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수업-평가 일체화?

 

얼마 전 우리 교육청에서 교육과정-수업-평가 일체화 연수가 있었다.

교육과정-수업-평가 일체화란 교사가 재구성한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배움 중심 철학과 가치를 반영한 학생 중심 수업과 과정 중심 평가로 학생의 전인적인 성장을 돕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또한, 교육과정-수업-평가 일체화가 강조되는 까닭으로 수업과 평가를 바라보는 패러다임이 기존의 가르침 중심 수업, 결과 중심 평가에서 배움 중심 수업, 과정 중심 평가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초등교육과에서 하는 연수로 올해 첫 연수라 그 의미와 필요성을 가만히 생각해본다.

먼저 일체화한다는 말에는 그동안 분절화되었다는 전제가 깔렸다. 교육과정과 수업, 평가가 따로따로 노닐고 있었다는 말이다.

교육과정은 국가가 정한 매뉴얼이 있는 셈이고 이 교육과정을 각 지역과 학생들 특성에 맞춰 교사가 수업에 적용해 평가한다는 말이다.

교육과정대로 만들어진 교과서를 보고 가르쳐서 일제 고사 방식 평가를 지금까지 이어왔다. 이런 과정은 이미 만들어진 각본(교육과정)대로 학생들이 잘 알아듣기 쉽게 여러 가지 가르치는 기술과 방법으로 실행(수업)하고 가르친 내용을 객관화된 시험으로 평가해왔다는 것이다. 이게 가르침 중심이다. 배우려는 학생들 의지나 동기, 호기심보다는 이 정도 배워야 미래 사회를 위한 준비가 되기 때문에 교육 전문가들이 모여서 최소한의 규정(교육과정)으로 만들어 두었다. 교사들은 그 규정 목표를 아이들에게 어떻게 잘 전달할까에 많은 연구와 노력, 실천 즉 수업이다. 이때 아이들에게 단순 지식 내용이 많이 전달되었다. 이런 것을 평가했었다.

단순 지식일수록 객관화되기 쉽고 일제 고사, 지필고사, 총괄평가 형식의 시험으로 치러졌다. 그런 시험이 산업 사회 시대 때 사람을 뽑는 기준이 되기도 했다. 단순 지식의 양에 따라 공부해온 사람들 세대가 지금 우리 사회를 이끄는 중심에 있기도 하다.

이런 과정에는 배우려는 사람의 뜻과 의지, 참여가 힘들다. 창의적이거나 다른 생각과 방법, 새로운 도전은 힘들다. 오히려 방해되고 시간이 더 걸리거나 필요 없는 시행착오라 여기기까지 다른 사람들과 달라지기 보다는 누구나 똑같아 지는 문제가 생긴다.

창의적인 생각, 다른 생각과 방법, 도전 따위가 오히려 요즘 시대에서 더 필요하다. 이제는 우리 사회에 더 필요한 가치와 철학이다. 현실이다. 그래서 이제는 거꾸로 교육이 가르침보다는 배움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자연스럽게 말한다. 아이들의 배움과 성장을 북돋우려는 노력과 연구가 늘어나고 있다. 벌써 몇 년 째 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흐름에서 교육과정-수업-평가의 일체화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처음부터 교육과정-수업-평가가 일체화가 되지 않았을까?

단순 지식의 생산과 시험의 일체화가 있었다. 그런데 그 효용, 효율성, 경제성이 떨어졌다. 가르친 것들이 실제 생활에 잘 쓰이지 않고 단순 일회성, 휘발성 지식으로만 머물렀다. 시험을 위한 시험, 지식으로만 남아버렸다. 많은 것들을 머릿속에 넣었지만, 금방 잊어버리고 말았다. 배우면 배울수록 학습 동기와 의지, 도전, 의욕이 떨어져 나중에는 배움을 벗어나려는 목표까지 생기게 한다. 꾸준한 배움 상태가 되지 못하고 참고 이겨내고 버티는 배움, 잠시 머물다 벗어던지는 학습 상태의 경험만 남는다. 스스로 생각해서 움직이는 삶의 주체로 서지 못하고, 공장의 기계 부품과 같이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존재로 남기도 한다.

 

보통 교육과정에 맞춘 월간·주간 계획을 짜지만, 실제 수업을 할 때는 각종 행사나 계절, 아이들 특성과 학급 성향에 따라 다른 내용과 방법으로 학습이 이루어지기 쉽다. 또한 평가(시험)에 따라서 수업 내용과 방법이 바뀌기까지 한다. 가르치고 배운 대로 평가가 아닌 평가지에 나올 만한 것들을 골라 학습하는 형태로 수업이 이뤄지기도 한다. 시험을 잘 보기 위한 효율성에 중심을 두는 수업이다. 시험을 위한 가르침과 배움이다. 이런 배움은 시험이 없어지거나 시험을 끝나면 가르치고 배울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기말고사 치고 나서 학급활동이나 교과 활동이 이루어지지 않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어디에 중심을 둬야 하는가?

평가에 중심을 두고 수업을 바꾸고, 교육과정까지 변형시켜 온 지금까지는 가르침 중심, 단순 지식 암기식 수업은 이제 그 생명이 끝이다.

교육과정까지 너무 복잡하고 어렵고 아이들 눈높이에 맞지 않아 고쳐야 한다. 그래야 한다. 이러면 공동체의 합의 과정과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꾸준히 문제점을 내세우는 노력은 하고 먼저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는 수업, 그 수업을 학생 중심으로 하고 과정 중심 평가도 필요하다.

비슷한 교과 내용을 묶거나 엮어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지만, 이것도 교사 주도가 여전히 많다. 가르침 중심의 습관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

아이들이 참여와 뜻, 동기가 찾아 아이들이 참여하는 학생 중심 재구성이 필요하다. 그런 재구성을 적어도 한 달에 한 번꼴로 했으면 한다. 이런 학생 중심 교육과정은 학생이 스스로 배우려는 의지를 담기기 때문에 배움 중심 수업이 된다. 그래서 단순 지식이 아닌 그 과정을 평가한다. 평가 방법도 협의, 의논, 토론, 프로젝트, 보고서, 실행, 발표와 같은 수시로 다양한 방법의 평가가 이루어진다. 실제 배운 것들을 머리에 담아 단순 낱말이나 문장으로 써서 평가받는 것에 거치지 않는다. 직접 몸으로 드러낸다. 말하고 듣고, 느끼며, 표현하는 모든 것이 평가 방법이다.

 

평가의 목적은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 모자란 부분을 보충해주고 덧붙여주는 데 있다. 어느 한 시기 한순간의 평가 한 번으로 아이의 학습 능력을 결정지을 수 없다.

아이들은 꾸준히 성장한다. 성장 속도만 다를 뿐이다. 몰랐던 지식이나 내용, 방법이 평가를 거쳐 새롭게 깨치기도 한다. 그래서 평가는 과정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런 평가가 아이의 성장을 돕는다.

평가의 역할은 결국 아이의 성장을 돕는 데 있다. 아이의 학습 동기, 학습 의지를 꺾는 평가는 나중에는 학습을 포기하게 한다. 아이마다 서로 다른 학습 속도, 이해의 폭 차이를 인정하고 자기가 성취할 수 있는 정도를 측정해서 기록하면 그게 과정 평가다. 그 평가 결과를 학부모에게 통지하여 아이가 한 걸음 더 도전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한다.

