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읽고 다 기억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누구나 시간이 흐르면​​ 잊는다. 그래서 되풀이하면서 잊지 않으려고 한다.

에빙하우스의 망각 곡선에 따르면 학습한 내용은 하루 지나면 34%, 이틀 지나면 28%, 한 달 뒤는 21%를 기억한다고 한다. 잊지 않으려면 한 시간, 하루, 일주일, 한 달 단위로 주기적인 반복이 필요하다고 한다. 잊을 만하면 다시 읽는 것이다. 단기 기억을 반복해서 장기 기억으로 자리 잡는다. 기억한 내용이 언제든지 튀어나올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식구들 전화번호와 주소는 잘 기억한다.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잊을 만하면 반복하면서 언제든지 튀어나오는 장기기억으로 담긴 것이다.

   여기까지는 반복적인 노력으로 억지로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억지 감정은 좋지도 않지만, 습관 붙이기도 힘들다. 참고 이겨냄, 버팀이란 감정이 따른다. 기억에도 좋은 감정이 붙어야 오래 꾸준히 이어진다. 재미가 붙어야 스스로 하게 된다.

 

   첫 시작으로 대부분 보고 듣기다. 보고 듣는 방법만 반복하면 지루하다. 느껴보고 이야기해보며 직접 겪는 방법도 있다. 재미가 잘 붙는다. 보고 읽으면 단순 지식을 기억하지만 행동과 실천으로 다양한 감정과 느낌까지 기억한다. 감정을 담은 기억은 오래간다. 그것도 좋은 감정, 즐거움, 재미가 좋다.

   여기까지 다다르지 못해 책을 읽어도 그때뿐이다. 시간이 흐르면 읽는 내용도 잊힌다. 한 번 읽고 잠시 생각하고 잊기를 반복한다. 한 번 읽고 읽었다는 기억만 남는다. ‘나도 읽어봤다고만 하지 어떤 내용과 느낌을 말 못하고 자기 생각과 삶의 변화도 없다. 그래서 더욱 독서의 필요성에 회의감도 들기도 한다. 나에게는 맞지 않는다, 소질이 없다며 손을 놓기까지 한다. 읽기만 하고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꾸준한 행동과 실천으로 삶의 변화를 주어야 한다. 삶을 가꾸어야 한다.

 

   먼저 잊을만하면 반복해보자. 한 번 읽을 책은 바로 다시 읽고, 일주일 뒤 다시 읽어보고, 한 달 뒤 다시 보고, 일 년이 지나기 전에 다시 읽어 보자. 책장에 꽂아두고 생각 날 때마다 다시 보자.

   자꾸 보면 읽는 속도와 전체 흐름 찾기도 빨라지고, 중요 핵심 부분이 쉽게 잡힌다. 한 번 읽을 때 몰랐던 부분이 이해되고, 잘못 이해 한 부분이 나타나기도 하고, 별 의미 없던 부분이 크게 보이기도 한다. 다른 관점, 새롭게 보이기도 한다. 반복해서 본다고 같은 내용이 그대로 반복되지는 않는다. 앞서 본 것에 더 많은 생각과 또 다른 생각으로 뻗을 수 있다.

   같은 학년을 여러 번 담임하면 교과 내용 중심에서 점점 아이들 마음, 생활, 성장, 철학 쪽으로 뻗는다. 책 읽기도 마찬가지다문제는 잊을만하면 지점, 반복할 시점을 놓치거나, 알면서도 귀찮아서 하지 않거나 별 필요가 없어 보여서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데 있다.

 

  반복과 노력 시점에 도전, 용기가 필요하다. 의무감이나 어쩔 수 없이, 시켜서 읽으면 효과도 낮고 스스로 선택할 기회에 포기하기 쉽다. 스스로 선택이 아니면 생각 없는, 시간만 채우는 하는 척하는 습관이 붙는다. 그런 시간도 공부 시간, 책 읽는 시간으로 여기며 자기만족에 머물기도 한다. 실력도 효과도 없다. 오히려 후회와 동기만 약해질 뿐이다. 물리적인 시간만 채운다고 읽는 게 아니다. 반복이 아니다.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해야 한다.

 

  꾸준히 이어갈 힘이 동기다. 학습 동기다. 책 읽기에 즐거움이란 감정이 붙어야 한다. 스스로 잡고 마음도 가야 한다. 마음의 눈, 즐거움과 재미의 눈이다. 즐거움이 자주 일어나야 행복감이 된다. 그게 빠른 길이다. 효과가 좋다.

행복한 책 읽기는 즐거운 책 읽기의 반복과 실천이다. 책 읽는 필요성과 믿음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누구도 가능하다. 믿자. 실천하다. 주기적으로 읽어 가면서 첫 번째 단계인 습관이 드는 임계점을 통과하자. 스스로 꾸준히 하면서 즐거움을 자주 겪으면 행복하게 읽는다. 즐거운 경험이 성취감이 되어 또다시 실천하는 동기가 된다. 알고 깨치는 즐거움과 실천하는 재미까지 붙는다. 몸에 붙는다. 몸에 붙은 지식이 토의 토론에서 자유롭게 나올 수 있는 배경 지식이 된다.

