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공개와 수업 협의회 공개
공개 수업에 다녀왔다. 학부모 연수와 공개수업, 시범수업, 수업협의회 과정이 하루 내내 이루어졌다.
1교시 | 학부모연수1 <공개 수업 어떻게 볼 것인가?> |
2교시 | 각 교실 공개 수업 참관 |
3교시 | 학부모연수2 <학습 동기> |
4교시 | |
5교시 | 공개 수업1 |
6교시 | 공개 수업2 |
7교시 | 공개 수업3 <수업 협의회> 공개 |
8교시 | 전체 협의 |
1. 학부모연수1 <공개 수업 어떻게 볼 것인가?>
공개 수업이 있는 날, 보통 학부모는 학교 식당이나 강당에 먼저 모여서 간단한 학교 안내와 설명을 듣는다. 때로는 간단한 교육도 함께 이루어진다. 이다음 시간에 수업 공개가 이어진다. 그래서 이런 사실을 아는 학부모는 아예 수업 공개 시간에 맞춰 오기도 한다. 교실을 들어서면 복도에 준비된 지도안과 참관록을 들고 뒷문으로 들어가서 수업을 본다.
“여러분, 공개 수업 때 수업을 봐요, 선생님을 봐요, 아이를 봐요?”
이렇게 묻고 손들게 하면 아이 쪽이 많다. 자신 있게 들지 못하고 미안하듯 슬그머니 들기도 한다.
“그래요. 아이들 보세요. 첫 연수는 아이를 제대로 보라는 것입니다.”
학부모는 아이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수업은 교사들이 본다. 당연하다.
학부모는 공개 수업 참관하는 방법은 알까? 배운 적은 있을까?
수업 보는 방법, 아이가 수업에 참여하는 방법, 그것을 보는 관점을 들은 적이 없다. 주어진 지도안만 들고 갔을 뿐이다. 어떤 분은 지도안 대로 하고 있는지, 우리 아이가 발표를 잘 하는지, 집중은 잘 하는 지를 보기도 한다. 그냥 잘하나 못하나 대충의 평가를 한다.
손을 들어서 발표하는 것이 잘하는 것이고, 듣기만하는 것은 제대로 학습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느낌과 관념을 지닌다. 그래서 제대로 발표 못한 아이에게 서운함을 느끼거나 집에서 나무라기도 한다. 첫 시간은 이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치는 일이다.
아이마다 학습에 참여하는 유형과 성향이 있다. 손들어 먼저 말을 하면서 공부하는 아이가 있고, 잘 듣고 따라하면서 공부하는 아이도 있다. 듣고 몸을 움직여야 하는 아이가 있고, 쓰고 기록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도 있다. 아이마다 성향별로 학습을 한다.
발표를 잘 해도 무얼 배웠는지 모르기도 하고, 옆 친구와 무슨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나중에 그것이 내용 분석이었을 경우도 있다.
우리는 쉽게 아이들 겉 행동만보고 학습 결과를 짐작한다.
말하고 보는 것이 아는 것과 차이가 있다. 그런 관점을 첫 시간에 깨친다.
‘우리 아이는 어떻게 학습에 참여하는가’
아이들은 다 자기 나름의 참여 방법이 있다.
이번 공개 수업부터 그런 눈으로 관찰해서 우리 아이들을 보자는 것이다.
첫 시간은 학부모들에게 아이들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관점을 심어주는 일이다.
2. 공개 수업 보기
2교시에는 각 교실에 돌아가서 아이들을 살핀다.
잘하나 못하는가에 관점이 아닌 우리 아이가 어떤 ‘상황’에서 손들고, 듣고, 헷갈리고, 적고, 이야기하는가를 살피는 일이다. 그런 내용을 관찰지에 쓰도록 했다. 나중에 집에서 가서 아이와 함께 부모와 살펴본 상황과 아이가 말하는 상황이 같은지 맞춰보면 좋다. 이렇게 공개 수업은 아이들을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3. 학부모 연수2 <학습동기>
공개 수업을 보고 느낀 점을 간단히 물어보았다. 예전에 보았던 공개 수업과 이번 첫 시간에 아이들을 보는 관점을 지니고 본 것에 대한 차이점을 물었다.
학부모 연수 주제 <학습동기>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초등수업 백과>에도 담았다.
아이들이 학교에 왜 오는지, 왜 공부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내용들이다. 해마다 아이들을 처음 만나서 가장 먼저 건네는 질문이다.
‘왜 공부하느냐?’
이런 질문에 학부모들도 고민해보았다.
무조절 동기, 외적 동기, 투입된 조절동기, 확인된 조절동기, 내재적 동기로 이어지면서 우리가 왜 높은 꿈과 목표를 가져야 하는지 살펴보았다. 관련 영상을 보면서 결국 어른들의 본보기 습관이 아이들에게 잠재적으로 깊숙이 학습된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4. 장학사 시범수업
5,6교시는 안성진 장학사와 최진수 장학사(나)가 시범 수업을 했다.
내 수업은 3학년 ‘4. 곱셈’ 단원 5차시 수업이다. 아이들은 수업 전 20분 전에 만났다. 간단히 이름 맞히기 놀이로 아이와 친밀해졌다.
“오늘은 선생님 나이를 맞추는 놀이를 할 거예요!”
아이들이 마구 숫자를 불러댄다. 칠판에 네 가지 숫자를 써 놓았다.
아이들에게 자석 하나씩 주고 각자가 생각하는 선생님 나이 숫자에 붙이도록 한다. 칠판에 개수만큼 써 놓았다.