 

교육과정-수업-평가는 가르치는 교사 처지에서도 일체화가 되어야 하지만, 배우는 아이들에게도, 학부모에게도 마찬가지다. 아직은 많은 학부모와 교사가 분절된 교육과정-수업-평가, 단순 지식 일제식 평가, 가르침 중심 수업, 결과 중심 평가, 어른 중심의 평가에 익숙해져 있다.

교육과정-수업-평가 일체화는 아이들보다는 그것을 실천하는 교사, 그것을 바라보는 학부모가 더 어려워할 것이다. 불안하고 불확실한 마음이 앞설 수도 있다.

 

배우고 익히는 과정에 즐거워야 꾸준한 배움으로 이어진다.

교사가 가르치는 내용을 많이 아는 것보다 스스로 배우고자 하는 마음, 감정을 학교에서 익힌다. 그래서 학생 중심, 과정 중심의 평가가 필요하고 그런 방향으로 교육과정-수업-평가가 한 줄로 엮기는 일체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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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처럼 살다가신 세 분의 삶

-이오덕·권정생·하이타니 겐지로의 삶과 책-

 

 

이오덕 선생님은 대학 때 책으로 알았다. 교사가 되고 나서는 글쓰기 모임에서 늘 가슴에 품고 사는 스승님이시다. 권정생 선생님은 동화 공부와 동화책을 읽으면 꼭 한 번 떠오르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하이나티 겐지 선생님 세 분 가운데 가장 마지막으로 이름을 듣게 되었다. 앞으로 좀 더 공부해아할 할 분이다.

 

 

0. “아이처럼 살다특별 전시회

경상남도교육청에서 제2청사를 열면서 이 세 분의 삶을 모셨다

22일부터 310일까지 아이처럼 살다라는 제목으로 달고 열린다.

예전 서울에서 똑같은 전시가 열렸을 때 가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가지 못하다가 이번에 우리 지역에 이런 기회가 생겼다. 예전 글쓰기 모임을 다시 하는 기분이라서 아무 생각없이 이 곳에 오랫동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넉넉했다.

 

경상남도교육청에 새 건물이 하나 더 생기면서, 반은 책방, 반은 전시회 자리로 만들었다. 간단히 차도 사서 마실 수 있다. 북카페다. 손님이 오시거나 점심 저녁 시간에 잠시 들러서 머물다 가기에 좋다.

이오덕·권정생·하이타니 겐지로의 삶을 모은 아이처럼 살다.’ 전시회는 정말 아이처럼 살다 가신 세 분의 삶의 기록들이다.

올곧게 아이들처럼 어떻게 살아가셨는지 세 분의 어린 시절부터 돌아가시기까지의 흔적들이 우리 삶을 되돌아보게 하고 앞을 밝혀주신다이오덕,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은 교사였고, 권정생 선생님은 작가다.

 


1. 이오덕

 

이오덕 선생님은 대학 시절 책에서 만났다. 아마 삶의 믿음이 교실이란 책일 것이다. 글을 그렇게 쉽게 빨리 읽으면서도 속 시원했던 기억이 난다.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단박에 알려주신 분이고, 그 뒤로 이오덕 선생님 책은 모두 사서 모으기도 했다.

 

암굴왕이란 책을 읽고 감동을 하였다고 하셨는데, 몽테크리스토 백작이란 책이다. 그 당시에는 외국책이 일본어로 번역되고 다시 우리나라로 번역되면서 본래 작품과 좀 차이가 생겼다. 요즘은 다시 제대로 번영된 책들이 나오게 되면서 그때 나왔던 책(명작이라 불렀던 책들)을 다시 읽어볼 필요가 있겠다. 지금은 40대 이후 분들쯤 되겠다.

이오덕 선생님이 동화를 쓰시면서 아동 문학가로 첫발을 내디디면서 이원수 선생님과 인연도 두터워졌다. 이원수 선생님도 우리 지역에 사셨다. 합포만이 보이는 마산, 창원 쪽에 사셨고, 함안까지 직장을 다니셨다. ‘고향의 봄이란 노래는 애국가만큼이 많이 불리고 있다.

 

이 아이들을 어찌할 것인가라는 책은 나도 있다. 노란 손때가 묻고 표지가 너덜너덜하다. 학교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 아이들을 병들게 하는 어른들과 이 사회를 고발하는 이야기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화나게 하는 일들이 그대로 고스란히 담아냈다. 교사라면, 아 그 시대 생각이 바로 박힌 사람이라면 누가 보고 듣고 겪어 보았을 불의, 불합리, 비민주적인 삶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고통과 상처를 주었는지 알았을 것이다. 그래서 교육 민주화라는 말이 나오게 되고, 요즘은 경제 민주화라는 말까지 나오게 된 것 같다. 그렇지 여전히 경제만 챙기고 민주화는 챙기지 못해서 민주보다 경제가 앞서거나 민주를 무시한 발전만 강조하는 꼴이라 국가의 정체성까지 의심이 들게 한다.

선생님은 이후에 아이들을 살리는 노력으로 글쓰기 교육을 하셨다.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이다. 그때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가 생겼고, 내 삶 또한 삶을 가꾸는글쓰기 모임에 뿌리를 내렸다.

 

글쓰기 교육, 우리 말과 글 살리기 운동과 함께 시 정신 유희 정신과 같은 책처럼 평론서에 선생님의 꼼꼼하고 분석, 올곧은 생각이 담긴 볼 수 있었다. 평론가의 길, 아동문학 운동을 펼치셨다.

학교를 나오시고 나서 더욱 활발하게 움직이셨다.

 

내 대학 시절 축제에 한번 우리 학교에 오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는 어떤 분인지 몰랐다. 대학 4년쯤에서야 책을 보면서 알게 되었다무너미 마을로 옮기고,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전국모임도 한 번씩, 무너미에서 치렀다. 그때 한 번 선생님 모습을 보았다. 그 뒤 몇 년 뒤 돌아가셨다.

  

이오덕 선생님이 쓰신 책을 웬만한 것을 다 있다. 대부분 글쓰기 모임에서 공부하는 책이기도 했고, 늘 새 책이 나오면 먼저 사 놓고 읽기도 했다삶을 가꾸는 글쓰기교육, 우리 문장 바로쓰기, 우리 글 바로 쓰기, 시 쓰기 이 좋은 공부가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이다. 자주 보고 줄 긋고 보면서 내가 걸어갈 교사의 길을 다져주었다.

 

태어나고 돌아가시기까지 삶, , 고민과 활동을 자세히 풀어놓고 마무리로 연도별로 특징 있는 사진으로 묶어서 다시 정리해두었다. 가지런히 읽다 보면 복습이 된다.

 

돌아가시지 이틀 전까지 일기를 썼다는 선생님의 삶은 우리 글쓰기 회원들에게도 많이 나타난다. 글쓰기 교육을 위해 아이들에게 쓰게 하는 노력보다 스스로 본보기가 되어서 쓰는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교사 모임에서도 스스로 쓴 글 발표하기가 가장 잘 안 된다. 남의 글을 읽고 말하기는 하면서 자기 글은 내놓고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다. 몇 년을 해도, 몇 년을 기다려도 쉽지 않은 일이다.

선생님이 모으신 몇만 권의 책보다 하루하루의 삶과 생각들이 글로 남겨져서 젊은이들에게 가치 있는 삶의 길을 열어주셨다.

