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2호> 2013년 9월 16일
수학 회전체 단면 자르기, 찰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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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은 날짜: 2013년 09월 16일 오후 9:55"
회전체 단면을 잘라 보는 수학 시간. 작년에도 똑같은 찰흙으로 입체 도형을 만들어 단면을 잘랐다. 개별은 시간이 오래 걸려서 올해는 모둠으로 시켰다. 
완성하면 올려놓을 종이는 코팅했다. 신문지와 찰흙은 둘, 모둠원이 다섯이면 세 개. 반을 잘라서 개인별로 나눈다. 원기둥, 원뿔, 구를 각 세 개씩 모두 아홉 개를 만든다. 완성한 입체도형을 회전축을 포함하게, 수직이게, 포함도 수직도 안 되게 자른다. 자른 것을 코팅한 종이에 올린다. 여기까지 오늘 할 일. 
모두 아홉 개를 만들어야 하니까 한 사람에 둘 또는 셋 정도 만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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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은 날짜: 2013년 09월 16일 오후 9:55"
입체도형을 자를 도구로 작년까지 낚싯줄을 썼다. 가늘수록 좋다. 굵으면 찰흙이 뭉개진다. 오늘 미처 준비하지 못해 즉석해서 코팅된 부분 잘라서 주었는데 뭉개졌다. 실이 있나 뒤져봐도 없다. 무엇으로 자를까, 자를만한 다른 게 뭐가 있을까 궁리하다가 그래 맞다, 머리카락, 머리카락으로 해보았더니 딱이다. 아이들이 “아!”하면서 소리를 내지만 웃으면서 하나씩 뽑아주었다. 긴 머리카락 여자애들 것이 좋다. 미안하다. 애들아! 웃으면서 거부하던 녀석들도 결국 뽑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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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그림의 이름: 322_05.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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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은 날짜: 2013년 09월 16일 오후 10:14"
모둠별로 하니 시간을 많이 아껴서 좋았다. 25분 정도 만들고 10분 기록 정리했다. 되도록 찰흙은 남지 않게 다 쓰게 한다. 안 그러면 어느새 만들기 시간이 돼버린다. 장난치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끝나고 나서 모둠에서 한 덩이로 뭉쳐 비닐로 싸서 다시 모은다. 다른 반도 그대로 쓰면 좋다. 이런 활동하고 뒷수습하는 시간에 만만치 한다. 이런 시간까지 계산하지 않으면 한 판 벌린 미술 시간 같아 청소도 10분 훌쩍 넘기기 쉽다.
입체도형과 회전체가 나오는 단원 직감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손작업(!)을 하지 않아도 교과서 문제에 답을 맞혀 넣을 수 있다. 자르는 단면 가운데 비스듬히 자른 단면을 아이들이 많이 헷갈려한다. 순간 답을 찾는 듯하지만 단기 기억으로만 스쳐가서 잊어버리기도 싶다. 몸으로 겪으면서 나름의 의미기억이 몸으로 묻었으면 한다. 회전축을 품는다는 말과 회전축에 수직이라는 말뜻을 자꾸 되새겨야 한다. 이 말들을 잘 살피지 못해서 경험하고 문제가 나오면 자주 틀린다. 직접 만들어 잘라보며 몸으로 부대껴보는 공부가 오늘 공부의 핵심이다.
국어 면담, 옆 반 선생님과 함께 국어 2단원 첫 시간, 교과서에는 유명인의 인터뷰 영상을 보고 면담의 특성을 알아보는 내용이 나온다. 작년에는 새내기 선생님과 함께 면담했다. 오늘은 바로 첫 시간부터 전담으로 수업이 빈 다른 반 선생님을 모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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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은 날짜: 2013년 09월 16일 오후 12:49"
붙임 종이를 쉬는 시간에 나눠주었다. 선생님을 모시기 전에 질문 거리를 만들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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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그림의 이름: 322_06.jp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750pixel, 세로 228pixel
사진 찍은 날짜: 2013년 09월 16일 오후 12:49"
그냥 묻고 싶은 것 적어보라면 연예인 사생활 캐기 같은 질문이 많다. 기준이 없다. 작년에도 그런 질문이 나와서 시간을 많이 잡아먹었던 적이 있었다. 나올만한 큰 주제를 나눠보았다. 개인 신상, 직업, 삶, 꿈과 미래로 크게 나눴다. 나이와, 키, 몸무게, 좋아하는 음식과 같은 것은 개인 신상이나 취미다. 이런 질문은 몇 개만 간단히 내가 물어볼 것이다. 아이들한테는 되도록 이런 질문을 빼도록 부탁했다. 직업은 교사이니까 교사가 왜 되었는지, 어떻게 된 것인지, 무슨 공부를 해야 하는지와 같은 정보를 캐묻는 질문이다. 삶이란 살면서 힘든 점, 어려운 점 따위를 묻는다. 꿈과 미래는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무엇이라면, 무엇이 된다면?’과 같은 물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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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그림의 이름: 322_08.jp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750pixel, 세로 482pixel
사진 찍은 날짜: 2013년 09월 16일 오후 13:01"
각자 한 가지씩 적어내고, 질문이 다 끝나면 더 묻고 싶은 것은 손들어서 묻기로 했다.