“이 숫자만큼 곱하면 어느 숫자가 많을까? 참, 공책이나 연필로 계산하면 안 됩니다. 그냥 머릿속으로만 계산하세요.”
어림할 수 있도록 했다. 이게 성취수준이기도 하다.
“이번에는 선생님이 한번 계산 해볼 게요! 아직까지 계산하지 마세요.”
칠판에 네 가지 수식을 보고 틀리게 풀었다.
“자, 입을 잡고 말하지 마세요.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손만 들어요.”
어떤 문제는 더하기로, 어떤 문제는 자리 수를 틀리게 풀었다. 몇몇 아이가 발표하고 싶어서 손을 자꾸 든다. 잠시 기다린다. 입은 꼭 잡도록 했다. 서넛이 빼고는 다 아는 눈치다.
“이번엔 모르겠다는 사람만 손들어요.”
“각 모둠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알려주세요. 모둠 친구 끼리 다 알려주어야 합니다.”
2분 정도 의논할 시간을 주었다. 2분 뒤 한 사람씩 나오게 해서 풀도록 했다. 대부분 아이들이 답 숫자만 쓰고 들어간다. 그래서 푸는 과정을 말하도록 했다. 그런데 그게 무슨 말인지 잠시 혼란스러워했다. 글로 답을 쓰기는 하는데 말로 하라니 잠시 멍해진 것이다. 생각을 한다. 모둠에서 의논해서 말을 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었다.
이렇게 아이들 생각을 잡아두고 풀어가는 과정을 거치도록 시간을 늘렸다. 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부분이다.
정리로 학습지를 준비했다. 넷이서 한꺼번에 풀 수 있는 학습지다. 먼저 숫자 하나만 쓰면 문제가 만들어지게 했다. 풀지는 않는다. 문제가 만들어지면 다른 모둠과 바꾸어 푼다. 이런 과정을 아이들이 재미있어하고 즐겨한다.
마지막으로
“오늘은 무슨 공부를 한 것예요?”
라고 묻고 모둠 장판에 공부한 내용을 모둠끼리 의논해서 쓰게 한다. 그래서 학습 목표를 처음부터 쓰지 않았다.
아이들 의견에 많이 나오는 낱말은 ‘재미, 계산 방법, 받아 올림, 십의 자리, 세 자리’가 나왔다. 성취기준에 어울리는 말이 나왔다.
이렇게 아이들과 한 시간을 수업 마쳤다.
5. 수업 협의회 공개
이제 시범 수업한 내용을 수업협의회를 공개한다. 다른 학교에서 온 선생님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은 시범 수업이 아니라 ‘수업 협의회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이다.
수업협의회는 먼저 수업자의 수업 의도를 말한다. 다음부터 모두가 돌아가면서 이야기 한다. 사회자가 이야기를 한다.
“포스트잇에 방금 본 수업에서 아이들이 혼란스러웠던 상황인 언제인가요?”
포스트잇에 쓰게 하는 것은 자기 쓴 것을 그대로 이야기하라는 것이다. 쓰지 않고 다른 사람 이야기 듣고 자기 차례에 와서 일부러 다른 의견을 찾아 말하지 말라는 뜻이다. 같은 의견이라도 그대로 말하게 한다. 얼마나 같은 의견과 다른 의견을 갖는지 알 수 있다. 이렇게 모두가 한 번씩 돌아가면서 말한다.
두 번째 질문은 아이들이 배움이 일어나는 상황, 무엇인가 깨치는 상황이 언제 이었냐는 것이다.
마지막 질문은 내가 이 수업을 한다면 나는 어떤 형태로 하겠냐는 것이다. 내 수업의 잘못된 부분을 고치라는 뜻이 아니다. 자기가 한다면 자기 성향에 따라서 평소 방법을 말해라는 것이다.
‘수업 협의회’에서 주고받는 말은 수업자의 평이 아니다. 아이들 반응을 살피는 일이다. 상황별로 아이들이 어떻게 행동했느냐를 서로 공유하는 일이다. 다 다른 관점이고 서로 다른 눈으로 보기 때문에 수업자가 생각하지 못한 상황을 다시 되새기게 된다.
이렇게도 생각하구나, 여러 가지 상황을 다시 공유하면서 수업 관찰의 힘이 넓혀진다. 아이들 이야기만 해도 수업자 스스로 고치거나 좀 더 수업을 다듬을 수 있다.
긴 하루였지만 금방 갔다.
이 과정은 ‘시범 수업’보다는 ‘수업협의회’에 초점이 있다.
수업협의회도 배움 중심이 되어야한다. 평가 중심이 아닌 아이 관찰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누면 수업자가 부담이 덜 하다. 오히려 이야기를 듣고 아이들을 더 잘 살피게 된다. 수업협의회를 하면서 수업 비평보다는 아이들에 대한 생각, 관계, 상황인식의 공유가 깊어지고 넓어진다.
'2015년 땀샘 살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678땀샘2015-14]교실을 나온 것인가, 넓힌 것인가 (1) | 2015.06.24 |
---|---|
[677땀샘2015-13]행사도 학급에 선택할 수 있어야 (0) | 2015.06.20 |
[675땀샘2015-11]경남신문] “20년 교사 경험 ‘수업 백과’에 모두 담았습니다” (0) | 2015.05.29 |
[674땀샘2015-10]노컷 뉴스]땀샘 최진수의 초등 수업 백과 (0) | 2015.05.29 |
[673땀샘2015-9]한국교육신문] 좋은 수업의 조건, 배움의 즐거움에 있다 (0) | 2015.05.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