 

선생님께서 남긴 유품들 가운데 가장 먼저 펼쳐진 것은 아이들 글이다. 교사 시절 아이들 글을 모아서 문집을 낸 것, 아이들 쪽지 시 모은 것, 직접 쓰신 일기는 지금도 우리 교사들이 실천하고 따라야 할 시대정신이기도 하다. 선생님이 쓰신 여러 글보다 이런 행동들이 우리에게 감동을 주고, 본받게 한다. 나 또한 새내기 때부터 끊이지 않게 학급문집을 만들었다. 아이들 글을 모으는 버릇도 배운 것 같다. 그것이 선생님은 책이 되고, 시집이 되었다. 내 누리집(땀샘학급운영)도 우리 반 아이들 글이 대부분이다. 시대가 바뀌어서 그 기술적이 부분은 발전했지만, 그 방식과 형태, 정신은 이어지고 있다.


두 번째 유품들은 선생님이 쓰신 책이다. 아이들을 글을 묶은 것과 글쓰기 교육, 평론 책이다. 그때 쓰신 원고를 볼 수 있다.

 

꼼꼼한 기록들, 지금은 많은 이들이 컴퓨터 글자판으로 치우고 있을 것이다. 글자 치기와 저장, 관리가 기술 발전으로 훨씬 편리했지만, 저마다 자기 자신의 글쓰기, 솔직하고 진실한 자기 이야기 쓰기는 기술발전만큼이나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뒤처지고 있지 않나 의심이 된다.

기술 발전을 해도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다.

 

마지막 전시 글에 담긴 선생님의 마지막 글, 우리 삶도 나중에 이런 날이 올 것이다. 어떤 마음이 들고, 어떤 생각으로 살까?




2. 권정생

 

몽실 언니, 강아지똥, 가난한 삶, 동화, 탑골, 흰 강아지……

권정생 선생님 하시면 떠오르는 낱말이다. 동화 공부하면서 가장 많이 불렀던 이름이기도 하다. 가난하게 사시다가 가난을 벗어날 수 있어도 그대로 가난한 삶을 행복으로 여기고 사셨다.

강아지똥이 태어난 때는 1969, 내가 태어난 해다. 올해가 닭띠가 해, 닭띠 해에 태어난 작품이다. 애니메이션으로 나왔다. 이제는 그림책을 좀 읽은 사람이라면 웬만하면 다 안다.

권정생 아버지가 소작 농사를 지으면 어렵고 사시고, 전쟁도 겪으면서 평생을 병을 달고 사셨다. 가난한 이웃들의 삶 속에 늘 가슴 사연들까지 담으셨다. 그래서인지 권정생 작품에는 분단 이야기,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많이 나온다.

 

몽실 언니는 텔레비전 드라마로 나오기까지 했다. 그 당시 불쌍한 몽실이 보고 많이 울었다. 책을 다시 읽어봐도 몽실이는 볼 때마다 불쌍하다. 어려운 가정환경에 새 아빠를 만나 새 동생을 키워내는 몽실이는 화 한번 제대로 내지 않고 모든 것들을 받아들이며 산다.

강아지똥에서도 강아지똥은 자기 몸이 다 부스러져 민들레에게 다 주면서 쓸모 있는 삶을 깨친다.

모두 권정생 선생님의 삶, 그대로다. 작품이 바로 자기 삶이었다.

 

 



3. 하이타니 겐지로

 

하이나타니 겐지로 선생님은 최근 몇 년 전에 알았다. 하지만 제대로 알지는 못한다. 앞으로 더 공부하면서 살펴볼 선생님이다.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도 아이들을 삶의 중심을 두고 사셨다. 앞의 두 분도 그대로 나름 즐겁게 사는 것 같다.


로쿠베, 조금만 기다려라는 그림책 때문에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을 알게 되었다. 언젠가 서울에서 선생님 강연이 있었던 것으로 알았는데 시디만 구해두고 지금까지 보지 못하고 있다.

  


4. 전시회

전시회는 22일에서 310일까지 열리는데, 전시 기간 중 매주 토요일, 일요일에 체험활동을 할 수 있고, 해설도 들을 수 있다. 글쓰기 회원들과 도서관 관련 모임 회원들이 도슨트(전문안내원)을 교육을 받으셨다. 간단한 설명을 듣고 볼 수 있도록 했다.

이오덕과 권정생 선생님이 주고받으신 편지를 따라 쓰는 활동이 있다. 처음에는 불펜으로 썼는데 볼펜보다는 연필이 낫겠다면서 연필도 준비되어 있다. 아이보다 어른들이 해보면 좋겠다. 요즘은 워낙 글자판으로 많이 치니까 손 글씨를 5분 이상 써보기 쉽지 않다.

 

나이가 드니까(^^) 안녕을 벗지 않으면 가까운 글씨는 보이지 않는다. 큰일이다. 늘 화면을 보면서 일하는 생활이라서 몸이 망가지고 있다. 많은 글을 만들 일이 많기는 한데 내 손으로 쓰는 글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정겨움과 관계도 자꾸 줄어드는 시대가 되는 것 같다. 글쓰기도 중요하고 글씨쓰기도 중요하다는 것을 나이 들수록 더욱 생각이 든다.

 

책갈피 만들기라고 붙여두었는데 정확히 말해서 책갈피 꽂이 만들기. 책갈피는 책장과 책장이 사이 공간이다. 그런데 이렇게 알고 있었는데 검색해보니 책장과 책장을 가르기 위해 꽂아두는 꽂이라는 뜻도 나와 있었다. 몇 년 전까지는 보이지 않았는데 그사이에 붙은 모양이다. 두 가지 뜻이 포함되어버렸다. 사이와 꽂이가 같을 수 있나? 하도 사람들이 그렇게 자주 쓰니까 뜻도 그렇게 바뀌었나?

하여튼 간단하게 책갈피 꽂이 만들어 가질 수 있게 했다. 식구들과 함께 각자 하나씩 만들어 집에서 책 읽는 습관을 들었으면 좋겠다.

뱃지배지로 써야 한다. 잘못된 비표준어다. 왜 자꾸 이런 것에 먼저 눈에 들어올까 싶다. 책을 보고 등장인물을 그려본다.

 

내가 좋아하는 선생님 얼굴과 글로 만들어보았다.

 

그림 따라 그리기는 투명 필름을 그림책 위에 올려두고 그대로 따라 그려서 만들어보기다. 그대로 선을 따라 그리기 때문에 쉽게 그려진다. 다 그리고 어울리는 바탕색 종이를 붙이면 완성!

 

전시 설명은 2월 중 수요일, 목요일 하루 두 번(오전, 오후) 들을 수 있다. 이오덕은 풀빛, 권정생인 노랑, 하이타니 겐지로는 파란색으로 구분해 두었다. 이 세 분을 모르시는 분이고 그냥 눈으로 슬쩍 지나 가버리면 10분도 안 걸리지만, 책을 좀 읽어보셨거나 이 세분의 삶의 한 부분이라고 공감하거나 공유했다면 한 곳에 서서 10분도 넘게 걸린다.

 

세 분의 유품도 함께 전시되었다.

 

 

세 분의 삶을 모아보니까 공통점이 많다. 아이들 곁에 돌아오거나 아이들 곁에 맞은 눈높이로 살아오셨다. 그리고 남은 재산은 다시 아이들 곁으로 남기셨다. 아이들을 살리는 길이 무엇인지 지금 어른들에게도 깊은 성찰의 시간 여행을 하게 한다. 아이들은 어른들 보면서 산다. 우리 어른들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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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성장하는가?

