야 한다. 또 다른 특징이나 사건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다른 친구 의견도 잘 보고 읽어야 한다. 모두가 다 다른 의견, 특징, 생각이었으면 한다. 일찍 생각해내는 아이가 유리하다.

 

 

‘☆☆☆은 ○○○이다.’라는 친구 이름을 정의하는 방식 설문도 했다. 앞 설문과 같이 이것도 되도록 모두가 다 다른 내용이어야 한다.

 

 

컴퓨터실에서 의견 칠 때 중복이면 지우고 다시 하도록 한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 의견이 없으니 그냥 써놓았다가 먼저 올린 사람이 나타나면 고칠 사람이 늘어난다. 방식을 알았으니 딴청 부리거나 떠들면서 게으를 부리면 손해다. 비슷한 생각이 많아서 생각할 시간이 길어진다.

 

 

댓글 의견 달기는 이렇게 지도하지 않으면 똑같은 의견만 되풀이되기 쉽다. 조심해야 할 일이다. 이렇게 글을 고치고 다듬는 시간이 더 들 수 있다.

친구에게 댓글 달 때는 주의할 점이 있다. 늘 장난치고 꾸중을 많이 듣는 아이에게는 좋지 않은 단점만 수두룩하고 달릴 수 있다. 그래서 되도록 장점을 찾는데 꼭 단점을 적어주고 싶다면 장점도 하나 먼저 쓰고 단점을 달도록 했다. 자꾸 생각하면 장점도 나온다.

 

 

그밖에 개인별로 쓰는 글을 게시판에 올린다. 빠지는 아이가 없도록 챙겨본다.

요즘은 이렇게 누리집에 각자 칠 수 있어서 글 모으기가 쉽다. 시간을 벌었다. 번 시간만큼 내용을 풍부하게 하고 고치고 다듬는 시간을 많이 가진다.

 

 

미술 시간 작품을 두 개씩 모았다. 누리집에 찍어 모아둔 사진을 새 이름으로 저장하고 포맷 변환하거나 용량을 줄이는 기능도 익힐 기회다. 프로그램도 소개하고 게시판 용량에 맞추어 올리도록 설명서를 만들어 주었다.

설명서를 줘도 읽지 않고 어떻게 올리는 지 묻기부터 하는 녀석이 있다. 그럼 단호하게 설명서 읽어보고 하라고만 한다. 읽지 않고 그냥 눈치껏 하는 습관이 붙어서 그렇다. 그래서 이럴 때는 불친절하게 한다.

세 번 정도 해보고 실수하면서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한 가지 정도 힌트만 던져 준다. 다 알려주지는 않는다. 고민 고민하여 어렵게 푼 경험이 없으면 나중에 다 잊어버린다. 고민한 만큼 뇌가 오래 기억한다. 이런 기술과 기능은 나중에도 자주 쓰이기 때문에 쉽게 익히면 안 된다. 고민의 과정을 겪어야 한다. 누가 대신해주는 것은 순간 위기만 넘고 자기에게는 남는 게 없다.

문집 글과 자료를 정리하고 다듬으면서 지금까지 배운 것을 많이 익히게 된다. 활용하는 경험의 시간이다. 막연한 지식이 현실이 되어 어떻게 쓰이는지 알아가는 과정이다.

 

땀 흘려 일하고 샘처럼 맑게 살자

 



Posted by 참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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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샘학급살이통신문 344 덕정초 44

20913.12.19.

 

나만의 명언 글자 디자인과 학예회 예행연습

 

이번 주 토요일이 학예회다.

기말고사 끝나자마자 학급에서 학예회 준비로 바쁘다. 6학년은 한 가지 더 붙었다. 학급문집 준비도 해야 한다. 어제까지는 시화 만들기, 오늘은 두 번째 나만의 명언 글자 디자인을 했다.

 

 

명언은 평소 아침 시간마다 한 문장씩 칠판에 적고 10분 정도 이야기 나누었다. 학급 누리집에도 올려 모아두었다.

 

 

국어 시간에도 나왔던 주제다. 학기말에 간단한 설문지 준비하고 나만의 명언 만들기를 한 번 더 했다.

명언 만들기는 국어 시간에, 글자 디자인은 미술 시간에 해본 과정이다.

한 해 마무리 차원에서 새로 하기보다는 지금까지 한 것을 모아 별점을 매겨보았다. 그리고 나만의 명언 만들기를 한 번 더 했다.

