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초청 공개 수업 날이었다. 수업 전 복도에서 학부모를 모아 두 가지 질문을 던졌다. 첫 번째 질문,
“공개 수업에서 수업을 보십니까, 아이를 보십니까?”
솔직히 아이를 본다는 의견이 많다. 부끄러운 듯 꺼내신다. 물론 둘 다 본다. 교실 뒤에 앉아 지도안대로 하는지 살피기도 하지만 우리 아이가 잘 따라하는지 신경 쓰인다. 눈이 쏠린다. 이게 보통 학부모의 수업 참여 형태였다.
따로 학부모에게 공개 수업을 보는 방법이나 기준, 관점, 취지에 대한 연수나 공부가 드물다. 그래서 공개 수업이 ‘행사’ 같은 느낌이다. 아이와 함께 학부모도 덩달아 평가받는 듯해서 선생님 눈치를 보기도 한다. 이런 공개 수업 날에는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 서로가 잘 해보이거나 잘 했으면 하는 기대와 긴장감이 감돈다.
두 번째 질문,
“손들어 발표 하는 아이, 듣고 따라하는 아이, 모둠끼리 잘 어울리는 아이가운데 어떤 아이가 잘 하는 걸까요?”
우리 아이가 발표를 잘하느냐는 말이 학부모 상담 때마다 자주 나오는 걱정 가운데 하나다. 공개 수업에서 자기 아이에 눈이 쏠릴 수밖에 없다. 그러면 아이의 무엇을 볼까?
수업 마치고나면 발표를 잘 했는지 못했는지 묻는 말을 자주 듣는다. 손들어 발표를 했는지 잘 했는지에 평가 관점을 두기도 한다. 혹 내 아이가 아무 말 없이 앉아만 있었다면 괜히 교사에게 죄송한 마음도 내비친다. 아이들 마음도 비슷하다. 공개 수업을 아이나 수업, 교사, 학부모의 평가 관점으로 보는 듯하다.
공개 수업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왜 공개 수업을 하는 것일까?
이런 고민과 기회의 시간이 흔치않다보니지도안대로 그대로 진행되는지 평가하듯이 훑어볼 수밖에 없다.
학부모에게 공개 수업은 자기 아이의 학습 방법, 참여 상태와 학습 성향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어떻게 수업에 참여하고, 어떤 방법으로 이야기하고, 고민하고, 풀어 가느냐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학부모의 공부 시간인 셈이다.
모둠 활동에서 토의를 이끄는 아이, 나서서 발표하기를 좋아하는 아이, 주로 듣는 아이, 친구와 의논할 때 활발한 아이, 잘 듣고 기록하는 아이, 신중히 탐색하는 아이와 같이 다양한 성향이 있다. 어느 아이가 잘 한다 못한다고 할 수 없다. 그런 식으로 평가를 해서도 안 된다. 외향적인 아이는 말이 앞서고, 내향적인 아이는 말을 아낀다. 실수하며 배우는 아이가 있고, 실수하지 않으려고 준비시간이 긴 아이도 있다. 무슨 말인지 의미 파악이 잘 되지 않는 아이, 활동에 몰입하지만 왜 하는지 모르는 아이, 안 듣는 것 같지만 이해하고 움직이는 아이, 몰라도 눈치껏 따라하는 아이도 있다.
공개 수업은 이런 아이들의 학습 성향, 습관, 방법을 살펴봐야 한다. 그래서 공개 수업은 결과 발표 위주보다는 오히려 평소 수업다워야 한다. 또한 자주 열고 자주 보러 와야 한다.
수업 뒤에 아이와 수업 이야기를 나누어보자. 학부모가 눈엔 다른 친구와 이야기 하느라 교사 말을 못 들은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그때 상황을 말해보면 알아듣고 친구와 의논했을 수도 있다. 친구 이야기를 잘 들은 것처럼 보였지만 무슨 말인지 몰라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던 상황이었을 수도 있다.
공개 수업에는 답 맞추기식 수업도 많다. 미리 토론, 조사한 것들 말하기인데 대부분은 틀린 답은 없다. 답을 확인하는 방식인데 이미 아는 답, 준비된 답을 드러내는데 신경을 쓰게 된다. 목소리나 발표 방법, 보이는 부분에 초점이 맞춰진다.