 

선생님! 아이들 다모임에서 나오는 의견이나 토의 내용을 들으면 답답해요. 차라리 그냥 예전처럼 내가 이렇게 저렇게 일러주는 게 편할 것 같은데. 이렇게 놔둬도 돼요?”

 

우리 학교는 회의가 많아요. 자주 회의를 하는데 결론은 안 나고 시간만 보내는 것 같아요. 그래도 계속해야 해요? 어른들은 이런 회의를 싫어하는 눈치인 것 같고…….”

 

이런저런 연수를 받아 학급에 적용 실천해보면 잘 안 돼요. 나만 그런가, 무슨 문제가 있는지, 성향이 맞지 않는지? 늘 고만고만한 말만 반복해요.”

 

모임과 회의, 토론, 실천도 자꾸 하면서 오르내리기도 빠르고 늦게, 멈추기도 하면서 성장한다. 그 성장을 그래프로 나타내면 어떤 모양일까?

제대로 해보자고 마음먹는 순간, 그 출발 지점은 어디쯤일까?

꾸준하게 오르는 성장일까, 멈춰지는 시기는 없을까? 내려가는 시기는?


위 그래프를 보자.

직선형(란선), 곡선형(붉은 점선), 내려가다 오르는 곡선(초록)으로 세 가지 형태로 그려보았다.

직선형(파란선)은 수학 공식 같은 성장 곡선이다. 기계적이고 현실적이지 못하다. 곡선형(붉은 점선)은 천천히 움직이면서 점점 가파르게 오르고, 내려가다 오르는 곡선(초록 곡선)은 바닥 B 지점을 치고 나서 오르는 모양이다.

 

우리 삶의 성장은 내려가다 오르는 곡선(초록 곡선)이라 본다.

모임, 회의, 협의, 습관 형성도 이런 곡선처럼 성장하는 듯하다. 첫 마음이 A에서 출발하여 바로 직선형이나 곡선형으로 뻗지 않는다. B 지점까지 내려간다. 바닥을 찍는다. AB 구간(연두색 영역)을 혼란스럽고 효율적이지 못하고, 말만 많고 결정을 짓지 못하며 배가 산으로 간다고 여길 수 있는 영역이다. 그러다가 BC 영역(연주황색)에서 점점 오르기는 하는데 원점으로 돌아간 느낌을 준다.

우리 삶에서 AB 구간을 불필요하다고 여기거나 못 견뎌 한다. 이겨내지 못하고 포기해버리기도 한다. 직선형, 곡선형 성장이 되지 않으면 협의와 토의가 필요 없다고 여기기도 한다. 그런 경험이 학습되어 삶의 가치관으로 굳어지기까지 한다.

C 지점을 넘어 좀 더 나아가면 반드시 성장의 기쁨과 성취감을 얻을 것인데 이 두 고비를 넘기지 못하니까 결국 협의와 토의 과정을 믿지 못하고 불필요한 행위로만 여길 수 있다. 믿지 못할수록 ABC 구간이 길어진다. ABC 구간을 늘 맴돌기도 한다.

이 구간을 넘기는 데는 철학과 신념이 필요하다. 많은 교사 모임이나 단체도 이런 고비의 단계를 넘기지 못하니까 1, 2년 이내에 사라지고 만다. 오랫동안 모임을 꾸준히 이어가는 사람들은 이런 ABC 과정을 여러 번 겪으면서 성장한다는 것을 알고 믿기에 기다릴 수 있다. 그런 마음 씀씀이로 길게 보고 꾸준히 이어가는 내공이 생긴다.

 

AB 구간은 껍데기, 거품, 허물을 벗는 시간, BC 구간은 새 살이 돋는 기간이다. C 지점부터 새롭게 넓혀지면서 성장하는 기간이다. 가속도 붙는다. 공짜는 없다. 진정한 성장은 자기 껍데기를 벗는 것부터 시작이다.

모임이나 협의도 먼저 잘못된 상식, 오류, 편견, 고정관념을 벗는 것부터 시작이다. 토의, 협의, 토론 과정에 감정이 상하거나 의견이 다툼만 있어서 아예 회의를 거부거나 피해 가려 하기도 한다. AB 구간이다. 어렵게 힘들게 이끌어가거나 딸려가다가 B 지점에 다다르면 처음부터 시작하자는 말이 나오거나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이렇게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었다고 AB 구간의 과정을 헛되이 보냈다고 아깝게 여길 필요가 없다. AB 구간을 겪으며 B 지점부터 교육 본질에 대한 생각의 공유, 마음, 철학을 함께 갖게 되고, 공통한 목표에 가까워진다. 공동체의 철학적 공유가 일어나는 지점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ABC 구간은 서로의 마음과 철학을 한 길로 잡아가는 시간과 경험의 과정이다. 결과적으로 AC 지점은 같은 높이지만 구성원 간의 관계, 자기 내면의 동기 형성에 큰 차이가 있다.

 

이렇게 바닥을 찍고 오른 다음 성장 과정을 보자. 구성원, 집단, 내면의 동기를 튼튼해지고 나서 일정한 곡선 형태로 성장하는가, 층계형으로 성장하는가?

C 지점 까지는 진솔한 자신의 발견, 교육본질에 대한 철학적 공유 단계다. CD 기간을 어떻게 성장하는지 성찰해보자.

내가 보기로는 어느 정도 정체되다가 어느 지점(1,2,3)에서 층계 오르듯이 성큼 큰다. 그러다 또 정체되었다가 또 한 층계 오른다.

성큼 오르는 부분(1,2,3)은 임계점이다. 물이 끓기 위해서는 100도가 되어야 한다. 99.9도까지는 열을 한창 올렸다가 100도 되었을 때 끊는다. 끊기가 1도에 조금, 10도에 1도의 10배만큼, 100도에 10도의 10배만큼 끊지는 않는다. 끊는점 까지 충분히 열을 올라야 한다. 1,2,3부분을 오르기 위한 정체기는 이른 끊는점에 다다르기 위한 노력 단계다. 그래서 가까운 목표(1,2,3)를 설정함 꾸준히 애를 쓰는 것이다.

민주적인 의사결정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도 이런 층계형 성장 곡선처럼 성장한다. 그래서 아무런 성과 없는 결론이 나더라도 꾸준히 회의하고 모여서 결정해보고, 고쳐가면서 노력한다.

어느 정도 집단의 합의, 공동체의 목표가 세워지면 또 자꾸 모여서 열을 올려야 한다. 임계점에 다다른 어느 한 지점을 겪으면 성취감도 높다. 그러다 또 정체기를 겪으며 열을 올리고 두 번째 임계점에 다다르면 더 큰 성취감과 성장의 기쁨을 함께 느낀다. 갈수록 정체기가 줄어들고 임계점의 높이가 높아질 것이다. 이런 과정을 몇 번 겪고 나면 굳건한 신념과 철학이 된다. 물고기가 물속에 물을 못 느끼듯, 공기로 쉬면 쉬듯 새로운 문화, 생활 속 문화가 된다.

우리 삶, 모임, 단체, 학교, 학급이 이렇게 성장하는 것 같다. 한평생이 걸리기도 하고, 어떤 문화는 이미 한 세대가 C 지점까지 만들어준 상태에서 열을 올려야 하는 지점에서 출발하기도 한다.