 

 

오늘은 그 명언의 글자 디자인을 했다.

요즘은 일찍 와서 문집 글과 그림을 챙기는 게 큰일이 되었다. 다 못한 아이들 챙긴다. 칠판에 써 놓는다. 자주 빠뜨리는 애들은 정해져 있다. 한 해가 지나가도 여전하다. 어쩔 수 있나, 올해는 이런 운명인 것을^^

 

 

인터넷에 떠다니는 이미지를 모아 간단한 학습지를 만들었다. 글자를 디자인한 그림을 모으고 아이들이 직접 만들 수 있게 만들었다.

 

 

우리 반 교훈도 즉석 해서 칠판에 꾸며 보았다. 그냥 하라고 하면 연필로 크게 길쭉하게 쓰고 마는 녀석이 있어서 꼭 이렇게 학습지와 본보기를 들어야 한다. 그래도 새겨듣지 않고 뭘 하냐고 묻는 녀석이 나온다. 이럴 때 귀여운 땅콩!

 

 

“선생님 이거 가지고 가서 봐도 돼요?”

예전에 쓴 자기 명언을 기억 못 해서 보잔다.

‘자기 명언은 외우고 있어야지.’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어휴, 그럴 수도 있지. 늘 요런 녀석이 있기 마련이다. 화를 내면 내만 손해다. 내가 화내지 않으면 옆에서 화를 내어준다. 그러면 내가 말린다.

“참아라. 그럴 수도 있지.”

“기다려주자.”

나이가 들수록 많이 하는 말이다.

 

 

글자 꾸미기는 국어 시간과 미술 시간에도 한 번 익혀서 금방 알아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런 활동은 안다. 감을 금방 잡는다. 정성껏 해보려는 노력이 문제다. 성격이 문제인 것 같다.

자기 꿈과 관련되기도 하고 앞으로 살면서 삶의 목표와 방향점이 된다.

 

 

어제처럼 다 만든 사람은 칠판에 붙인다. 그렇게 설명을 해도 큰 글씨로만 몇 초 만에 써내거나, 색 넣을 필요가 없다 했는데도 여전히 색으로 꾸미는 녀석이 나온다. 웃으면서 물끄러미 쳐다보고 다른 애들 것과 견줘 보고 다시 하게 한다.

이 작품은 스캔해서 삽화로 넣을 것이다. 글 사이사이 빈자리에 인터넷에 떠다니는 조각 그림이 아닌 자기만의 그림 글자가 될 것이다.

또 한 가지 더 준비했다.

지금까지 한 미술 작품은 모두 사진으로 찍어두었다. 오늘은 그 가운데 두 작품을 뽑아 게시판에 다시 올리게 했다. 문집에 실은 자기 미술 작품 고르기다.

아이들 미술 작품도 좋은 삽화가 된다.

문집에 담을 글과 그림을 차곡차곡 모으고 있다.

새롭게 만들기보다 평소 하던 것을 다시 해보거나, 했던 것을 고치고 다듬어서 완성한다. 맞춤법에 맞게 고치고 대충 그린 그림도 뚜렷하게 깔끔하게 한다.

교정과 수정 작업 과정이다. 처음 글 쓰고 그림 그리는 일만큼이나 중요하다. 학습의 효과도 크다. 피드백하니까 맛보기 식으로 그냥 넘어갔던 것도 제대로 하면서 익혀진다. 학습에서 ‘학’을 넘어 ‘습’하는 과정이다.

 

 

“재미없어요? 왜 그렇게 힘이 없어요. 근성으로 하는 것 같아요. 질서도 없고…….”

교장 선생님의 심사평(!)이다.

오늘은 학예회 예행연습을 했다. 우리 반은 무대에 처음 올랐다. 그동안 무대에서 많은 반이 연습해서 기회가 놓쳤다. 교실에서 연습하다가 오늘 처음 오른 무대.

춤을 추었는데 쑥스러워하고, 두리번두리번 머쓱해한다. 엉거주춤하다. 내가 봐도 딱 그렇다. 그렇다고 교장 선생님께서 마이크 잡고 그렇게 대 놓고 말씀하시니 썩 기분이 좋을 리 없다. 하지만 사실인 것은 어찌하랴! 그래도 애들이 듣는데…….

교장 선생님께서 마주 앉아서 노래 경연 대회 심사하듯이 책상에 앉아 보시고 한 말씀씩 남기셨다.