정작 아이들이 배우는 과정은 볼 수가 없다. 아이들이 배우는 과정을 보려면 모르는 것이 나와야 한다. 이해하기 어렵거나 애매모호한 상황이나 개념이 나와서 아이들이 혼란스러운 과정이 드러나야 한다. 그런 과정을 어떻게 해결하고 누구 도움을 받으며, 어떤 관계를 맺으면 푸는지 살펴봐야 도움을 줄 수 있다. 모르는 게 부끄러운 것이 아닌데 아이나 학부모가 모두 이런 상황을 당황스럽거나 익숙하지 못해 부끄럽게 여기기도 한다.
이런 과정이 드러나지 않다면 일부러라도 나오도록 이끌어야 한다. 그런 상황을 미리 학부모에게 일러두고 잘 관찰해게 하면 재미도 있다. 아이들이 하나의 개념을 알기까지 거쳐야하는 고민의 과정이 보인다. 토의를 이끄는 아이, 무작정 자기 답이 맞다고 우기는 아이, 어떤 말을 해야 할 지 듣기만 하는 아이, 사전을 찾아서 조사해보려는 아이도 있다.
아이들을 나무라거나 탓할 상황이 아니다. 아이들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문제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살펴보았다가 가정이나 학급에서 도움을 줘야한다. 독서력, 평소 대화나 상식이 모자랄 수 있다. 문제 상황이 무슨 뜻인지 이해를 못하는 문해력이 낮을 수도 있다. 친구 눈치 보거나 충분이 알아도 말 못할 수도 있다. 자존심 때문에 뚜렷하지 않는 의견을 우기기도 한다.
문제 해결 상황이 아이나 학부모에게 긴장시킬 수 있지만 드러내서 공유해야한다. 부끄럼, 눈치, 잘 보이려는 마음이 오히려 배움을 방해할 수 있다.
학교에 모르는 것을 배우러 온다. 수업은 모르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이다. 교사가 던져 놓고 외우기만 하는 그런 방식은 이제 지금의 학부모 세대에 끝을 맺어야 한다. 머리를 맞대어서 풀어내는 노력이 중요하다. 그 결과가 틀린 답이라 할지라도 풀어내는 과정에서 서로의 협력과 관계, 동의, 양보도 함께 익힌다. 사회적 활동과 관계를 통해 모르는 것이 부끄럽지 않고 도전과 용기가 생기도록 하는 역할도 ‘배움’의 중요한 요소다.
수업에서 지식 자체를 얻기도 하지만 지식 습득 방식도 익힌다. 수업을 본다는 것은 모르거나 애매한 또는 새로운 지식을 어떻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찾는가를 살피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실수와 실패, 오류가 따른다. 이런 과정이 나와야하고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 과정을 꾸중의 대상이 되면 학습에 대한 동기와 도전이 꺾이고 공부의 즐거움이 사라진다. 공부를 참고 이겨내는 대상으로 여겨 언제가 스스로 선택할 기회가 왔을 때는 손을 내려놓고 만다.
수업에서는 아이들마다 당연히 잘하고 못하는 차이가 드러난다. 수준이 높고 낮은 아이도 있다. 수업 내용에 따라 차이가 높기도 낮기도 한다. 다른 애보다 더 많이 알아서 빨리 답해서 ‘생각’하지 않은 발표도 될 수 있다.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틀려도 좋다. 오히려 틀리는 편이 좋다. ‘틀렸다’는 것에 주눅이 들고 부끄러워해서는 안 된다. 부끄러워하면 맞는 답만 보이려는데 신경 쓰이게 되어 질문이 사라지기도 한다.
틀리면 과정을 밟아가면 된다. 맞은 답이라도 과정 속에 애매한 부분을 드러내어 따져보면서 원리를 튼튼히 해야한다. 틀린 애들이 왜 틀렸는지 아는 것도 중요하다. 서로가 배우고 깊이와 넓어지는 맛을 찾아는 기쁨, 배우는 기쁨일 것이다.
공개 수업의 의미가 무엇인가,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 한번 되짚어보자. 공개 수업에 참여하기 앞서 학부모들과 함께 공부할 시간에 중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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