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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13.12.19.

 

나만의 명언 글자 디자인과 학예회 예행연습

 

이번 주 토요일이 학예회다.

기말고사 끝나자마자 학급에서 학예회 준비로 바쁘다. 6학년은 한 가지 더 붙었다. 학급문집 준비도 해야 한다. 어제까지는 시화 만들기, 오늘은 두 번째 나만의 명언 글자 디자인을 했다.

 

 

명언은 평소 아침 시간마다 한 문장씩 칠판에 적고 10분 정도 이야기 나누었다. 학급 누리집에도 올려 모아두었다.

 

 

국어 시간에도 나왔던 주제다. 학기말에 간단한 설문지 준비하고 나만의 명언 만들기를 한 번 더 했다.

명언 만들기는 국어 시간에, 글자 디자인은 미술 시간에 해본 과정이다.

한 해 마무리 차원에서 새로 하기보다는 지금까지 한 것을 모아 별점을 매겨보았다. 그리고 나만의 명언 만들기를 한 번 더 했다.

 

 

오늘은 그 명언의 글자 디자인을 했다.

요즘은 일찍 와서 문집 글과 그림을 챙기는 게 큰일이 되었다. 다 못한 아이들 챙긴다. 칠판에 써 놓는다. 자주 빠뜨리는 애들은 정해져 있다. 한 해가 지나가도 여전하다. 어쩔 수 있나, 올해는 이런 운명인 것을^^

 

 

인터넷에 떠다니는 이미지를 모아 간단한 학습지를 만들었다. 글자를 디자인한 그림을 모으고 아이들이 직접 만들 수 있게 만들었다.

 

 

우리 반 교훈도 즉석 해서 칠판에 꾸며 보았다. 그냥 하라고 하면 연필로 크게 길쭉하게 쓰고 마는 녀석이 있어서 꼭 이렇게 학습지와 본보기를 들어야 한다. 그래도 새겨듣지 않고 뭘 하냐고 묻는 녀석이 나온다. 이럴 때 귀여운 땅콩!

 

 

“선생님 이거 가지고 가서 봐도 돼요?”

예전에 쓴 자기 명언을 기억 못 해서 보잔다.

‘자기 명언은 외우고 있어야지.’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어휴, 그럴 수도 있지. 늘 요런 녀석이 있기 마련이다. 화를 내면 내만 손해다. 내가 화내지 않으면 옆에서 화를 내어준다. 그러면 내가 말린다.

“참아라. 그럴 수도 있지.”

“기다려주자.”

나이가 들수록 많이 하는 말이다.

 

 

글자 꾸미기는 국어 시간과 미술 시간에도 한 번 익혀서 금방 알아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런 활동은 안다. 감을 금방 잡는다. 정성껏 해보려는 노력이 문제다. 성격이 문제인 것 같다.

자기 꿈과 관련되기도 하고 앞으로 살면서 삶의 목표와 방향점이 된다.

 

 

어제처럼 다 만든 사람은 칠판에 붙인다. 그렇게 설명을 해도 큰 글씨로만 몇 초 만에 써내거나, 색 넣을 필요가 없다 했는데도 여전히 색으로 꾸미는 녀석이 나온다. 웃으면서 물끄러미 쳐다보고 다른 애들 것과 견줘 보고 다시 하게 한다.

이 작품은 스캔해서 삽화로 넣을 것이다. 글 사이사이 빈자리에 인터넷에 떠다니는 조각 그림이 아닌 자기만의 그림 글자가 될 것이다.

또 한 가지 더 준비했다.

지금까지 한 미술 작품은 모두 사진으로 찍어두었다. 오늘은 그 가운데 두 작품을 뽑아 게시판에 다시 올리게 했다. 문집에 실은 자기 미술 작품 고르기다.

아이들 미술 작품도 좋은 삽화가 된다.

문집에 담을 글과 그림을 차곡차곡 모으고 있다.

새롭게 만들기보다 평소 하던 것을 다시 해보거나, 했던 것을 고치고 다듬어서 완성한다. 맞춤법에 맞게 고치고 대충 그린 그림도 뚜렷하게 깔끔하게 한다.