고개를 푹 숙이고 교실로 아이들이 들어온다. 정말 못했더라도 꼭 그렇게 말씀을 하실 필요는 없는데. 학급에서 나름으로 열심히 한 것인데.

다른 반과 견주면 안 된다. 아이마다 특성이 다르듯 학급도 다 다르다. 다른 것을 잘잘못의 관점으로 보면 안 된다. 나는 다름으로 보였는데 교장 선생님 말씀에는 ‘틀림’으로 보는 듯했다. 내가 오해를 했겠지.^^

나름으로 열심히 했는데 교장 선생님 말씀에 주눅이 들고 기운이 빠졌을까 싶어서 용기를 주고 위로하려고 말을 꺼낸다. 교실에 앉혀 놓고 한 녀석에게 물었다.

“**야, 아까 교장 선생님께서 어떤 말씀하시든? 어떤 기분이 들었어?”

“음. ‘재미없어요?’ 밖에 안 들렸어요. 소리가 울려서 무슨 말인지 몰랐어요!”

웅성웅성 다른 애들도 제대로 못 들었다고 한다. 첫소리만 듣고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고 한다.

‘헐!’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 녀석들은 아무렇지 않다. 말똥말똥하다. 나만 괜히 진지하게 걱정했다.

“자, 아까 찍은 영상을 보면서 이야기해 보자.”

영상을 보니까 들어가고 나올 때 무질서한 것, 춤출 때 머리 방향이 오락가락하는 것, 쑥스러워 고개 숙이거나 손으로 얼굴을 가리기, 옆 사람 보면서 따라하는 행동을 하나하나 짚어주었다.

반주 부분에는 손뼉 치면서 박자 맞추면 훨씬 낫다. 남자와 여자가 바뀌는 부분은 한 줄로 만들어 나가고 들어오게 했다.

앞엣것보다 맺고 끊는 행동이 힘 있어 보인다. 어른들은 이런 것을 좋아한다. 어른들을 위한 학예회다. 맞추기는 하겠지만, 아이들 재미와 흥미를 해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하루아침에 잘 안 되는 몸동작은 어쩔 수 없다.

들어오고 나가는 것, 눈을 앞 보고 하는 것, 춤추는 방향을 다 함께 맞추는 것, 동작 크게 하는 것,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우리 반은 노력한 것이다.

우리 반 아이들은 안다. 자기들끼리 ‘춤’을 정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용기이고 충분히 칭찬받을 만하다. 함께 맞추고 고치는 과정이 벌써 우리 반 학예회였다.

교장 선생님도 알 것이다. 이왕 하는 것 더 노력해서 학부모님에게도 멋진 모습 보여 드리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쓴소리 하기는 쉽지만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잠깐의 서운함이 있어도 그것을 우리 몸의 독으로 지니지 말고 발전 성장시키는 에너지로 바꾸는 삶의 지혜를 가지다. 노래에 맞춰 신 나게 춤을 추자. 우리 반 모두 흥겹고 즐거운 돼. 즐기자! 땀샘반 11기!

 

땀 흘려 일하고 샘처럼 맑게 살자

 



Posted by 참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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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샘학급살이통신문 343 덕정초 43

2013.12.18.

 

시화 만들기

 

시를 다 썼다. 사흘 정도 걸렸다. 주말에도 고치도록 했는데 오늘 마지막 한 사람까지 남겨서 다 했다. 이제 손 글씨로 시화 만들기다.

 

 

아침에 학교 오자마자 시화 만드는 과정을 칠판에 설계도 그리듯 써 두었다.

실제 종이로 직접 만들어 붙여 두었다.

 

 

크게 글씨 쓰기와 그림 그리기로 나뉜다.

글씨를 가지런히 쓸 수 있도록 종이 밑에 글자 칸이 비쳐 보이도록 모눈종이를 만들었다. 밑판용 종이와 흰 종이, 자기 작품, 연필, 지우개, 사인펜(볼펜), 그밖에 두꺼운 펜(검정)을 준비하게 했다.

 

1. 글씨 쓰기

 

 

글씨 쓰기에 앞서 자기 시가 몇 줄 나오는지 계산을 해봐야 한다. 오늘 준비한 밑판 종이는 모두 21줄이다. 연을 구분하는 빈 줄도 한 줄로 쳐야 한다. 10줄 정도는 한 줄씩 비우면서 쓰면 좋다. 10줄 이상이면 줄대로 쓴다. 21줄 이상이면 2단으로 한다. 한 줄이 너무 길면 자간을 좁혀서 써야 한다. 미리 줄 수를 계산해서 자리를 잡아야 전체 균형이 맞다. 쓸 자리가 잡혀지면 이제 연필로 시작한다.

