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조사 학습이나 보고서 과제나 프레젠테이션을 준비시키면 컴퓨터 글자판의 Ctrl+CCtrl+V를 가장 많이 활용한다. 무엇을 찾으려면 이제는 거의 인터넷 검색하는 방법이 대부분을 차지한다우리말과 외래어, 환경 문제, 토론 문제 따위를 찾을 때도 가장 먼저 컴퓨터 앞에 앉는다. 사전이나 신문, 백과사전도 이제 인터넷 안에 다 들어가 있다. 교과에 나오는 여러 가지 조사와 보고서 활동은 인터넷 검색으로 정보를 모으는 일부터 시작이 된다. 아이들은 손쉽게 필요한 정보를 복사하기와 붙이기 기능을 활용하여 눈으로 훑어 보며 끌어 모은다. 모으기 쉽게 되어있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이런 수준의 방법까지에만 머문다. 대부분 조사와 탐구 보고서, 프레젠테이션을 준비가 복사해서 붙여서 정리하는 수준을 넘지 못한다. 이 정도라도 해오면 다행일 때도 많을 것이다. 모은 자료가 많다 싶으면 간추려 줄이거나 글꼴을 줄여서 채우는 편집 기술을 부리기도 한다.


 제대로 참고하는 일이 없다. 참고의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참고한다는 의미가 뭘까? 정보 찾기가 답을 찾을 것처럼 여긴다. 그러다보니 끌어 모은 자료의  글꼴, 색깔, 그림으로 꾸미는데 더 신경을 들이기도 한다. 겉꾸밈에 시간과 노력이 낭비가 된다. 이런 노력이 낭비라 생각하지 못하고 이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이 문제로 보인다. 프레젠테이션 할 때도 애니메이션 기능과 효과음을 잔뜩 넣어서 기교를 부리는데 정성을 들이는 모습도 본다.

내용을 소화하지 않고 주워모아 보여주기만 하니 질문이 없을뿐더러 질문을 해도 돌아오는 답도 드물다


조사한 내용이나 보고서, 프레젠테이션 할 때에 주로 보고 읽는다. 발표가 아닌 보고 읽기 되어 버린다. 답 맞히기 식 읽기는 듣는 사람을 고려하지도 못한다. 발표는 상대를 이해시키거나 쉽게 알려주기 위함이다. 듣는 사람을 배려하고 생각해야 한다. 그러려면 내용에 대해서는 자기 것이 되어야 한다. 보지 않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참고하지 않고 보고 읽기를 고칠 기회를 갖지 못하면 보고 읽기가 발표로 여기면 졸업하게 된다. 잠재된 과정관념으로 굳어진다. 


참고하려면 우선 자기 생각과 주장, 경험 따위가 바탕으로 깔려 있어야 한다. 자기 생각, 주장, 경험을 뒷받침할 근거나 자료를 찾아야 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논리로 발전한다. 조사한 자료가 그 논리의 한 부분이 될 때 읽기가 아닌 말하기가 된다. 말한 것에 따른 근거, 증명 자료도 보인다. 짧게 읽어줄 수도 있다. 그런 말과 읽기는 듣는 사람도 집중하고 호기심과 관심도 생긴다.

 

답 맞추기식 문제 풀이의 습관과 폐해가 이런 활동에서도 드러난다조사, 보고서 만들기, 프레젠테이션은 한 학기에 한두 정도는 할 것이다. 발표가 보고 읽기, 답 말하듯 읽기을 고치지 못하면 제대로 참고한 경험이 적어 복사해서 붙여 간추리기를 발표 방법으로 착각하여 학습이 되버립니다.


제대로 조사해보면 분류, 요약, 종합, 분석의 과정이 일어난다. 고급사고다. 그래야 발표 거리가 생기고 자기 삶과 경험이 중심이 되어서 머릿속에 담긴 의견을 말한다. 말하기, 발표다. 스스로 만든 정보이고 말하면서 살을 붙이거나 속도 조절도 가능하다. 이런 상태는 외운 정보와 구분된다. 외운 것은 말하기보다 읽기가 되기 쉽다. 남의 지식이니까 순간 기억에 담았다가 끄집어낸다. 단답식 답하듯이 읽는다. 그 뒤 쉽게 잊는다. 정보 주체가 자기냐 남이냐에 따라 생각하며 말하기가 되거나 보고 읽기가 된다.

 Ctrl+CCtrl+V가 편리하지만 우리 기억 까지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는다. 읽은 그대로 기억되지 않는다. 곱씹어야 한다. 자기 경험과 생각에 의견을 보태어 비판, 종합, 분석하면서 의미와 가치를 붙여야 한다. 복사한 것에 의미 있는 생각, 행동, 감정이 덧붙으면 쉽게 오래 기억되고 다시 살아난다.

 

참고냐, 간추리기냐?

보고 읽기냐, 생각하며 말하기냐?

Posted by 참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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