교정과 수정 작업 과정이다. 처음 글 쓰고 그림 그리는 일만큼이나 중요하다. 학습의 효과도 크다. 피드백하니까 맛보기 식으로 그냥 넘어갔던 것도 제대로 하면서 익혀진다. 학습에서 ‘학’을 넘어 ‘습’하는 과정이다.

 

 

“재미없어요? 왜 그렇게 힘이 없어요. 근성으로 하는 것 같아요. 질서도 없고…….”

교장 선생님의 심사평(!)이다.

오늘은 학예회 예행연습을 했다. 우리 반은 무대에 처음 올랐다. 그동안 무대에서 많은 반이 연습해서 기회가 놓쳤다. 교실에서 연습하다가 오늘 처음 오른 무대.

춤을 추었는데 쑥스러워하고, 두리번두리번 머쓱해한다. 엉거주춤하다. 내가 봐도 딱 그렇다. 그렇다고 교장 선생님께서 마이크 잡고 그렇게 대 놓고 말씀하시니 썩 기분이 좋을 리 없다. 하지만 사실인 것은 어찌하랴! 그래도 애들이 듣는데…….

교장 선생님께서 마주 앉아서 노래 경연 대회 심사하듯이 책상에 앉아 보시고 한 말씀씩 남기셨다.

고개를 푹 숙이고 교실로 아이들이 들어온다. 정말 못했더라도 꼭 그렇게 말씀을 하실 필요는 없는데. 학급에서 나름으로 열심히 한 것인데.

다른 반과 견주면 안 된다. 아이마다 특성이 다르듯 학급도 다 다르다. 다른 것을 잘잘못의 관점으로 보면 안 된다. 나는 다름으로 보였는데 교장 선생님 말씀에는 ‘틀림’으로 보는 듯했다. 내가 오해를 했겠지.^^

나름으로 열심히 했는데 교장 선생님 말씀에 주눅이 들고 기운이 빠졌을까 싶어서 용기를 주고 위로하려고 말을 꺼낸다. 교실에 앉혀 놓고 한 녀석에게 물었다.

“**야, 아까 교장 선생님께서 어떤 말씀하시든? 어떤 기분이 들었어?”

“음. ‘재미없어요?’ 밖에 안 들렸어요. 소리가 울려서 무슨 말인지 몰랐어요!”

웅성웅성 다른 애들도 제대로 못 들었다고 한다. 첫소리만 듣고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고 한다.

‘헐!’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 녀석들은 아무렇지 않다. 말똥말똥하다. 나만 괜히 진지하게 걱정했다.

“자, 아까 찍은 영상을 보면서 이야기해 보자.”

영상을 보니까 들어가고 나올 때 무질서한 것, 춤출 때 머리 방향이 오락가락하는 것, 쑥스러워 고개 숙이거나 손으로 얼굴을 가리기, 옆 사람 보면서 따라하는 행동을 하나하나 짚어주었다.

반주 부분에는 손뼉 치면서 박자 맞추면 훨씬 낫다. 남자와 여자가 바뀌는 부분은 한 줄로 만들어 나가고 들어오게 했다.

앞엣것보다 맺고 끊는 행동이 힘 있어 보인다. 어른들은 이런 것을 좋아한다. 어른들을 위한 학예회다. 맞추기는 하겠지만, 아이들 재미와 흥미를 해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하루아침에 잘 안 되는 몸동작은 어쩔 수 없다.

들어오고 나가는 것, 눈을 앞 보고 하는 것, 춤추는 방향을 다 함께 맞추는 것, 동작 크게 하는 것,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우리 반은 노력한 것이다.

우리 반 아이들은 안다. 자기들끼리 ‘춤’을 정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용기이고 충분히 칭찬받을 만하다. 함께 맞추고 고치는 과정이 벌써 우리 반 학예회였다.

교장 선생님도 알 것이다. 이왕 하는 것 더 노력해서 학부모님에게도 멋진 모습 보여 드리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쓴소리 하기는 쉽지만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잠깐의 서운함이 있어도 그것을 우리 몸의 독으로 지니지 말고 발전 성장시키는 에너지로 바꾸는 삶의 지혜를 가지다. 노래에 맞춰 신 나게 춤을 추자. 우리 반 모두 흥겹고 즐거운 돼. 즐기자! 땀샘반 11기!

 

땀 흘려 일하고 샘처럼 맑게 살자

 



Posted by 참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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