 

우리는 어디에 있을까?

오늘날 우리 학교, 우리 선생님들, 우리 아이들은 어느 지점에 모여 있을까?

A 지점에서 출발하기도 하고, B, C 지점에서 성장하는 듯 보이기도 하지만, A 지점에서 출발한다고 여기고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ABC 과정을 겪는 것과 겪지 않는 것에는 많은 차이가 난다. 힘들고 어렵고 귀찮고 답답한 과정이라고 여길 수 있는 과정이 정확한 자신, 남을 이해하는 가치관, 아이들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다양한 과점을 배울 수 있는 시기라고 본다. 또한, 이런 과정이 임계점에 다다를 수 있도록 열을 올리는 훈련이고, 연습이며 체계를 잡는 성찰 과정이기도 하다.

 

역사도 성장한다. 성장은 멈추지 않는다. 세상도 그렇게 성장하면서 우리를 성장시키고 있는지 모른다.

각자 다른 생각을 지니고 모여서 갈등의 순간(AB 구간)에 만난다. 부대끼며 다투고, 여러 가지 다른 관점을 보게 된다. 다름이 틀림으로 해석하고 다툼이 일고, 그러다가 틀림이 아닌 다름이란 것을 깨닫고(BC 구간)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C)을 함께 갖게 된다. 여럿이 한뜻으로 한고비를 넘기면 첫 성취감(1)에 다다르고, 이 맛에 또 다르게 넓히며 다른 사람과 함께 이뤄내고(2), 이뤄낸 것을 나누고 공유하면서 더 많은 사람, 이웃, 공동체와 더불어 제도와 규칙까지 만들어내면서(3) 진정한 민주적인 의사결정 공동체로서 구성이 되고, 그런 사회 문화가 숨 쉬는 공기가 된다.

 

우리 삶, 우리 이웃, 우리 학교가 이렇게 성장한다고 믿는다. 먼 길 함께 가는 사람들이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고 했다.

우리 성장도 오래 함께 가는 길이다. 한순간 임계점으로 오르기 위한 편법, 우연, 악용은 열을 올리지 못하고 얻는 결과다. 다음 임계점이 힘들어진다. 오래가지도 못한다. 협의, 토의, 갈등, 조정의 경험이 없는 성장은 열을 올려보지 못한 우연, 편법의 결과다. 오래가지 못한다. 한두 개의 임계점에 남의 힘을 빌리거나 권력의 힘으로 올라갔더라도 나중에는 결국 혼자만 남아 머물게 된다. 멀리 가지 못한다. 그렇게 믿고 싶다. 그런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가 어둠을 밝히는 촛불을 든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오늘날 우리의 촛불은 ABC 구간을 지나서 스스로 깨닫는 순간(C)을 찾았다는 것으로 생각해 본다. 자각만 했다고 바로 성장 곡선의 위를 오르지 않는다. 좀 열을 내어야 한다. 진정한 출발점(C)에 서 있거나, 한 임계점을 넘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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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는 몇 학년하지?


내년에는 몇 학년하지?

전담할까?

부장 자리라도 하나 맡을까?

고학년은 피해야지!

 

겨울 방학쯤이면 다음 해 몇 학년을 맡을까 고민을 한다.

말썽부리지 않고 말 잘 드는 아이들을 맡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들 것이다.

분위기 좋은 사람들을 쫓아 학년을 정하거나, 호흡 맞은 사람끼리 몇 년째 뭉쳐 다니기도 한다. 심지어 학교도 함께 옮기며 같은 학년을 몇 년째 이어가는 분들도 있다.

보통 고학년을 첫해 맡고 나서는 다음 해는 아래 학년으로 내려간다. 아동 관리가 수월하고 여유로운 학교 업무에 초점을 맞춰 눈치작전을 편다. 힘들고 골치 아픈 일을 피해 다니다 보면 말 잘 듣는 학년과 관리하기 쉬운 학년을 늘 달고 다니려고 한다. 학교 이동 점수나 승진 점수에 얽히면 부장 자리가 경쟁이 되기도 한다.

보통 새내기 때나 학교 옮긴 첫해는 본교 교사들이 고르고 남은 학년을 맡게 된다. 거의 5, 6학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어쩔 수 없이 맡은 학년이지만 다음 해는 아래 학년으로 내려간다. ·저 학년에 머물며 그 학교 만기를 채운다. 하지만 새내기 때부터 몇 년째 6학년만 해오거나 한번 맡은 학년 아이들을 졸업할 때까지 이어가는 분도 계시다.

학년을 선택하는 교사들의 철학과 삶의 기준에 따라 다양하다. 학년 선택뿐 아니라 학급운영 방법도 달라진다. 가만히 보면 심지어 교과 지도법도 다른 듯하다. 비슷한 성향끼리 비슷한 학급운영과 교과 지도법이 묶이는 듯하다.

학년 선택에 나름의 의미와 목표를 두고 해마다 새로운 도전을 펼치는 분도 있지만, 편해서 여유로운 것만 쫓아 늘 하던 대로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학급운영의 변화와 확장이 일어나지 않는 사람도 많다.

 

학년을 선택할 때 선배 교사가 후배 교사들에게 조언을 곧잘 한다. 다양한 학년을 겪어보라고 많이 말한다. 한 학년만 오래 하거나 아이들을 달고 올라가지 말라는 충고도 곁들이기도 한다. 아이들에게도 다양한 교사를 겪어볼 필요가 있다는 까닭이다. 여기에는 교사들이 가르치는 내용과 방법은 거의 비슷하니까 다양한 성격의 사람을 만나보라는 뜻이 깔렸다.

그런데 내가 보기로는 고학년, 다음 중 학년, 그다음 중·저 학년으로 가는 흐름은 다양한 경험보다는 아동 관리 편리에 초점이 많다. 한 학년을 두 번 이어 하지 않는 이상 한 해 지나고 나면 다 잊기 쉽다. 한 해 쉬고 같은 학년을 하면 또 새로운 느낌이다.

 

많은 교사가 주어진 고학년은 어쩔 수 없는 학급운영을 한다. 그래서 그 한 해를 아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 것에 힘을 쏟고 목표를 둔다. 3, 4학년은 말을 잘 듣고, 귀여울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을 지니며 학년을 선택한다. 그래서 그 기대처럼 재미있고 귀여운 학급 운영으로 이어진다. 실제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고학년은 덩치도 크고, 큰 사고도 잦다며 미리 겁먹고, 문제가 일어날 것이라 짐작하고 대하니까 말이 딱딱하고 엄격해진다. 기대 수준이 다른 학년보다도 낮은 편이다. 별 기대와 희망은 없으니까 다시 맡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런 흐름의 학년 선택이 되어도 새로운 목표와 확장성 있는 도전으로 학급을 꾸리는 분들도 있다.

한 학년을 몇 년째 하든, 한 번 맡은 학년을 졸업 때까지 이어가든 자기 교육 철학을 꿋꿋하게 증명해 보이며 성장하는 교사들이 있다. 그런 교사들이 성장한다. 가르치는 방법과 내용이 다양해지고 풍부해진다. 그런 교사들은 아이들과 부대끼면서 상처 입고, 고민과 절망, 배신감도 느끼면서 보듬고 품으면서 성장한다. 그런 과정을 피해 하고 벗어나기보다는 안고 삭히고 소화해야 한다. 그동안 살면서 생긴 거품과 껍데기를 벗는 성찰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학급운영, 교과 공부는 관계와 믿음이 마음 튼튼히 밑바닥에 깔려야 쌓을 수 있다. 학년 선택의 흐름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어떤 흐름의 선택인지만 봐도 대충 어떤 삶을 걷고 있는지 보이기도 한다.