 

   취업과 시험 수단, 자격증을 위한 책 읽기는 목적 달성이 되고 나면 손을 놓기 쉽다. 물론 그렇게라도 하면서 필요성과 즐거움을 느껴 습관이 되면 좋겠다. 그런데 중간에 흐지부지되거나, 목적 달성 뒤에는 덮어 버리니까 포기하고 만다. 보고 읽기에만 머물고 행동과 실천이 없고 즐거움이 없으니 행복하지 못한 책 읽기로 기억되고 만다. 그래서 반복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따라하거나, 수단으로 해본 경험은 한번 해 봤다고 하면서 넋두리만 늘어난다. 책을 봐도 별것 없다며 포기한 자기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건네며 살 것인가? 너도 해봤자 포기한다, 아무 소용없다, 그러니 도전하지 말고 그냥 되는대로 살라는 인생론을 펼칠 것인가? 결국, 남는 것은 스트레스와 힘듦, 귀찮음, 아무 필요성 없으니까 시간 남으면 보이는 대로 (TV, 영화, 매체)로 즐기며 살라며 자기 삶을 표준화시킬 것인가? 스스로 선택할 기회가 왔을 때 지금까지 고생(참고 이겨내며 했던 일)했으니 이제는 벗어나고 싶다, 자유로워지고 싶다고 말하면서 넋두리만 남은 삶이 내 삶이었다고 알리거나 아이들에게 물려 줄 것인가?

 

  행복한 책 읽기는 행복이 목표이기보다 그 자체가 삶이고 행복이다. 행복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읽는다면 그것 또한 또 하나의 수단이 되어 얽매이기 쉽다. 읽는 것 자체가 삶의 한 부분으로 삼자. 밥 먹듯이 똥 누듯이 숨 쉬듯이 읽자. 읽고 실천하자. 한 가지 덧붙인다면 글쓰기까지 이어졌으면 합니다. 읽고 생각한 것을 써보면 더 넓어지고 깊어진다. 또 다른 실천 거리가 될 것이다. 아이들이 일기 쓰듯이 수업 일기도 쓰자. 어른들도 쓰자. 일기는 평생 지니고 다녀야 할 습관이다. 밥 먹듯이, 똥 누듯이, 숨 쉬듯이!

 

   다섯 가지 감각이 있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이다. 정보를 기억하는 방법들이기도 하다. 보고 듣고 여기에 냄새 맡기, 맛보기, 만져보기가 함께 들어가면 오래 기억된다. 기억이 생생해진다.

머리까지 이해는 시각과 청각이라면 실천과 행동은 후각, 미각, 촉각으로 살리는 일이다. 그냥 보았다, 들었다는 것보다 보고들은 것을 만져보고 맡아보고 맛보면서 온몸으로 겪을 때 우리는 생생하게 기억한다고 한다. 생생한 기억에 재미와 즐거움을 준다. 오감을 살려내는 노력이 그래서 필요하다. 어릴수록 오감을 살리는 활동이 많이 필요하다.

경험 많은 어른들은 점점 보고 듣는 쪽으로만 쏠리게 된다. 자기가 한 경험만큼의 감각 기억을 지니게 된다. 오감을 살리는 일이 줄어들기 쉽다. 물론 열정적인 사람은 보고 듣고만 있지 않고 여전히 다양한 감각을 쓰고, 쓰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열정적이다. 도전적이다. 젊게 산다.

 

  아이들에게 책 읽기보다 즐거운 감정의 경험이 더 필요하다. 오감을 살려서 실천하는 경험도 더 필요하다. 무작정 따라 하기, 체험 위주 경험이 아닌 책을 제대로 읽으면 개념 있는 실천으로 삶을 가꾸게 된다.

감정도 배운다. 보여주고 들려주기에 냄새 맡게, 맛보게, 만져보고 느끼도록 생활 속 본보기가 필요하다. 어른들도 함께 가꾸어야 할 삶이다. 가정, 학교, 사회에서 만들어야 한다.

   책 읽기를 스스로 하고 행동하면서 즐거움을 붙이자. 행복한 책 읽기는 생각으로만 머물지 않고 실천하는 데 있다. 책과 한몸이 되는 삶, 때로는 책대로, 때로는 그 반대로 실천이 되기도 한다. 어른이 아이들에게 주거나 시키기보다 함께 하자. 지금까지도 즐거움을 익히지 못했다면 다시 시작하자. 늦지 않았다. 삶의 행복을 한 가지 찾아가는 즐거움도 사는 재미와 맛이 될 것이다. 그래서 함께한다. 아이와 친구와 동료들과 함께 행복해지는 길이다.

 

Posted by 참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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