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2.13. 학예회 준비와 교사 성장
학예회 준비로 바쁘다. 학예회도 교사의 성장만큼이나 진화하는 듯하다. 그 진화가 가치 있는 쪽인지 아닌지는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통신문 216호(2011년)에 ‘학예(學藝), 학외(學外)’란 제목으로 쓴 글이 있다. 아래에 덧붙여 두었다. 한번 읽어보았으면 한다.
“선생님, 올해는 학예회 때 뭐 해요?” “학예회? 음, 왜 선생님한테 물어?” “선생님이 정해주는 거 아니에요?” 지금까지 늘 그래 왔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말한다. 올해도 마찬가지 질문을 받았다. “학예회는 너희가 하니까 너희가 정하고 짜고 맞추어봐!”
학예 준비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전시 종목과 발표 종목이다. 여기에서 ‘종목’이란 말이 붙는다. 벌써 무슨 대회나 경쟁이 의미가 붙었다. ‘학예회’를 보는 관점과 목표에 따라 준비 과정이 달라진다. 아이 작품 결과에 초점을 맞추는 ‘평가 목표’이고, 그 과정을 겪게 하는 것은 ‘학습 목표’라 할 수 있다.
평가 목표는 주로 교사(어른) 중심이다. 교사(어른)가 작품 주제와 내용, 준비를 다한다. 아이들을 따라 하기만 하면 된다. 시킨 대로 그리고 쓰면 된다. 그래서 똑같은 그림을 복사 색칠하기나, 색종이 접기, 부채춤, 카드섹션과 같은 작품이 나온다. 작품 결과가 교사(어른)의 눈과 마음에 들 때까지 반복 연습한다. 이렇게 하면 작품의 질이 좋아질 수 있겠지만, 아이들 개성이 드러나지 않는다. 개인보다는 단체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자기 작품에 대한 애정이 얕을 수 있다.
학습 목표는 주로 아이들 중심이다. 아이들이 주제와 내용, 준비를 다 한다. 의논하고 짠다. 결론이 쉽게 나지 않아 처음에는 어려움을 겪지만, 책임감과 자율성이 길러진다. 주로 춤, 개그, 연극 같은 것을 방송 프로그램 패러디 작품이 많기도 하다. 때로는 어른 눈에 작품의 질이 떨어지는 듯 보이기도 하지만 모든 아이의 자발적 참여가 돋보여 책임감과 보람이 크다. 준비 시간이 많이 긴 것이 단점이다.
학예회를 치르며 교사도 함께 커간다. 진화한다. 딱히 내세울 재주나 주제가 없어서 아이들에게 맡겨버리는 일도 있다. 또는 다른 반과 비교가 되어서 평가 목표 중심으로 복사물 색칠하기식이나 흉내 내기를 하기도 한다. 그러다 몇 해 학예회를 겪다 보면 보고 들은 경험이 쌓인다. 몇 해 동안 교사 중심 학예회로 이어진다. 나름 좋은 작품과 기획, 아이디어가 쌓이면서 아이들을 지시하고 조식, 관리, 감독하는 ‘학습(학예) 관리 능력’을 키워진다. 평가 목표가 짙어진다. 이런 시점에 머물면 ‘평가 목표’에 벗어나지 못한다. 아마 이러면 겁주고 소리 지르고 짜증 내는 횟수가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과정을 밟는 ‘학습 목표’로 발전하기도 한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과정에 참여하여 아이들 자체 성장에 목적을 두는 일이다. 아이들 개성이 드러나고 차이가 난다. 이 차이점을 잘잘못과 수준의 차이점으로 보면 안 된다. 현재 아이들 성장 단계에 최대의 노력 결과물로 여기고 칭찬과 격려가 따라야 한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면 또 발전해나갈 것이다. 못한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하다가 포기해버리면 앞으로도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학습 목표는 이런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는 일이다. 비교 평가 관점으로 보면 실망과 질책이 따른다. 그래서 아이나 어른 모두 작품 보는 올바른 ‘눈’이 필요하다. 그것을 교육해야 한다. 자기 성장 발달에 맞는 수준임을 인정하고 보아야 한다. 또 비교 평가는 비교를 당해 주눅이 들거나 작품을 버렸다, 실패했다고 포기하거나 의욕도 꺾이기도 한다. 그래서 아이나 어른 모두 성장의 기쁨과 기회 참여 노력에 대한 격려와 칭찬이 중요하다. 어른도 공부가 필요하다. 
요즘은 평가 목표와 학습 목표를 함께 고려하기도 한다. 주제나 할 거리를 함께 정하고 내용은 아이들이 채워간다. 예를 들어 춤, 연극, 노래, 합주 따위를 써 놓고 장단점과 우리 반이 할 수 있는 것, 한다면 어떤 것들을 할 수 있는지 깊이 있게 알아보고 나서 정하고 내용과 준비 연습은 아이들끼리 맡아서 한다. 준비과정에 다툼이나 혼란스러울 때 교사가 한 번씩 의견을 내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도 한 가지 의견일 뿐 결정은 아이들이 한다. 결과를 존중해준다. 때로는 장난 같지만 않다면 교사의 의견을 무시한 것에 기쁨도 느낀다. 스스로 정한 규칙과 방법은 스스로 지킨다. 책임감이 따른다. 스스로 선택을 즐긴다. 이 과정에서 의견 다툼이 일기도 한다. 차라리 교사가 차고 이끌면 더 효과적이고 빨리 해결할 일인데 아무것도 못하고 머물러 있기도 한다. 믿고 기다려야 한다. 한 가지 결정을 위한 고통이다. 껍질을 깨기 위한 과정이다. 대신해 줄 수 없다. 이런 과정이 학습 과정이고 학습 목표다. 작품 결과(평가 목표)보다 모두가 참여하는 맞추어가는 과정(학습 목표)이 중요하다. 아이들 곁에서 준비 시간을 관리해주면 된다. 꿋꿋한 마음과 느긋한 기다림이 필요하다.

