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샘학급살이통신문 304/ 덕정초 2

2013년 3월 6일

일기 안 쓴 아이, 못 쓴 아이

일기장을 내는 습관을 들이려고 이번 주는 날마다 내도록 했다.

어제 일기 쓰는 법을 익혔으니 이제 조금이라고 솔직하게 써오도록 하고 아침부터 일기장을 봐주었다. 27명 가운데 25명이 냈다. 두 아이는 일기장을 가져오지 못해서 다른 공책에 써서 냈다.

“일기장 두 사람이 안 냈네.”

“안 낸 사람 일어나 보세요.”

두 남자 애다.

“왜 안 냈어요?”

“……”

아무 말 없이 서 있다. 무슨 잘못을 해서 꾸중 듣듯이.

“선생님이 꾸중하는 게 아니란다. 왜 지금까지 안 냈는지 그 까닭을 알고 싶어서”

“일기장이 없는 거니, 안 쓴 거니?”

“저는 일기장은 있는데 안 썼어요?”

“저는 일기장은 안 가져왔어요.”

한 애는 안 쓴 것이고 , 한 애는 일기장을 안 가져와서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은 것이다. 내가 묻지 않았으면 그냥 넘어갈 것이다.

사실 이런 상황을 기다렸다. 못하거나 하지 못할 상황일 때 어떻게 해야 하는 지 배우는 것이다.

“안 썼으면 지금이라도 끝까지 써라. 잊어버려서 그렇겠지.”

“일기장을 안 가져와서면 그냥 그대로 계속 서 있을 거야?”

앉아 있는 아이들에게도 물었다. 거둔 일기장을 들고서

“여기 일기장과 일기장이 없어서 공책을 찢어서 쓴 애도 둘 있다. 이것 보니까 생각나는 거 없니?”

“네. 다른 공책에 써서 내면 되겠네요.”

“그럼 그렇게 써라.”

참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공책 챙기지 않아서 그 시간 수업을 모두 포기해 버리는 아이가 꼭 한둘은 꼭 있기 마련이다. 준비물을 가져오지 않아서 그 시간 학습을 포기해버리는 습관이 들기 쉽다. 준비를 없더라도 빌리거나 다른 물건으로 바꾸어서 하거나 정 안 되면 친구와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하야할 일이다. 그런데 꾸중 한번 듣고 침묵하면서 묻어가려는 성향이 나타난다. 피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교사도 그냥 그대로 내버려둬서도 안 된다.

꾸중하기 전에 이런 상황일 때 어떻게 대처해야할 일인지 모두 함께 생각할 기회를 갖는다. 그게 배움이 아닐까. 나무라고 꾸중할 필요가 없다. 이런 실수는 누구나 한다. 그럴 때 너그럽게 봐주고 이렇게 행동하라고 일러주면 된다. 두 번, 세 번 자꾸 되풀이하면 그때는 따끔하게 꾸중을 해도 늦지 않다.

학기 초 직접 본보기를 보이는 것만큼 못했을 때, 안 했을 때에 대한 행동도 하나씩 알려주어야 한다. 안 했을 때, 못 했을 때도 있고, 그럴 수 있다고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진지하게 말해 주어야한다. 한두 번의 실수를 겪으면 익혀가는 것이라고 그렇게 공부할 것이라고, 그렇게 선생님은 끝까지 챙기면서 갈 것이라고, 힘들더라도 함께 내 마음과 몸과 습관까지 함께 가자고.

땀흘려 일하고 샘처럼 맑게 살자

 

Posted by 참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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