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샘학급살이통신문 345 덕정초 45

2013.12.20.

 

학급문집3, 설문과 글모음

 

학급문집에 실릴 글과 자료가 하나하나 모인다.

학급 일지, 자기 일기 10편 이상, 기억에 남는 일, 손 글로 쓴 시, 꿈을 이룬 나에게 쓰는 편지, 내가 이루고 싶은 것을 모았다.

수업 시간에 챙겨 둔 것(기억에 남는 일), 꾸준히 평소에 쓴 것( 학급일지와 별표 일기), 공부한 것도 한 번 더 해서 다듬은 것(시 쓰기, 편지, 이루고 싶은 것) 따위가 있다.

이제는 마지막으로 한 해 동안 사건과 여러 추억을 설문하는 일이 남았다.

 

 

설문지는 지난 기수 문집에서 뽑아 본보기 글로 만들었다. 본보기 글을 보면 어떻게 써야 할지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다.

 

 

본보기 글을 참고 해서 자기 기억과 추억을 자세히 쓰도록 한다.

하루 시간을 준다. 집에 가서 해오라고 했지만, 복사물 그대로 서랍에 쑤셔 두었다가 아침에 와서 급하게 써 내려가는 녀석도 있다. 한두 낱말로 대충 빨리 긋는다.

정성 없이 쓴 글을 읽지도 보지도 않는다. 재미도 없다. 이런 글들이 모여 있으면 그 문집도 손을 대고 싶지도 않다. 하나하나 정성과 노력이 들어가야 한다. 하루 만에 안 되면 이틀, 사흘 동안 해야 한다. 지금까지 살아온 내 삶의 흔적을 남기는 일이다. 그것을 어찌 단 몇 분 만에 쓱싹쓱싹 해내겠는가? 한 번에 끝낼 일이 아니다.

 

 

설문을 다 한 아이는 컴퓨터실에 가서 누리집에 올린 제목에 댓글로 쓴 글을 올리라고 말한다. 이 말을 할 때쯤이면 반쯤은 아직 손도 안 대어서 즉석에서 급하게 쓰는 애들이 생긴다. 급하게 쓴 말은 대충 쓰기 때문에 별 재미도 추억도 없다. 안 봐도 다시 고치게 될 것이다. 한 번 썼다고 해서 완성된 게 아니다. 또다시 고치기를 되풀이할 것이다.

나중에 다 고치더라도 처음에는 일단 모두 참여가 목적이다. 다음은 고쳐야 한다. 고치는 과정이 피드백이다. 이때 아이들이 생각을 많이 한다.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모두가 다 썼으면 다음 날 고친다.

댓글을 보면 거의 내용이 비슷하다. 먼저 쓴 한 사람 의견 내용이 그대로 되풀이된다. 복사해서 붙이거나 베끼기도 한다. 한두 글자만 다르기도 하다. 다른 점을 찾는 노력보다 숙제한다는 생각(댓글을 다 다는 것)에 목적을 둔 글은 의미도 얕고 별 재미가 없다. 그래서 다시 해야 한다.

이런 설문에는 모든 참여와 함께 다양한 내용과 생각을 펼쳐지도록 분위기를 만들고 지도하는 것도 중요하다. ‘문집 책’이라는 결과물보다 만드는 과정이 중요하다.

‘우리 선생님 하면 생각나는 것은?’

라는 질문에 한 아이가

‘우리 선생님 점이다. 선생님 얼굴 오른쪽 눈썹 위에 점이 있는데…….’

라고 썼다면 그 뒤 아이는 점 이야기 말고 다른 이야기를 쓰게 한다. 또 점 이야기가 나오면 싫증이 난다.

설문 통계를 내는 게 아니다. 모든 사람 의견을 다 싣기 때문에 다양한 생각과 의견, 주장, 비판, 사건이 필요하다. 고민, 고민, 고민하면 생각이 나온다. 시간이 하루 이틀 걸려도 기다려보자. 이런 기다림은 필요하다. 꿋꿋한 원칙과 기준을 아이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다른 점을 보아야 한다. 또 다른 특징이나 사건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다른 친구 의견도 잘 보고 읽어야 한다. 모두가 다 다른 의견, 특징, 생각이었으면 한다. 일찍 생각해내는 아이가 유리하다.

 

 

‘☆☆☆은 ○○○이다.’라는 친구 이름을 정의하는 방식 설문도 했다. 앞 설문과 같이 이것도 되도록 모두가 다 다른 내용이어야 한다.

 

 

컴퓨터실에서 의견 칠 때 중복이면 지우고 다시 하도록 한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 의견이 없으니 그냥 써놓았다가 먼저 올린 사람이 나타나면 고칠 사람이 늘어난다. 방식을 알았으니 딴청 부리거나 떠들면서 게으를 부리면 손해다. 비슷한 생각이 많아서 생각할 시간이 길어진다.

 

 

댓글 의견 달기는 이렇게 지도하지 않으면 똑같은 의견만 되풀이되기 쉽다. 조심해야 할 일이다. 이렇게 글을 고치고 다듬는 시간이 더 들 수 있다.

친구에게 댓글 달 때는 주의할 점이 있다. 늘 장난치고 꾸중을 많이 듣는 아이에게는 좋지 않은 단점만 수두룩하고 달릴 수 있다. 그래서 되도록 장점을 찾는데 꼭 단점을 적어주고 싶다면 장점도 하나 먼저 쓰고 단점을 달도록 했다. 자꾸 생각하면 장점도 나온다.

 

 

그밖에 개인별로 쓰는 글을 게시판에 올린다. 빠지는 아이가 없도록 챙겨본다.

요즘은 이렇게 누리집에 각자 칠 수 있어서 글 모으기가 쉽다. 시간을 벌었다. 번 시간만큼 내용을 풍부하게 하고 고치고 다듬는 시간을 많이 가진다.

 

 

미술 시간 작품을 두 개씩 모았다. 누리집에 찍어 모아둔 사진을 새 이름으로 저장하고 포맷 변환하거나 용량을 줄이는 기능도 익힐 기회다. 프로그램도 소개하고 게시판 용량에 맞추어 올리도록 설명서를 만들어 주었다.

설명서를 줘도 읽지 않고 어떻게 올리는 지 묻기부터 하는 녀석이 있다. 그럼 단호하게 설명서 읽어보고 하라고만 한다. 읽지 않고 그냥 눈치껏 하는 습관이 붙어서 그렇다. 그래서 이럴 때는 불친절하게 한다.

세 번 정도 해보고 실수하면서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한 가지 정도 힌트만 던져 준다. 다 알려주지는 않는다. 고민 고민하여 어렵게 푼 경험이 없으면 나중에 다 잊어버린다. 고민한 만큼 뇌가 오래 기억한다. 이런 기술과 기능은 나중에도 자주 쓰이기 때문에 쉽게 익히면 안 된다. 고민의 과정을 겪어야 한다. 누가 대신해주는 것은 순간 위기만 넘고 자기에게는 남는 게 없다.

문집 글과 자료를 정리하고 다듬으면서 지금까지 배운 것을 많이 익히게 된다. 활용하는 경험의 시간이다. 막연한 지식이 현실이 되어 어떻게 쓰이는지 알아가는 과정이다.

 

땀 흘려 일하고 샘처럼 맑게 살자

 



Posted by 참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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