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수업-평가 일체화?
얼마 전 우리 교육청에서 교육과정-수업-평가 일체화 연수가 있었다.
교육과정-수업-평가 일체화란 교사가 재구성한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배움 중심 철학과 가치를 반영한 학생 중심 수업과 과정 중심 평가로 학생의 전인적인 성장을 돕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또한, 교육과정-수업-평가 일체화가 강조되는 까닭으로 수업과 평가를 바라보는 패러다임이 기존의 가르침 중심 수업, 결과 중심 평가에서 배움 중심 수업, 과정 중심 평가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초등교육과에서 하는 연수로 올해 첫 연수라 그 의미와 필요성을 가만히 생각해본다.
먼저 일체화한다는 말에는 그동안 분절화되었다는 전제가 깔렸다. 교육과정과 수업, 평가가 따로따로 노닐고 있었다는 말이다.
교육과정은 국가가 정한 매뉴얼이 있는 셈이고 이 교육과정을 각 지역과 학생들 특성에 맞춰 교사가 수업에 적용해 평가한다는 말이다.
교육과정대로 만들어진 교과서를 보고 가르쳐서 일제 고사 방식 평가를 지금까지 이어왔다. 이런 과정은 이미 만들어진 각본(교육과정)대로 학생들이 잘 알아듣기 쉽게 여러 가지 가르치는 기술과 방법으로 실행(수업)하고 가르친 내용을 객관화된 시험으로 평가해왔다는 것이다. 이게 가르침 중심이다. 배우려는 학생들 의지나 동기, 호기심보다는 이 정도 배워야 미래 사회를 위한 준비가 되기 때문에 교육 전문가들이 모여서 최소한의 규정(교육과정)으로 만들어 두었다. 교사들은 그 규정 목표를 아이들에게 어떻게 잘 전달할까에 많은 연구와 노력, 실천 즉 수업이다. 이때 아이들에게 단순 지식 내용이 많이 전달되었다. 이런 것을 평가했었다.
단순 지식일수록 객관화되기 쉽고 일제 고사, 지필고사, 총괄평가 형식의 시험으로 치러졌다. 그런 시험이 산업 사회 시대 때 사람을 뽑는 기준이 되기도 했다. 단순 지식의 양에 따라 공부해온 사람들 세대가 지금 우리 사회를 이끄는 중심에 있기도 하다.
이런 과정에는 배우려는 사람의 뜻과 의지, 참여가 힘들다. 창의적이거나 다른 생각과 방법, 새로운 도전은 힘들다. 오히려 방해되고 시간이 더 걸리거나 필요 없는 시행착오라 여기기까지 다른 사람들과 달라지기 보다는 누구나 똑같아 지는 문제가 생긴다.
창의적인 생각, 다른 생각과 방법, 도전 따위가 오히려 요즘 시대에서 더 필요하다. 이제는 우리 사회에 더 필요한 가치와 철학이다. 현실이다. 그래서 이제는 거꾸로 교육이 가르침보다는 배움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자연스럽게 말한다. 아이들의 배움과 성장을 북돋우려는 노력과 연구가 늘어나고 있다. 벌써 몇 년 째 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흐름에서 교육과정-수업-평가의 일체화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처음부터 교육과정-수업-평가가 일체화가 되지 않았을까?
단순 지식의 생산과 시험의 일체화가 있었다. 그런데 그 효용, 효율성, 경제성이 떨어졌다. 가르친 것들이 실제 생활에 잘 쓰이지 않고 단순 일회성, 휘발성 지식으로만 머물렀다. 시험을 위한 시험, 지식으로만 남아버렸다. 많은 것들을 머릿속에 넣었지만, 금방 잊어버리고 말았다. 배우면 배울수록 학습 동기와 의지, 도전, 의욕이 떨어져 나중에는 배움을 벗어나려는 목표까지 생기게 한다. 꾸준한 배움 상태가 되지 못하고 참고 이겨내고 버티는 배움, 잠시 머물다 벗어던지는 ‘학습 상태’의 경험만 남는다. 스스로 생각해서 움직이는 삶의 주체로 서지 못하고, 공장의 기계 부품과 같이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존재로 남기도 한다.
