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샘학급살이통신문 310 / 덕정초 8

 

왕따 이야기

 

사건 1

 

얼마 전에 학부모님에게 전화가 왔다. 아는 학부모끼리 이야기 하다가 자기애가 ‘왕따’를 당한다는 느낌을 받아서 걱정된다고 하신다. 그래서 혹시 학교에서 그런 일 때문에 ‘왕따’를 당하고 있지 않나 걱정을 하시면 물으셨다.

 

 

사건 2

 

점심시간 교실에서 놀던 아이들 속에서 이런 소리가 들린다.

“야, 친구 없으면 왕따지!”

“왜?”

“친구 없이 혼자면 왕따야.”

“그래?”

두 일을 겪으니 ‘왕따’의 정확한 정의와 의미를 밝혀야겠다.

언론에서 자주 ‘왕따’라는 말에 ‘자살’, ‘죽음’이라는 말과 얽혀서 나오니 조그마한 따돌림이나 무관심도 ‘왕따’로 여기기까지 한다. 불안감이 이렇게 까지 흐르고 있다.

한번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해야겠다 싶어서 한 시간 짬을 냈다. 칠판에서 이렇게 썼다.

‘왕따라는 말

따돌림

무관심

친구와 어울리지 못한다.

친구가 없다.

괴롭힘’

아이들에게 물었다

“나는 왕따를 당해 본 적이 있다? 손들어 보세요.”

없다.

“그럼, 왕따 느낌을 받았다?”

한 둘 정도가 손들었다.

“왕따라는 말을 뜻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손 안 든다.

“그럼 칠판 보고 하자. 여기 써 놓은 말 가운데 왕따라는 말에 가장 어울리는 말을 찾아봐”

괴롭힘. 따돌림, 친구가 없다가 많다.

칠판에 덧붙여 썼다.

‘집단적, 지속적, 괴롭힘’

왕따는 여러 아이들이 오랫동안 한 아이를 꾸준히 괴롭히는 것을 말한다.

잠시 며칠 따돌렸다가 다시 노는 것은 잠시 삐짐, 따돌림이다.

친구와 어울리지 못하는 것은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이나 어울리기 위한 과정 속에 있는 것이다. 친구가 없다는 것은 친구를 찾고 있는 것이다. 깊거나 가볍게 사귀는 친구도 있다. 같은 반이니까 반 친구도 있다. 늘 붙여 다니는 친구만 친구가 아니다. 그런 친구가 없어도 여러 친구를 쉽게 만나기도 한다. 내 고민을 들어주는 친구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친구가 없어도 내 나름대로 혼자 지내기도 한다. 지금 친구가 없어도 나중에 생기기도 한다.

‘왕따’라는 말은 겁나고 폭력적인 말이다. 한 사람을 여럿이 꾸준히 괴롭힌 한다. 그래서 왕따 시키는 사람들도 정상이지 않다. 집단 병이다.

이런 무시무시한 말을 삐지거나 마음이 상해서 잠시 따돌렸거나, 친구들을 무시하는 말을 듣거나, 깊이 하는 친구가 없다고 모두가 ‘왕따’라고 해서는 안 된다.

‘왕따’라고 말할 수 있다면 뉴스에 나올 만한다. 뉴스에서 나오는 사건은 흔한 일이 아니다. 흔한 일이 아니니까 ‘뉴스’가 되고, 특별한 소식이 된다. ‘뉴스’는 새소식이기도 하지만 특별한 일이기도 한다.

이런 뉴스를 자주 듣다보니 ‘특별한’ 일이나 평범한 일로 여겨져서 사람들 마음을 불안하게 만든다. 어른들이나 아이들 모두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한다. 기다리면 스스로 풀거나 상처가 아물기도 하는데 급히 문제화 시켜 해결 지우려는 것이 더 큰 상처가 되기도 한다.

물론 큰 사건은 작은 일부터 시작된다. 큰일로 번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자기감정과 상황을 정확하게 정의 내리는 일도 중요하다. 조심은 하되 작은 것이 너무 크게, 큰 것을 너무 작게 봐서는 안 된다.

객관적으로 볼 줄 아는 눈과 마음이 필요하다. 이것도 ‘배움’이 아닐까?

사회적 관계를 정확히 판단하고 올바르게 정의된 말을 쓰는 일도 중요하다.

말이 중요하다. 정확한 말을 써서 올바르게 받아들여야 한다.

 

 

땀흘려 일하고 샘처럼 맑게 살자

 

Posted by 참다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