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샘 학급살이 통신문 307 / 덕정초 5

2013년 3월 19일

아이들이 가꾸는 교실 환경 구성

 

 

이제 내일 모레가 학부모총회다. 이 날을 기준으로 교실 환경 구성이 한창이다.

환경 구성 물품을 사서 앞뒤로 꾸미고 붙이고 하느라 선생님들도 늦게 까지 남아 계신다.

이제 오늘쯤 거의 마무리하는 시점이다.

우리 반은 썰렁하다. 그 흔한 꽃잎, 나뭇잎, 풀잎 모양도 안 붙여 놓았다.

오늘을 기다렸다.

“애들아, 그동안 교실 꾸미기를 하면 누가 주로 하더냐?”

이렇게 던져 오늘은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었다. 뻔한 질문에 뻔한 답이 나온다. 아이들이 교실 환경에 참여할 일은 없다. 미술 첫 시간 작품을 만들거나 선생님이 만들어준 복사물 같은 것에 알록달록 색칠만해서 정해진 뒷자리에 붙이면 된다.

그래서 환경 구성이란 말에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 선생님들만 바쁘시다.

 

“오늘은 여러분들이 우리 교실을 꾸밀 것입니다. 우리 교실이니까 여러분 같으면 어떻게 꾸리면 좋겠습니까?”

어제 문구점에서 산 색도화지와 크레파스, 풀, 자, 테이프, 색종이, 가위 따위를 책상에 올려놓으면

“어제 선생님은 여러 가지 준비물을 샀습니다. 여기 종이와 풀, 가위 따위가 있습니다. 마음껏 쓰세요. 이 자료를 가지고 어느 곳에 무엇을 어떻게 누구랑 만들 것인 정해보는 것입니다.”

 

 

 

 

아이들 눈빛이 금방 번쩍 했다. 재미있겠다는 눈치다.

그래서 바로 봉사 위원이 나와서 학급회의에 붙였다. 학급 환경 꾸리기다.

 

먼저 내가 있었으면 하는 것을 먼저 말해주고 아이들이 손을 들어 꾸밀 장소, 꾸밀 것, 함께 꾸릴 사람들 정했다.

 

 

 

 

교실을 둘러보니 앞뒤 게시판, 옆 창 가, 선생님 교탁 앞도 나왔다.

 

 

 

 

다 정하고 이제는 그 장소를 맡을 아이들 정했다. 얼굴 이름을 붙여가면서 하니까 금방 정해지고 간편하다.

 

 

 

 

두 번째 시간은 아이디어 회의다.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각자 함께 할 사람끼리 모여서 생각을 나누었다.

 

 

 

 

세 번째 시간은 직접 만든다. 도구를 챙겨 가서 직접 만든다.

어느 모둠 녀석이 내가 준비한 재료가 마음에 안 드는 지 자기들 돈을 들여서라도 좋은 재료를 사와서 하고 싶다고 하기에, 그렇게 까지 할 필요는 없고 있는 재료로 쓰자고 했다. 우리 모두가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니까 정성스럽게 하면 된다고 일러주고 머리 한번 쓰다듬어 주었다.

 

 

 

 

우리 반 급훈을 만드는 아이들은 글자 개수를 나누어서 색깔별로 만들어 게시판 테두리에 붙였다.

 

 

 

 

청소도구함을 꾸미는 남자애들은 남재 애답게 투박하게 글만 써 놓았지만 문을 열면 꽃 장식으로 안쪽이 산뜻하다. 지저분한 청소도구함이 깨끗해졌다.

“선생님이 도구함이 비어 있으니까 뭐, 분실물함 같은 것 놓아도 돼요?”

“오, 좋은 생각. 그럼 잠깐만……”

새 바구니를 하나 주었다. 그것을 놓아두게 했다.

그리고 빈자리에는 지금 당장 쓰지 않는 교재를 넣도록 했다.

남자 애들이 너 귀엽고 애틋하게 만들었다.

모두 자기 손으로 만들었으니 의미 있는 환경이다.

 

 

 

 

여자애들 여럿이 모여서 만든 시간표 나무도 완성했다. 쉬는 다른 교실도 둘러보면서 참고하라고 했는데 작년에 어느 교실에서 한 것들을 참고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화려하고 각자 다양하게 나왔다. 뒷게시판 빈자리를 넓었는데 이렇게 꾸몄다.

 

 

 

 

 

또 한 모둠 아이들은 우리 반 규칙을 글자로 뒷문에 붙여 놓았다. 처음에는 앞문에 붙이는 줄 알았는데 뒷문이다. 그래 아이들이 많이 드나드는 곳이니까 그렇게 했겠구나.

 

 

 

 

그밖에 남자 셋이면 창가 쪽에 지도를 그려서 붙인 곳도 있고, 선생님 책상 앞에 땀샘 11기라는 팻말, 운동장 창가에도 땀샘 11기 팻말이 붙었다.

 

오늘은 자기 손으로 꾸려본 환경 구성이었다. 비록 깔끔하고 화려하고 산뜻하지 않지만 우리 반 아이들 모두가 참여하고 정성스럽게 자르고 칠하고 붙이고 생각해서 만든 것이다. 우리 교실이다. 우리 것이다.

 

오늘은 ‘우리’랑 함께 했다.

 

 

 

마지막으로 학급 기념 촬영 한 방 찍고 마무리 했다.

이제 시작이다. 우리 교실이다.

 

땀 흘려 일하고 샘처럼 맑게 살자

 

 

Posted by 참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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