새내기 교사들에게 처음에는 고학년을 몇 년 이어서 하라고 권하고 싶다.

한 학년을 꾸준히 하다 보면 그 학년 아이들 특성을 알게 된다. 아이들 말과 행동, 수업 시간 반응들을 보고 느끼며 아이들 성향을 알 수 있다. 자연스럽게 아이들 말을 배운다. 말에 담긴 아이들 감정과 희망, 요구 조건이 무엇이지 내면의 뜻을 살필 수 있다. 그 학년 아이들의 말과 행동의 수준에 따라서 아이들과 호흡할 수 있는 말을 익힐 수 있다. 이것을 아이들의 2의 말라고 부르고 싶다. 이런 말을 알아듣고 그에 맞도록 알아듣기 쉽게 말하려면 목적성 있게 들어야 한다. 아무 생각 없이 보고 들으면 아무 생각도 들지도 보이지도 않는다. 잘 관찰해야 한다. 기록하면 더 좋다. 수업 일기를 쓰면서 아이들이 하는 말, 교사가 어떤 행동과 질문했을 때 어떤 말을 꺼내는지도 기록하면서 만나면 깊이 있게 느낄 수 있다.

 

같은 학년을 서너 해하고 나면 아이들 말 속에 아이들 마음이 들린다. 보인다. 알아챈다. 그러니까 일부러 속기도 하고, 앞선 걱정을 막기도 한다. 그때부터 아이들 앞에 자신감도 생긴다. 자신감 속에 당당한 목소리가 나오고 삶에 대한 방향과 철학이 깃든 이야기가 교과와 얽혀서 이어진다. 그런 뒤 교과 수업에도 변화가 생긴다. 아이들 눈높이와 마음 깊이에 맞는 수업 준비, 발문, 수업 자료, 감정이 다치지 않는 말이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아이들 말을 찾는다. 같은 학년은 몇 년째 이어지면서 아이들 말, 진정한 말, 마음을 찾게 된다.

이런 학년의 흐름을 겪고 나서 한 학년을 졸업할 때까지 이어갔으면 한다. 이때는 아이들 성장을 본다. 몸과 마음의 성숙도를 느낄 수 있다. 교사도 성장한다. 이런 성장의 바탕이 튼튼한 학급운영의 체력이다. 이런 철학이 깃든 체력은 아이들 성장을 올곧게 지켜나가게 하는 확장성 있는 힘으로 또 성장한다. 함께 같이하는 교사들도 동화하면서 성장시킨다.


보통 도시 학교는 같은 학년으로, 시골 학교에는 달고 올라가는 학년으로 선택해서 시작했으면 어떨까 싶다.

같은 학년과 졸업할 때까지 맡아보는 경험을 다 겪고 나면 십 년 가까이는 걸릴 것이다. 이런 목적성 있는 학년 선택 경험과 실천 뒤 다양한 학년 경험으로 이어지는 게 괜찮을 듯하다.


법칙은 없다. 다양함이란 달리하는 일정함을 여러 번 겪으면 만들어지는 형태가 아닐까?

일정함에서 깊이를 다지고, 다양함에서 확장되는 삶!

한 학년의 특색을 깊이 있게 겪어 보고, 다양한 학년으로 넓히면서 자기 빛깔이 드러난다. 자기 빛깔로 다양한 학년 학급에 적용, 호환시키면서 학급운영을 재미있게 해 나간다.

아이들 눈높이, 마음 깊이, 말 넓이를 익히는 삶이 교사의 배움이 아닐까?

 

올해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을 보았습니까?

올해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을 배우겠습니까?

올해는

몇 학년 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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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수업백과, 초등 글쓰기, 초등 학급운영을 마무리하며

 


 

책 세 권을 마무리했다.

20155월에 초등수업백과, 2016년 초 초등글쓰기, 201612월에 초등학급운영으로 20여 년 아이들과 함께한 기록을 정리했다. 끝이 아니다. 이제 새로운 시작의 문을 연다.

가장 먼저 시작한 땀샘학급운영을 바탕으로 한 초등학급운영이 마지막으로 마무리 지었다. 마지막 까지 아이들과 수업하며 나누었던 삶을 초등수업백과에 담았다. 초등 글쓰기는 학급운영(수업)하면서 쓴 아이들 글, 자료, 그 과정에서 나온 글감으로 글쓰기 과정을 풀어 내었다.

이 세 권을 묶어낸 까닭과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조금씩 풀어본다.


 

 땀샘 최진수의 초등수업백과


초등수업백과는 우리 글쓰기회 식구들(창원 글쓰기교육연구회)과 함께 공부하면서 실천(수업일기)을 약속한 결과물이다. 수업 일기를 써보겠다고 다짐하면서 3년 넘게 써온 일기를 정리했다. 같은 학년 선생님들과 공부 모임도 하면서 그때그때 칠판에 쓴 글, 수업자료, 아이들 반응과 말, 수업 내용이 많다. 장학사가 되기 전까지 6학년 수업을 끝까지 수업을 한 최근 자료인 셈이다.

기록은 참 재미있다

처음에는 어떻게 무엇을 쓸지에 고민과 갈등이 많았지만, 빠짐없이 쓰면서 속도가 붙었다. 한 석 달 정도 쓰고 나면 그것도 삶이 된다. 그날 하루 수업 내용을 다 정리하고 퇴근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다보니 서너 시간 걸리던 것이 한 시간 안으로 줄어들었다.

이런 기록들을 되돌아보면서 빠진 부분, 강점, 약점, 빈틈을 찾게 되었다. 다음 날 수업에서 고쳐지고, 더 좋은 아이디어가 솟는 교재 연구를 자연스럽게 하는 셈이었다. 다음 날 수업 준비였다. 수업자료, 수업 진행 방법, 발문, 수업 구조 공부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천천히 그날 수업을 다시 생각하면 수업 시간에는 몰랐던 것들이 다시 떠올랐다. 더 말해주거나 활동이 필요했던 부분, 좀 더 논리적으로 설명이 가능했던 부분, 아이들이 요구하고 기대했던 상황, 아이들 반응, , 눈빛, 분위기가 다시 떠올랐다. 이런 상황과 장면을 사진을 찍듯이 글로 남겨두는 일이다. 그런 기록들은 다음 해에도 똑같은 시간에 다시 보면서 좋은 수업 연구 교재가 되었다. 시행착오를 줄이는 성장의 자료가 되었다.

수업 내용을 정리하면서 내 수업의 원리도 찾았다. 참여, 공유, 기록이다

20여 년 동안 남겨둔 내 실천 흔적에서 또 다른 내 모습, 내 빛깔로 새로운 삶을 다시 시작하는 때이다.