...............................................................................................................................................................................[땀샘통신문216호] 2011.11.19 학예(學藝), 학외(學外) 학예회를 마쳤다. 한 주일 남짓 바빴다. 선생님들이 바빴을까, 아이들이 바빴을까? 무엇을 하느라 바빴을까? 학예회란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 인터넷에서 학예회를 뜻을 찾았다.
학예회 ● <교육> [같은 말] 학습 발표회(학생의 예능 발표와 학예품 전시를 주로 하는 특별 교육 활동). ● 학교(學校)에서 예능(藝能) 발표(發表)나 학예품(學藝品)을 진열(陳列)하여 일반(一般) 사람에게 구경시키는 모임 ● 학예회: 學 배울 학, 가르칠 교, 고지새 할 藝 재주 예/심을 예 會 모일 회
학예회란 배우고 익힌 예능을 전시하고 보여주는 일이라고 해석해도 되겠지. 좀 더 해석을 의미 있게 바꾸어보면 학예(學藝)를 배우고 익힌 것을 예술적인 작품과 공연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해도 좋지 않을까? 학외(學外)란 말은 내가 만들어 보았다. 배우고 익힌 것이 아닌 다른 것, 바깥에 있는 것을 말한다. 학예회에서 보는 공연이나 전시가 학예일까, 학외일까 생각해봤다. 모두가 학예이면 재미가 없을 수도 있겠지, 모두가 학외일 때는 장기자랑만 있어서 너무 상업적이고 교육적이지 못하는 말도 할 수 있겠다. 해마다 치르는 학예회를 보면서 언제는 학예가 되었다가 언제는 학외가 되기도 한다. 학교마다 분위기가 다르다. 교사들 구성에 따라서 관리자들의 뜻에 따라서 바뀌기도 한다.
1. 공연 공연에는 춤, 노래, 합주, 합창 여러 가지 있다. 갈수록 무대 장치, 의상이 발전하고 있다. 빌린 화려한 옷과 무대 배경으로 댄스에 곡에 맞추어 흔들어대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귀엽다고 손뼉을 친다. 무슨 내용, 어떤 주제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냥 머리, 다리, 엉덩이를 흔들어대는 모습에 모든 것이 파묻혀 버린다. 손뼉을 치고 좋아하고 격려한다. 그럴수록 아이들은 그게 잘하는 것으로 여긴다. 더 크게 흔들고 더 눈에 띄는 옷과 과장된 동작. 시간을 내어 연습한다. 뿌듯한 자신감도 가진다. 고학년이 되면 최신 인기 가요에 맞추어서 어려운 동작도 흉내 낸다. 최신곡일수록 사람들 눈을 사 잡을 수 있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가수를 최대한 닮게 비슷할수록 학부모의 환호와 손뼉 소리가 커진다. 동작이 조금 틀려도 된다. 음악 자체가 흥겨우니까, 눈에 익힌 몸동작이 나오면 더 환호를 보내고, 하지 못한 아이들은 부러워하기까지 한다. 무대 위 올라 모든 눈길을 한 몸에 받는 기분, 그런 느낌을 ‘자신감’으로 여긴다. 교과 시간 학습 시간에 배울 필요 없다. 공부 빨리 마치고 음악을 틀어놓고 연습을 해야 한다. 하고 싶어서 하는 연습이라 아이들이 잘 뭉쳐진다. 때로는 선생님도 흐뭇해한다. 이런 것도 필요하겠지. 큰 음악에 화려한 의상, 마구 흔들어대는 춤, 몇몇 끼 있는 아이들의 과장된 행동, 몸 개그, 흐트러짐, 실수에 큰 호응이다. 이런 것이 재미라고 학습되는 것 같다.
2. 전시 1) 색칠하기 학예 전시에서 가장 화려하고 눈에 드러나는 것이 색칠한 작품들이다. 이 작품들은 빨리 만들 수 있다. 교사가 일정모양을 프린터만 해주면 아이들은 그대로 색만 골라서 칠하면 된다. 꼼꼼하게 칠하는 게 지도를 많이 했겠지요. 