보통 교육과정에 맞춘 월간·주간 계획을 짜지만, 실제 수업을 할 때는 각종 행사나 계절, 아이들 특성과 학급 성향에 따라 다른 내용과 방법으로 학습이 이루어지기 쉽다. 또한 평가(시험)에 따라서 수업 내용과 방법이 바뀌기까지 한다. 가르치고 배운 대로 평가가 아닌 평가지에 나올 만한 것들을 골라 학습하는 형태로 수업이 이뤄지기도 한다. 시험을 잘 보기 위한 효율성에 중심을 두는 수업이다. 시험을 위한 가르침과 배움이다. 이런 배움은 시험이 없어지거나 시험을 끝나면 가르치고 배울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기말고사 치고 나서 학급활동이나 교과 활동이 이루어지지 않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어디에 중심을 둬야 하는가?
평가에 중심을 두고 수업을 바꾸고, 교육과정까지 변형시켜 온 지금까지는 가르침 중심, 단순 지식 암기식 수업은 이제 그 생명이 끝이다.
교육과정까지 너무 복잡하고 어렵고 아이들 눈높이에 맞지 않아 고쳐야 한다. 그래야 한다. 이러면 공동체의 합의 과정과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꾸준히 문제점을 내세우는 노력은 하고 먼저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는 수업, 그 수업을 학생 중심으로 하고 과정 중심 평가도 필요하다.
비슷한 교과 내용을 묶거나 엮어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지만, 이것도 교사 주도가 여전히 많다. 가르침 중심의 습관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
아이들이 참여와 뜻, 동기가 찾아 아이들이 참여하는 학생 중심 재구성이 필요하다. 그런 재구성을 적어도 한 달에 한 번꼴로 했으면 한다. 이런 학생 중심 교육과정은 학생이 스스로 배우려는 의지를 담기기 때문에 배움 중심 수업이 된다. 그래서 단순 지식이 아닌 그 과정을 평가한다. 평가 방법도 협의, 의논, 토론, 프로젝트, 보고서, 실행, 발표와 같은 수시로 다양한 방법의 평가가 이루어진다. 실제 배운 것들을 머리에 담아 단순 낱말이나 문장으로 써서 평가받는 것에 거치지 않는다. 직접 몸으로 드러낸다. 말하고 듣고, 느끼며, 표현하는 모든 것이 평가 방법이다.
평가의 목적은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 모자란 부분을 보충해주고 덧붙여주는 데 있다. 어느 한 시기 한순간의 평가 한 번으로 아이의 학습 능력을 결정지을 수 없다.
아이들은 꾸준히 성장한다. 성장 속도만 다를 뿐이다. 몰랐던 지식이나 내용, 방법이 평가를 거쳐 새롭게 깨치기도 한다. 그래서 평가는 과정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런 평가가 아이의 성장을 돕는다.
평가의 역할은 결국 아이의 성장을 돕는 데 있다. 아이의 학습 동기, 학습 의지를 꺾는 평가는 나중에는 학습을 포기하게 한다. 아이마다 서로 다른 학습 속도, 이해의 폭 차이를 인정하고 자기가 성취할 수 있는 정도를 측정해서 기록하면 그게 과정 평가다. 그 평가 결과를 학부모에게 통지하여 아이가 한 걸음 더 도전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한다.
교육과정-수업-평가는 가르치는 교사 처지에서도 일체화가 되어야 하지만, 배우는 아이들에게도, 학부모에게도 마찬가지다. 아직은 많은 학부모와 교사가 분절된 교육과정-수업-평가, 단순 지식 일제식 평가, 가르침 중심 수업, 결과 중심 평가, 어른 중심의 평가에 익숙해져 있다.
교육과정-수업-평가 일체화는 아이들보다는 그것을 실천하는 교사, 그것을 바라보는 학부모가 더 어려워할 것이다. 불안하고 불확실한 마음이 앞설 수도 있다.
배우고 익히는 과정에 즐거워야 꾸준한 배움으로 이어진다.
교사가 가르치는 내용을 많이 아는 것보다 스스로 배우고자 하는 마음, 감정을 학교에서 익힌다. 그래서 학생 중심, 과정 중심의 평가가 필요하고 그런 방향으로 교육과정-수업-평가가 한 줄로 엮기는 일체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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