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샘학급살이통신문 311 / 덕정초 9

[311]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말

 

 

 

소리와 말의 차이

 

 

 

"내 말이 말 같이 들리지 않니?"

이 말에는 여러 가지 뜻이 담겼다. 일단 화가 난 감성과 짜증이 들어 있다. 무시당한 느낌에 대한 대응도 있다.

말을 말로 듣지 않는 것 때문에 아이 끼리, 아이와 교사 사이에 감정 다툼과 서운함, 갈등이 빚어진다.

공부 시간에 질문하거나 설명할 때, 읽은 것을 확인할 때 많이 일어난다.

듣고도 무슨 말을 들은지 몰라서 우두커니 서 있거나 멍하니 있기도 한다.그러다 몇 아이가 답을 하듯 것을 듣고 따라 말하거나 입을 벙긋 거리며 묻어 넘어가기도 한다.

 

"알겠니?"

"알았습니까?"

라고 물으면 몰라도 먼저 "예"라고 넘어간다.

 

모른다는 것을 말하기 싫거나 귀찮거나 두렵거나 숨기고 싶은 마음에 넘겨버리는 마음이 앞서서 그렇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묻어가는, 했다고 쳐버리는 습관이 들게 된다.

숙제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베끼는 행동이 그러하다. 아무 생각 없이 보이는 대로 그려 넣는 것이다. 풀어보려는 해결해보려는 목표가 없으니까 짜증과 싫증만 늘어난다. 그래서 공부가 싫다고 하기도 한다.

 

듣는 것도 목적과 목표 없이 들고 있으니 들지 않는다. 소리로 들릴 뿐이다.

말하는 사람은 말로 하지만 듣는 사람은 다 '말'로 듣지 않으니까 문제가 생긴다. '말'이 아닌 '소리'로 여기니까 뜻과 의미를 알지 못한다.

 

소리에는 물소리, 바람소리, 자동차 소리와 늘 우리 곁에서 쉽게 자주 들린다. 하지만 다 기억하지 못한다. 관심과 목적을 두지 않으니까 들어도 생각나지 않는다. 마음을 두지 않으니까 못 듣고 사는 것이다.

 

우리가 하는 말도 이런 바람 소리, 자동차 소리처럼 여기면 들어도 들리지 못한다.

예술인들은 소리를 말로 듣기도 한다. 그냥 스쳐가는 소리를 음악으로 그림으로 표현해내는 힘이 있다. 그런 힘이 원래 있을게 아니라 소리를 말로 듣는 경험과 노력이 자주 꾸준히 있었기 때문이다.

 

마음의 문제다. 관심의 문제다. 듣기 싫다는 마음, 귀찮다는 마음이 집중을 하지 못한다.

재미있겠다, 어떤 내용일까, 내가 겪은 것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하면서 들려주는 말에 깊이 빠져 있으면 말하는 사람도 그 눈빛이나 행동에서 큰 믿음을 가진다. 그래서 더욱 말을 진지하고 깊이 있게 하지. 잘 들으니까 더 말을 잘하게 되고 사람과 사람 사이 기분도 좋아지지.

자연에서 들려오는 소리도 이렇게 '말'로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기도 해. 그래서 나 혼자 있어도 혼자 같지 않고 자연을 벗 삼아 쉴 수 있고 외롭지 않은 것이지.

 

'말'을 '말'로 제대로 듣는 것에서 '소리'를 말로 듣는 수준까지 갔으면 좋겠다.

그러면 많은 것을 들을 수 있다.

 

눈으로 수많은 것을 본다.

'본다'는 내가 스스로 그러한 것이고, '보이게 된 것'은 내 뜻과 상관없이 이루어진다.

'보이게 된 것'을 '본 것'으로 하려면 내가 관심과 생각이 담겨야 한다. 그래야 보인다.

사람이 동물보다 나은 건 '보이는 것', '듣게 되는 것'보다 생각하며 보고 들을 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기억해서 다시 이용하는 문화를 만들기 때문이다. 두 번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더 나은 행동과 실천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문화를 만드는 사람이 많아서 인류가 발전하고 우리가 편리하게 산다.

때로는 좋지 않은 문화도 있다. 우리 습관을 멍하게 만드는, 생각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도 많다.

텔레비전, 비디오, 스마트폰, 게임기 같은 디지털 매체가 그렇다. 물론 잘 이용하면 좋게 쓸 수 있겠지만 통계에 따르면 거의 90%이상이 게임용으로 쓰고 사람 뇌를 혼란스럽게 하거나 쓰지 못하게 만든다고 한다.

배우는 사람은 많은 것을 배워야 할 시기에 있는 사람은 이런 문화를 멀리해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다.

가져야 할 문화와 갖지 말아야 할 문제를 구분해서 몸과 마음을 만들어가야 하니까 힘든 거야.

그게 요즘 공부가 옛날 공부보다 힘든 것 같다.

옛날 사람들이 공부할 때는 생각하지 못하게 하는 물건과 문화가 지금처럼 많이 않았다. 요즘은 편리하다고 만들어 놓은 많은 물건들이 우리 몸은 조금 편하게 했을지 몰라도 비만과 생각 하지 못하게 하는 습관이 되게 하는 큰 단점을 지니고 있다.

 

문화를 만들려면 그런 갖출 문화, 멀리할 문화를 제대로 알고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말을 소리로 들을 것인가, 말로 들은 것인가는 내 머리와 마음에 달렸다.

 

오래 동안 깊이 다른 사람 말을 뜻을 새겨서 들을 줄 아는 '듣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래서 사람이다. 조금씩 관심을 늘리면서 재미와 노력을 붙여 가면 또다시 큰 재미와 감동, 보람이 이어질 것이다. 관심이 내 몸과 마음을 더욱 성숙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기쁜 마음으로 듣자.

 

땀 흘려 일하고 샘처럼 맑게 살자

 

Posted by 참다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