 

 

흰 종이 밑에 밑판용 복사 용지를 댄다. 진한 네모 칸이 보일 것이다. 그 칸 안에 글자를 채우는 꼴로 쓰면 된다. 비친 칸에 맞춰 연필로 희미하게 쓴다. 연필 글은 나중에 지우개로 지울 것이다. 그래서 종이를 꾹 눌러 진하게 쓰지 않도록 한다. 너무 눌러 쓰면 지워도 흔적이 남는다. 보일 듯 말 듯 힘을 빼고 쓴다.

 

 

연필로 다 썼으면 다음에는 사인펜으로 덧글씨를 쓴다. 진해진다. 복사(스캔)하므로 글자가 뚜렷해야 한다. 글자 크기는 만들어준 밑판의 네모 한 칸에 가득 찰 정도로 크면 좋다. B5 크기로 만들 거니까 조금 줄어들 것이다. 지금은 A4로 하고 있다. 이때 오래 써서 몽탕해진 사인펜은 너무 진하게 나오거나 번져서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연습장에 한 번 써보고 사용한다. 연필 두께에서 조금만 저 두꺼우면 좋다. 뚜렷하게 보일 정도.

 

 

이제 다 썼으면 지우개로 연필 자국을 지운다. 칸에 맞춰 쓴 글자가 가지런하고 보기 좋게 드러난다. 이쯤 되면 뿌듯한 마음도 함께 드러난다. 여기까지 글씨 쓰기가 마무리된다. 간혹 한두 글자가 틀렸거나 번져서 처음부터 다시 쓰기가 버거울 때가 있다. 이때는 수정용 화이트를 쓰는데 물약형태보다는 밴드형으로 밀어붙이는 꼴이 좋다.

 

2. 그림 그리기

 

이제 빈자리에 그림을 그리면 된다.

시 내용을 보고 어울리는 장면을 그린다. 연습장에 미리 그려보고 그린다. 실컷 글씨를 잘 써 놓았는데 바로 그 위에 그림 그리려다 실수하면 다시 처음부터 해야 할지 모른다. 늘 조심해야 한다. 번지거나 실패하면 처음부터 다시!

 

 

한 번에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아 지우다 그리기를 되풀이하다 보면 종이가 더럽혀지기 쉽다. 그래서 미리 다른 종이에 그려본다. 그려보고 원본에 다시 보고 따라 그린다. 덜 실수할 것이다.

 

 

바로 그릴 자신이 없으면 그리고 오려 붙이는 방법도 있다. 그림도 글씨처럼 연필로 희미하게 그린 뒤 사인펜이나 볼펜으로 덧칠해서 뚜렷하게 한다.

 

 

아이마다 완성되면 칠판에 붙인다. 늦는 아이들이게 긴장감을 준다. 아직 ‘감’을 못 잡은 아이들에게 참고 자료가 된다.

갑자기 한 곳에 옹기종기 모여서 시끄럽다. 무엇을 하나 보니 그림 잘 그리는 여자애한테 한 그림 받으려고 줄을 섰다. 스케치만 해주면 그 위에 덧그림으로 완성하려고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평소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잘 그리는 우리 반 예지가 바쁘다. 거절 못 하고 다 그려준다. 모른 척했다. 남자애들이 여자들 앞에 서서 이럴 때는 꼬리도 내리고 말도 부드러워진다. 녀석들^^

 

 

다 했다. 전체를 붙여 놓고 보니까 글씨가 좋다. 뿌듯하다. 다른 반에도 알려서 보러 오게 했다. 다른 반 아이들도 할 것이니까 미리 보면 빨리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실수를 최대한 줄일 수 있으리라 믿는다. 두 반이 보고 갔다.

 

 

이제 이 작품들을 모아서 무거운 책 밑에 깔아 두었다가 스캔해야 한다. 방학 때 스캔해서 파일로 만들어 문집에 넣을 것이다. 잔잔한 흠이나 자국은 그때 지우면 된다. 방학 전에 한 가지 작품은 이렇게 준비했다.

 

땀 흘려 일하고 샘처럼 맑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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