 

[목차]

1. 아이들 마음을 북돋기 위해서 알아야 할 것

1. 아이들은 어떻게 배우려는 마음을 갖게 될까? 14

2. 아이들의 꿈과 도전 29

3. 아이들을 둘러싼 환경 44

4. 선행 학습의 문제 51

5. 잠재적으로 학습된 고정관념 59

6. 수업 약속과 학급 규칙 만들기 63

 

2. 수업의 세 가지 원리

1. 모든 아이가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78

2. 아이들이 생각을 펼쳐서 서로 공유하도록 93

3. 기억할 가치가 있는 것은 꼭 기록을 남기도록 115

 

3. 생각 지도를 이어가는 칠판 쓰기

1. 칠판 쓰기 준비하기 130

2. 학습목표와 문제 제시 139

3. 아이들이 채워가는 여백 147

4. 서로 생각을 모아가는 아이들 칠판 쓰기 158

5. 생각을 연결하는 마인드맵 칠판 활용 170

6. 교사의 평가와 지도 186

 

4. 생생한 기억을 위한 공책 쓰기

1. 아이들 스스로 기억할 요점을 뚜렷하게 194

2. 문제 해결을 위한 생각 드러내기 198

3. 친구들 생각을 모으고 정리하기 202

4. 답안과 풀이가 틀린 까닭 찾기 205

5. 코넬식 공책 쓰기 208

6. 마인드맵 공책 213

7. 교과별 특징 218

8. 교사의 평가와 지도 228

 

5. 모둠 활동

1. 왜 모둠이 필요할까? 234

2. 모둠 활동을 위한 준비 240

3. 모둠 짜기 248

4. 모둠 활동으로 펼쳐지는 수업 251

 

6. 교과 수업

1. 국어 264

2. 수학 277

3. 사회 299

4. 미술 317

5. 교과 통합 수업 나무 프로젝트326

 

7. 탐구와 발표

1. 관찰 344

2. 조사 358

3. 프레젠테이션 374

4. 영상 제작과 녹음 383

5. 사진 촬영과 활용 394

6. 모둠 발표 399

7. 평가와 토론 402

 

8. 내용 심화를 위한 활동

1. 지식의 배경을 넓히는 독서 410

2. 공부 습관을 들이는 정리 활동 419

3. 인터넷 활용과 방학 과제 426

4. 학급 문집 431

5. 아이들의 꿈과 상담 439

6. 가르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442

 


 땀샘 최진수의 초등글쓰기


초등글쓰기에는 우리 반 아이들이 남겨준 소중한 보물이다.

아이들 일기, 수업 시간 참여 글, 행사 글, 학급문집에 담긴 아이들 글의 솔직한 글을 모았다. 교사 공부 모임(전문 학습 공동체)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삶을 가꾸는 글쓰기를 일깨워주신 이오덕 선생님 덕분이다.

이오덕 선생님의 삶의 철학을 같이 하는 한국글쓰기연구회 선생님들과 모임이 내 삶에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삶을 가꾼다는 것, 내 삶과 아이들 모두에 중요한 목표이자 튼튼한 배움의 길을 밝혀주었다.

여전히 글짓기에 머물러 있는 글쓰기 문화를 어떻게 풀어볼까 하는 고민을 해마다 되풀이 되었다. 20여년 지나온 지금보면 교과서에도 글짓기라는 말보다 글쓰기가 많이 담겼다. 아이들의 솔직한 글, 시도 많이 담겼다. 하지만 여전이 그 지도법, 가르치는 글쓰기는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풀어내는 일이 쉽지 않아 보인다. 글쓰기는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다는 마음 한 가지만이라도 초등학교에서 지니고 갔으면 한다. 그런 생각과 감정을 건네주고 싶다.

학급에서 많은 활동이 이루어진다. 그것을 정리해내고 마무리 짓는 글쓰기는 늘 필요하다. 무엇인가 있어 보이려고 꾸미려는 순간 글 쓰는 즐거움이 사라진다. 즐거움이 없는 글쓰기로 시작하니까 지루하고 따분하고 하기 싫어진다. 보고 듣고 말한 대로 자기 삶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용기와 생각, 실천이 삶이 되면 쉽다. 언제든지 쓸 수 있다. 그 다음에 다듬고 고르고 추리고 덧붙이면 된다. 글을 쓰는 재주가 있어서 쓰는 게 아니다.

누구나 쓸 수 있다. 교사도 써야 한다. 쓴 내용보다 쓰는 행동에서 아이들은 배운다. 함께 익힌다. 서로 따른다. 삶은 삶으로 보이면 배움이 된다. 가르치려고 덤비기보다 그런 삶에서 배움이 일어난다

 

[목차]

1. 글쓰기 지도의 원리

1. 자신을 비추는 사진기 같은 글쓰기 16

2. 아이들이 쓴 글을 보는 관점 20

3. 교과에 따른 글쓰기와 갈래별 글쓰기 40

4. 글감 찾기 43

5. 맞춤법, 문법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49

6. 글 고치기 53

7. 합평 58

 

2. 일기

1. 자기 역사를 쓰는 일기 62

2. 글감 찾기: 하루 일 가운데 자기 마음을 건드리는 것 68

3. 일기장 쓰는 방법 74

4. 교사도 일기를 써서 아이들에게 보여 준다 81

5. 함께 읽어도 좋은 일기 91

 

3.

1. 스치듯 신기함을 담는 시 100

2. 부담감을 버리고 솔직하게 쓰기 102

3. 주제에 따라 시 쓰기 108

4. 시 다듬기 130

5. 시화 만들기 135

 

4. 보고문

1. 문제 해결에 필요한 지식 공유 148

2. 주제 잡기 156

3. 보고문 구성 형식 162

4. 보고문 완결하기 184

5. 발표와 토론 187

 

5. 논설문

1. 자기주장을 이치에 맞게 뚜렷이 밝히는 글 192

2. 좋은 논설문이란? 196

3. 생각 꺼내기 200

4. 제목 정하기 206

5. 얼거리(개요) 짜기 211

6. 다듬고 발표하기 217

 

6. 독후감

1. 읽은 책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감상문 222

2. 모두 함께 읽은 책에 댓글 달기 226

3. 줄거리 중심 독후감 232

4. 느낌, 생각, 경험 중심 독후감 238

5. 의견, 분석, 주장 중심 독후감 244

 

7. 학급 문집 펴내기

1. 왜 학급 문집을 만드는가? 256

2. 학급 문집 편집 원칙 258

3. 학급 문집의 종류 263

4. 학급 문집에 담기는 내용 267

5. 알맞은 글, 어울리는 그림 273

6. 학급 문집 만드는 차례 301

 

 


 땀샘 최진수의 초등학급운영

 

땀 흘려 일하고 샘처럼 맑게 살자는 학급 교훈을 바탕으로 땀샘학급과 학급운영을 누리집에 담았다. 첫 월별학급이다. 누리집에 공개한 첫 학급운영 실천 사례가 되기도 했다.

백화점식 학급운영에서 주제가 있는 학급운영, 을 세우는 학급운영, 을 가꾸는 학급살이로 성장해 나가는 내 학급운영이다.

교사가 성장하는 것처럼 학급운영도 성장한다. 학급운영이 어떻게 해서 학급살이로 이어간 것인지 해마다 같은 학년 하면서도 해마다 다른 실천과 고민이 담기고 성장해 나갔다.

학급운영을 하면서 고민했던 활동과 내용, 학교에서 관리자와 동료 교사와 갈등문제가 있다. 학급에서 교사와 아이들과 다툼, 아이들끼리 갈등, 아이들 개인의 고민, 말싸움, 편견, 실수 같은 일들이 날마다 일어난다.

이런 상황일 때 어떤 마음과 생각, 해결을 해야 할까?

학부모들과 어떻게 만나고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았나?