사회는 내가 본다. 사회 보는 방법도 익힐 겸 본보기를 보이는 셈이다. 나중에 모둠끼리 면담을 다 해야 한다. 들을 때는 질문 내용과 답을 적어가면서 들어보라고 했다. 아이들 질문 거리를 모았다. * 살면서 힘들었던 적이 있었나요? * 선생님의 첫 사랑은? * 왜 선생님 했나요? * 만일 선생님이 말고 다른 직업을 가진다면 무슨 직업을 가지고 싶나요? * 선생님을 하게 된 계기는? * 언제부터 선생님이 되고 싶었어요? * 선생님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신 적은 언제인가요? * 선생님이 왜 되었나요? * 선생님이라는 직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선생님의 장점과 단점은? * 선생님이 되기 위해 무엇을 했고 왜 했나요? * 선생님으로 살면서 닥친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 선생님은 2반 애들 가르치면서 누가 제일 좋으세요. * 선생님이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 정년퇴직한 뒤에 무슨 일을 할 것인가요? * 선생님을 한 지 몇 년 되었나요? * 올해 연세가? 결혼은? * 대학교 어디 나왔어요? * 선생님 말고 다른 직업 하고 싶어요? * 만약 이 학교에서 잘리면 어떤 학교로 갈 것인지, 아니면 선생님 직을 포기할 것인 * 만약 꿈이 선생님이 아니라면 어떤 꿈을 이루겠습니까? * 선생님은 아이들과 지내는 시간 동안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을 갰습니까? * 은퇴하실 거면 뭘 하실 건자요? * 할아버지가 되시면 무엇을 하고 싶으세요? * 살면서 후회했던 일은? *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적은 언제이고 왜 힘들었는지 자세히 말해주세요. * 살면서 가장 좋았던 적? * 어렸을 때 성적은 좋았나요? 
질문을 하나하나 묻고 답하면 면담했다. 질문에 내 의견도 덧붙이거나 깊이 있게 더 가지를 붙인 질문으로 뻗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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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그림의 이름: 322_11.jp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750pixel, 세로 735pixel
사진 찍은 날짜: 2013년 09월 16일 오후 13:11"
답한 질문은 칠판에 넷으로 나눠 붙였다. 어떤 종류의 질문을 했나 알 수 있다. 한눈에 들어온다. 역시 자신들이 만든 질문이라 뚫어지게 보고 듣는다. 재미있다. 어떤 답일까 궁금해 하는 눈빛이 평소와 다른 호기심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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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그림의 이름: 322_10.jp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750pixel, 세로 277pixel
사진 찍은 날짜: 2013년 09월 16일 오후 13:04"
쪽지로 쓴 질문을 마쳤다. 이제 손을 들어서 마음껏 물어보는 시간. 잠시 머뭇거리다. 한둘 씩 묻는다. “선생님 반에 ***가 있는데 마음에 들어요?” “전담 선생님 가운데 누가 가장 마음에 들어요?” 이런 질문들이 나온다. 일단 질문을 받고 덧붙여 말해준다. 개인 신상, 특정 인물을 꼭 짚어서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해주고 ‘어떤 아이가 마음에 드는가.’ ‘어떻게 가르치는 선생님이 좋은가요?’ 라고 고쳐서 물었다. 이렇게 고쳐서 묻겠다는 것도 안내했다.
마음껏 묻는 편안한 분위기가 되다 보면 특정 개인의 비교나 성적 매기기 같은 질문이 나오기도 한다. 당사자들이 알면 껄끄럽다. 개인적인 인격이나 인권 문제도 생길 수 있다. 이런 정도까지는 마음에 담아주어야 한다. 하지만 묻고 싶은 욕구가 그런 마음을 덮을 수 있다. 그래도 좋다. 일단 어떤 질문이든 말하면 된다. 그 뒤 실수하거나 적절하지 못하면 그때 가서 일러주면 된다. 그게 배움이다. 두 번 실수 하지 않으면 된다. 내가 노리는 게 이런 상황이다. 아이들이 실수하게, 그런 상황에서 바로 잡아두어야 마음에 바로 와 닿는다. 살아 있는 체험이다. 이게 바로 면담을 준비할 때 고려하고 주의할 점이다. 해보면서 찾아간다.
다음 시간에 특성과 준비할 때 고려할 점, 주의할 점을 배운다. 오늘 경험이 좋은 본보기이었으면 한다. 다음에는 여 선생님을 한 분 모셔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