주로 저학년이 많고, 고학년은 좀 복잡한 것이 있다. 굳이 교과 과정 속에 익히기보다는 어는 학년 누구나 빨리 준비할 수 있다. 교사가 아이디어를 내고 아이들은 색만 칠하면 되는 것이다. 다된 작품에 이름표도 프린트해서 붙인다. 학예회 전날 교사는 이름과 제목 틀을 꾸미는데 신경을 많이 쓴다. 아이들은 다 보내고 나서. 학예일까? 학외일까?
2) 꾸미기 색종이 작품 또 화려하게 눈에 띄는 것이 색종이 작품과 갖가지 꾸미기 작품이다. 똑같은 형태만 주고 아이들이 따라 해보도록 한다. 아이들은 색상을 선택만 하면 된다. 이것도 짧은 시간 준비할 수 있다. 물론 색칠하기보다는 시간이 좀 더 걸린다. 잘 만들지 못하거나 늦은 아이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개성이 드러나 보이지 않는다. 차이점을 감추는 방법이기도 하다. 왜 그런 색을 했는지 마음 닿는 데로 만들 수 있다. 작품에 대한 설명은 없다.

꾸미기 작품 가운데서도 주제를 주고 개성이 드러나는 작품도 있다. 위 얼굴 동물 얼굴 만들기를 한 모양이다. 동물 얼굴을 선택하는 것이 아이들이 고민할 것이다.

위 꾸미기 작품은 골판 종이와 사포에 그리기다. 큰 주제 속에 자기가 표현하고 싶은 이야기가 드러났다. 아이들 작품에 이야기가 담긴다. 물론 그 이야기가 갑작스럽게 보여주기보다는 자기 삶이 담긴 것이 더 좋겠지. 똑같은 재료로 내용은 아이들이 생각하는 것. 이것은 학예일까, 학외일까?
3) 주제별 큰 주제만 주고, 재료와 내용을 아이들 정하게 한다. 가을 풍경 만들기, 재미있었던 것, 시화 만들기는 아이들이 결국 비슷한 재료를 썼지만, 아이들에게 큰 재료와 내용을 마음껏 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읽거나 생각할 거리를 던져줄 수 있다. 오래 걸리고 여러 번 고치고 다듬는 과정이 필요하다. 교과 학습의 한 부분을 더 깊이 있게 해서 나중에 학급문집에도 실어도 좋겠다.


되짚어 보았다. 무엇이 좋고 나쁨을 떠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할 듯하다. 평소에 가르치고 배우고 익힌 것을 예술로 승화하며 표현하게 하는 것이 기본이고, 한두 개씩은 아이들 ‘끼’를 드러내도록 장기자랑과 같은 것도 곁다리로 필요할 듯하다. 어떤 것이 중심과 초점을 두어야 하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