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샘학급살이통신문 347 덕정초 47

2013.12.24.

 

크리스마스카드 만들기와 건네기

 

크리스마스카드를 만들었다. 갖가지 준비물을 챙겨왔다.

이번에는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모든 것을 스스로 챙겨 와야 했다. 그냥 그림만, 오려서 붙이는, 입체 카드 형식으로 만드는 애들로 나뉘어 보였다.

 

 

평소 이런 활동을 즐기는 애들은 입체감 있는 준비물을 챙겼다. 별생각과 관심이 적은 애들은 그리기 준비물만 챙긴다. 종이도 아침에서야 빌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애가 한둘밖에 없다. 오리거나 붙이고 자르는 애들이 많았다.

어제 반 카톡 방에서도 준비 챙기고 서로 빌리고 빌려주겠다는 글들이 올라서 기특했다.

스티커, 색종이, 색 도화지가 많이 보였다. 못 그리면 잘 그리는 애들에게 부탁한다. 못 한다고 대충 그냥 넘어가면 안 되지. 입이라도 살아 있어야지.^^

“아, 크리스마스카드는 처음 만들어 보네.”

실제로 만들어 보기는 처음이란다.

그렇구나. 그러고 보니 돈 주고 사거나, 스티커 따위를 붙여서 간단히 완성하는 꼴(조립식)밖에는 해보지 않는 애들이다.

내 어릴 적에는 자기 손으로 다 만들었다. 산타, 사슴, 눈 속에 있는 집, 소나무, 전나무, 방울 따위를 그림을 많이 그렸다. 안에는 색 도화지를 잘라 넣었다. 내 세대 경험이다. 요즘 아이들에게 당연히 겪었을 거라고 단정해버렸다. 결론은 거의 제대로 해보지 않았다는 사실!

풍요 속의 빈곤이다. 좋고 편한 물건을 쉽게 구할 수 있는 ‘풍요’는 누렸지만 제 손으로 만든 경험에는 ‘빈곤’ 해졌다. 풍요한 것을 사서 하기보다 빈곤함을 채우는 방법이 필요하다. 그래서 스스로 해보기가 중요하다. 오히려 잘 됐다.


“내일은 담임선생님께 한 장, 아버지께 한 장, 어머니께 한 장, 친구에게 한 장, 자신에게 한 장! 모두 다섯 장 만들기로 하자!”

어제 준비물 안내를 하면서 건넨 말이다.

“에이, 그냥 내가 알아서 하면 안 돼요!”

“꼭 보내야 해요?”

약간은 불만과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

“안 돼!”

단호하게 잘랐다. 그래서 오늘 다섯 장 정도 만들 준비했다.

“선생님, 꼭 다섯 장 다 해야 해요?”

“부모님은 한 장으로 묶으며 안 돼요?”

“꼭 나에게도 보내야 해요?”

오늘 또 묻는다.

“선생님이 어제 다섯 장 만들라 했지. 그냥 준비하라 했으면 달랑 한 장만 만들려고 했을 거야. 그래서 건넬 사람도 정해 주었지. 이렇게 하자. 일단 나한테 한 장은 필수! 너희 카드는 몇십 년이 지나도 꼭 간직할 거야. 나도 보지만 여러분도 나중에 볼 수 있도록 가지고 있을게. 다음 또 한 장은 다른 반 선생님께 보내자. 다음은 부모님 거다. 이번 기회에 직접 그려보자. 나머지 한두 장을 스스로 정해 봐라.”


다른 반 선생님께 적어도 한 장씩은 보내드릴 수 있도록 손을 들어서 정했다. 정한 사람은 꼭 보내고 손들지 않은 사람은 적히지 않아도 찾아가서 건네 드리라고 했다. 다 만든 아이는 쉬는 시간 직접 건넸다.

“아, **반 선생님이 고맙다고 칭찬했어요.”

“**반 선생님이 감동이라고 말했어요.”

“***반 선생님이 안아 줬어요.”

카드를 건넨 아이들 얼굴은 싱글벙글 이다.

따스하고 풋풋하다. 사람 냄새가 느껴진다.

칭찬은 참 좋다. 막연하고 입에 발린 말이 아니다.

예상치 못한 선물과 칭찬은 건네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둘 다 기쁘게 한다.

주고받는 정겨움과 애정의 향기. 이게 오늘 크리스마스카드 만들기의 목표다. ‘만들기’가 목적이 아니었다.

주고받으면서 생겨나는 뿌듯함과 보람. 그 맛을 아는 기쁨. 사는 맛이다. 관계 맺음의 즐거움이다. 사람을 따뜻하게 한다. 이래야 우리 사회도 따뜻해진다. 서툴러도 못해도 정성과 노력의 산물은 따뜻한 연료가 된다. 자기가 주지만 마음으로 되돌려받는다. 서로의 마음을 데운다.

 

 

담임한테는 꼭 쓰라 했다. 담임 포함해서 아무 선생님께 쓰라 했으면 친구들 눈치 보며 안 쓰거나 못 쓰는 애들이 생긴다. 눈치받거나 입에 오르내리기 싫어 아무한테도 건네지 못한다. 그래서 욕(!) 얻어먹더라도 필수로 정했다. 이럴 땐 좀 뻔뻔해야 한다. 당당하게 주라고 한다. 담임이니까 가능하겠지.^^

하나씩 펼쳐 보았다. 역시 진솔한 사연이 담긴 카드가 많다. 아무 선생님에게나 쓰라 했다면 내지 않았을 것이다. 다 같이 할 때 묻혀서(튀지 않아서) 그 속에 진심을 드러낸다.

땀 흘려 일하고 샘처럼 맑게 살자



Posted by 참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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