교사 모임을 어떻게 꾸려야 할까?

생황별로 사건을 중심으로 수업 일기 형식으로 풀었다.

 

[목차]

1. 교사도 함께 성장하는 학급운영

1. 학급의 CEO는 교사일까?

2. 교사의 관심 주제, 어떻게 성장하는가?

3. 교사의 성장에 따른 학급운영

4. 조화로운 학급 살이

5. 학교문화를 바꾸는 학급운영

 

2. 땀샘 월별 학급운영

1. 만남의 달, 3

2. 모둠의 달, 4~5

3. 땀 흘리는 달, 6~7

4. 맑게 사는 달, 9

5. 발로 뛰는 달, 10~11

6. 마무리 달, 12, 2

 

3. 배움을 위한 마음 갖추기

1. 첫날 준비, 첫인상, 내 자리를 찾아서

2. 아침 시간

3. 모둠 짜기, 짝 바꾸기

4. 공부 카드 만들기와 활용

 

4. 기억과 추억으로 남는 학급 활동

1. 노래로 마무리하는 하루

2. 책 읽기 습관 기르기

3.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 발표

4. 기록하고 남기는 공부

 

5. 학교행사를 교육과정과 조화롭게

1. 일회성 행사 살펴보기

2. 포스터 그리기

3. 수학여행, 적지 말고 담자

 

6. 학부모와의 만남, 관계, 소통

1. 소통의 시작, 학부모 통신문

2. 학부모가 공개수업 보는 법

3. 학부모 모임에서

4. 학부모 상담

 

7. 부대끼며 배우고 알아 가는 삶

1. 생활지도 시간은 따로 없다

2. 말로 상처 받고, 말로 푸는 싸움

3. 청소 이야기

4. 아이들 말과 행동

 

8. 감정을 다루는 성장 공부

1. 교사 모임 꾸준히 잇기

2. 무슨 공부를 어떻게 할까?

3. 교사의 성장을 돕는 태도

4. 배움이 즐거운 학교, 함께 가꾸자

 


 

새내기 때는 탐색 기간이었다. 무엇이든 배우는 시기였고 맛보기식 수업을 할 때였다. 그러다 주제 한 가지를 잡아 실천하면서 자기 빛깔을 조금씩 드러나고, 나중에는 자기 나름의 방식과 철학이 세워진다.

결국, 우리 삶과 교과를 넘나들며 서로 한 몸이 되는 길로 공부하고 생각한다. 관계를 맺고 소통하면서 그 감정과 마음 씀씀이를 헤아리는 공부를 모여서 함께 나누며 공부한다.

배움은 즐겁다. 즐거우니까 꾸준히 이어가고 자꾸 배운다. 그게 삶이다. 즐거운 배움을 함께 가꾸는 곳이 학교와 학급이다.

배움이 학교란 울타리에서만 경험하고 졸업하는 것을 끝을 내어서는 안 될 이다. 학교에서는 배움이 즐겁다는 감정, 동기, 삶의 씨앗튼튼한 생각 그물을 스스로 만든다. 앞으로 점점 넓혀지는 사회에서 스스로 꿋꿋하게 걸어갈 수 있게 한다. 평생 가꾸는, 가꾸어야할 삶이다.

우리는 평생 이어질 공부를 한다. 그런 공부여야 포기하지 않고 즐길 수 있다. 즐거우니까 하지 말라고 해도 찾아서 한다. 그런 공부를 해야 한다. 좋은 공부 감정, 더 하고 싶고, 찾아서 깊이 파고 싶은 공부 감정을 아이들과 교사 모두가 함께 지니고 실천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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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

시 쓰기 삶 쓰기 2016. 1. 10. 08:55

수없이 쏟아지는 말과 글
그 속에 
갇히거나 가두거나
묻히거나 묻어가거나
빌리거나 공유하거나.
자기 생각도 
그 속에서 만들어지거나
그 범위를 못 벗어나면
앎의 주체성을 잃는다.
내 앎이
누군가가 알아주기를 
바라는 앎에 갇히지 않았나
성찰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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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명함

시 쓰기 삶 쓰기 2016. 1. 10. 08:53

내 명함

 

오늘 아침은 눈을 떠서 가장 먼저

내 명함을 한 장 꺼냈다

늘 남에게 건네지기만 하는 너

오늘은 널 한 장 꺼내

내 이름을 본다

 

이름 앞에 붙은 또 다른 이름

수백 번도 더 불러줬던 번호

난 그대로인데 해마다 바뀌는 너

네가 아무리 많아도

남에게 보내야 네가 사는 법

 

이름 석 자에 담긴 뜻

어린 날의 꿈

이름 앞에

아무것도 붙지 않던 나날이 떠오른다

나만큼 너를 아는 사람은 없을 거야

늘 내 심장 가까이 너를 품고 다닌다

 

오늘 아침 꺼낸 내 명함 한 장

같은 지갑 속이지만

다른 자리에 너를 옮겨 넣는다.

(2016.1.10.참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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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은 공부를 즐기고 있습니까? 바로 답하기가 쉽지 않다.

창의성 교육, 스마트 교육, 인성교육과 같이 교육 앞에 많은 수식어가 붙어왔다. 시대 변화에 따른 수단을 통해 교육의 본질에 다가가려는 의지다. 이런 교육을 받은 현재 어른들 삶은 어떨까? 초중고, 대학을 거쳐 배워왔지만, 배울수록 하나씩 잃기도 한다. 초등학교 졸업하면서 일기(쓰기), 중고교는 책(읽기), 대학교는 토의(말하기), 가정을 꾸리며 생각하기를 멈춘다. 쓰기, 읽기, 말하기, 생각하기는 평생 갈고 닦아야 할 행위다. 중요하고 필요하다는 공감을 하지만 현재 자기 삶에 그대로 실천하고 있는지 되새겨볼 일이다. 공부를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하거나 수단으로만 삼으면 그 목적을 이루고 나서는 이런 행위가 멈춰버린다. 필요성의 유효기간을 정해버린 셈이다.

배움이 멈춰지면 생각대로 사는 게 아니라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오래가야 한다. 오래가려면 스스로 선택(자율성), 동기(감정)가 필요하다. 선생님, 연예인이 좋아 공부나 노래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말처럼 쓰기, 읽기, 말하기, 생각하기를 좋아하고 즐겨야 한다. 지식을 얻는 수단을 넘어 공부 자체에 대한 좋은 감정이 붙어야 스스로 선택하고 성장하는 기쁨이 일어난다.

즐거운 배움은 생산적이다. 단편적인 지식의 소비와 반복이 아닌 끊임없이 도전하고 새롭게 만드는 창의성이 샘솟는다. 이런 과정에 성취감이 생겨 긍정적인 마음으로 넓혀진다.

지금 어른 세대는 지식과 결과물 중심 시대에 살아서 즐거움을 찾을 기회가 적었거나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럼, 지금 세대 아이들과 어떻게 해야 할까?

함께 배우자. 배우는 과정을 함께 즐기자. 함께 공부하고 책 읽으며 배우는 삶을 가꾸자. 함께 가꾸면 1+13되고 5가 된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고 했다. 교육은 멀리 가는 길이다.

경남교육 비전이 배움이 즐거운 학교·함께 가꾸는 경남교육이다. 배움을 즐겁게, 함께 가꾼다는 말을 곱씹어 보자. 좋은 가르침은 함께 배우며, 그 배움을 즐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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