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샘학급살이통신문 349 덕정초 49

2014년 1월

방학, 문집 만들기

 

겨울 방학!

방학이 시작되자마자 각종 연수가 밀려온다.

내가 선택한 연수는 어느 정도 본전(!)은 빼는데 의무, 강제, 마지못해 갈 때는 피곤함과 회의감의 비빔밥이 된다. 그래도 방학인데 하는 마음만 방학 기분이다.

방학 시작과 함께 본격 학급 문집 편집에 들어간다.

 

 

방학 전 아이들이 있을 때 한 것들을 챙겼다.

문집 표지 만들기, 손 글씨로 쓴 시 한 편, 자기가 만든 명언, 꿈을 이룬 자기 모습 그리기, 올해 학급 특색으로 명언 설문지이다.

설문은 하루 만에 금방 되지만 다른 것은 며칠 걸린다. 대부분 교과 공부와 함께하고 나온 결과물이다. 문집에 실리니까 좀 더 정성과 노력을 들였다.

여기까지 직접 손 글과 손 그림이다.

 

 

두 번째는 컴퓨터로 친 글 모으기다.

행사 글을 올리고 여러 가지 설문, 친구 소개 글은 댓글 남기기로 했다. 댓글 다는 일은 한 번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한꺼번에 달면 같은 의견이 되풀이될 수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마음껏 달고 다음에는 고쳐야 한다.

먼저 올린 사람 의견과 같거나 비슷하면 다음 사람은 다른 의견이 되도록 쓴다. 이런 식으로 되도록 모두가 다른 의견이 되도록 애를 써야 한다. 그래서 이 댓글 의견 남기기가 한번 만에 금방 완성이 되지 못한다. 하루 만에 다 못해 며칠 걸리기도 했다. 차근차근 맞춰간다. 다른 사람 의견도 보면서 고쳐야 하니 상당한 집중력이 필요하다.

이런 밑 작업을 해 놓고 방학을 했다.

 

 

방학이다. 이제부터는 아이들이 한 손 글과 그림, 학급 누리집에 올린 자료를 가지고 디지털화(!)해야 한다.

손으로 쓰고 그림 작품은 스캔한다. 스캔해도 선명하지 않거나 잡티나 있으면 손질한다. 이때 포토샵과 같은 프로그램을 익혀두면 편리하다. 모르면 이번 기회에 익혀 두자. 자주 쓰이고 할수록 수정, 편집 능력이 높아질 것이다. 몇 년하고 나면 몸이 기억한다. 이게 필요해서 하는 연수다. 몸이 기억하는 배움이다. 혼자 공부하거나 찾아가서 배워야겠지.

 

 

학급 누리집에 올린 글은 한꺼번에 복사-붙이기를 해서 모은다.

모은 글은 워드프로세서에서 편집한다. 맞춤법 검사와 교정도 한다. 아이들 입말 같은 것을 살려주지만 누가 봐도 틀린 글, 잘못 친 글, 띄어쓰기 잘못된 것을 고쳐나간다. 아래아한글 맞춤법과 인터넷에서 한글 맞춤법 교정기로 고치면 대부분 걸러진다.

고치기를 하면서 띄어쓰기와 맞춤법 공부도 된다.

가르치면서 배운다! 일하면서 배운다!

아이들이 자주 틀리는 말, 낱말, 띄어쓰기를 알 수 있다.

문집도 만들고 공부하고 실력도 늘고…….

 

 

학급 일지는 평소 당번이 써 놓았다. 우리 반의 역사다. 사초와 같다. 자세하기도 대충 쓰기도 했지만, 그것 자체가 역사다. 우리 반 문집 맨 앞을 장식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빠뜨린 부분을 챙겨본다. 차례와 찾아보기 만들기를 한다. 이것은 편집하면서 그때그때 표시 달기를 해두면 나중에 편리하다.

겨울 방학은 이렇게 문집 만들기 시간으로 가득하다. 내용적인 면은 방학 전에 다 하고 기술적인 편집과 교정이 일이다.

예전에는 다 교사가 했지만, 요즘은 글 치고 교정하는 환경이 많이 발전했다. 누구나 쉽게 모두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일도 문집을 만들 목표와 목적의식과 계획이 없다면 아무 소용없다. 갑자기 만들려면 문집을 위한 문집이 된다. 일이 된다. 그렇게 되면 문집에 자기 학급 문화와 열정, 기록은 없고 빨리 완성하는 데만 온 힘을 쏟아 피곤해진다. 다시 보고 싶은 문집은 안 된다.

아이들 작품을 하나하나 교정하고 정리하다 보면 한 해 학급운영도 되돌아보게 된다. 작은 편집 기능과 기술도 자꾸 하다 보니 실려도 늘어난다. 해마다 하니 시간도 줄여진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자주 쓰는 말투, 낱말, 용어, 틀리는 말 따위를 알 수 있어서 좋다. 몸으로 얻는다. 다음 해 아이들 눈높이 맞는 알맞은 본보기와 설명을 할 수 있는 말을 배우고 익힌다. 그게 전문성이 아닐까? 그래서 문집 작업은 지루하지 않다. 아이들 특징 하나하나마다 어떤 글과 그림이 나타나는지 살펴볼 수 있다.

어른이 되고 나면 문집 들고 할 얘기가 얼마나 많겠나. 하나하나 기억 속으로 추억 속으로 두 개의 문집을 더 만드는 셈이다.

 

땀 흘려 일하고 샘처럼 맑게 살자



Posted by 참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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